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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충격에 집안 휘청이던 中, 주변국 변심까지...'내우외환'



아시아/호주

    무역전쟁 충격에 집안 휘청이던 中, 주변국 변심까지...'내우외환'

    • 2018-08-17 05:59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 일대일로 사실상 발빼는 수순, 남중국해 문제 중국 편들던 두테르테 돌연 중국 비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미국의 계속되는 관세폭탄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지금까지 협조적 자세를 보이던 주변국들의 연이은 변심에 이중고를 맞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찬 범국제적 경제개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서 중국과 보조를 맞추던 국가들이 하나둘씩 대열에서 이탈하는 조짐이 뚜렷해 지고 있다.

    ◈ 말레이시아·파키스탄 일대일로 발빼기 수순, 미얀마는 사업 축소

    말레이시아의 국부이자 무려 90대의 나이로 정치 무대에 복귀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93)는 중국 방문을 앞둔 13일(현지 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동해안 철도 및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 건설 작업의 중단을 원한다"고 밝혔다.

    마하티르 총리가 중단을 선언한 '동해안 철도 및 LNG 파이프 건설 작업'은 중국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이 사업은 중국이 말레이시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342억 달러(약 38조6000억 원) 규모의 기초 인프라 건설 사업 가운데 약 65%를 차지할 만큼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가 지난 5월 총선에서 친중 성향의 집권 여당인 '국민전선(BN)'을 누르고 집권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마하티르 총리는 "일대일로 사업 등으로 국가채무가 이미 1조 링깃(약 275조6600억 원)을 초과했다"며 일대일로 사업 이탈 가능성을 암시해왔다. 이번 선언이 17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일각에서는 마하티르 총리가 진짜로 사업에서 철수하기보다는 방중 기간 좀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 파키스탄에도 정권 교체와 함께 심상치 않은 조짐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총선 승리로 파키스탄 차기 총리 자리를 예약한 임란 칸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총재는 전임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 시절 파키스탄에서 진행된 중국-파키스탄경제회랑(CPEC) 구상의 불투명성과 부패 연루 의혹을 공개적으로 조사하겠다고 선언했다. 파키스탄은 CPEC 사업으로 620억 달러(약 70조300억 원) 이상의 채무가 발생하면서 발생한 심각한 외화 부족 탓에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검토하는 지경에 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국이 IMF가 파키스탄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

    엄청난 채무 문제는 비단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 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얀마 정부는 채무 부담을 피하기 위해 73억 달러 규모의 차우퓨 항구 개발을 대폭 축소하고 사업 일정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으로 스리랑카, 라오스, 미얀마, 몬테네그로 등이 잇따라 빚 문제에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남중국해 문제 중국 편들던 두테르테도 변심?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맞서며 아시아의 화약고로 등장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편들던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중국을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4일 대통령궁에서 실시한 연설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행동을 자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인공섬들 위의 하늘이 자기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무해통항의 권리가 보장돼 있고 공해를 항해할 때는 어떠한 허가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중국측의 논리를 반박했다.

    남중국해 일대의 산호초에 인공섬을 만들어 무기를 배치한 뒤 주변 상공을 비행하는 미국과 필리핀 군용기를 위협해왔던 중국의 태도를 정면으로 비난한 것이다. 실례로 CNN은 지난 12일 미 해군 대잠초계기 P-8A 포세이돈이 남중국해 초계비행 중 중국군의 영공 침해 경고방송을 6차례 받았다고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취임 뒤 일관되게 중국에게 우호적이었던 그의 행적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것이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취임한 이후 전통적으로 미국과 우호를 중시했던 전임 집권자들과는 달리 노골적인 친중국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심지어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인 필리핀 정부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중국에 판결 이행을 요구하지 않았다.

    ◈ 연이은 주변국 태도변화, 당혹스런 中

    친중 노선을 견지하던 주변국들의 태도변화에 중국도 적지 않게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국수주의 매체인 환구시보(還求時報)는 16일 사설에서 "두테르테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두테르테의 변심을 부인했다. 사설은 두테르테가 문제의 발언을 한 연설에서 필리핀과 중국의 경제 협력을 동시에 칭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두테르테의 연설에서 필리핀 측이 영토분쟁을 재점화시키려 한 조짐은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5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의 방중으로 일대일로를 둘러싼 양국의 협력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뤄융쿤 중국 국제현대관계 연구소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 지도자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 불일치를 해소하고, 프로젝트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격화로 국내 경제에 이상조짐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터에 중국에 우호적인 주변국들의 동요를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우세가 점차 명확해지고 중국의 동요가 심해질수록 중국과 주변국들의 연계고리는 더욱 헐거워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의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기란 점점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에서 가장 중시한 파트너 중 하나인 파키스탄이 미국의 반대로 IMF 구제금융 신청조차 힘들어진 상황은 주변국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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