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정상회담 날짜 왜 특정 못했나…경협 압박카드? 리선권 권한 밖?



대통령실

    정상회담 날짜 왜 특정 못했나…경협 압박카드? 리선권 권한 밖?

    고위급회담 北 참석자 경협사업에 편중
    대북제재 해제에 南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 우회적 압박
    "북한이 자신들이 요구하는 것 걸고 넘어진 듯"
    '김씨 일가 영원한 집사' 김창선 부재…리선권 권한 벗어났을 수도
    9·9절 70주년 행사 전 시진핑 방북도 유동적
    트럼프가 친서에 담은 폼페이오 방북 일정도 변수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경회의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13일 고위급회담을 열어 3차 정상회담을 9월 평양에서 개회하기로 전격 합의했지만 날짜를 특정하지 않아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가 전날만해도 고위급회담에서 구체적인 일정과 방북단 규모까지 합의될 것이라고 공언한 것과는 달리, 이날 구체적인 날짜가 도출되지 못한 것은 물론 공동보도문도 빈약했다.

    ◇ 리선권 "제기한 문제 해결되지 않는다면"…경협 속도전 주문?

    앞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내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는 4·27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그리고 방북단의 규모 등이 합의될 것으로 기대한다. 근거 없이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당장 7월 초부터 서훈 국정원장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간 채널이 가동되는 등 물밑 접촉이 활발했고, 가을 정상회담 날짜까지 미리 조율한 뒤 이날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는 관측도 나왔다.

    청와대가 수차례에 걸쳐 "남북 사이에 이미 여러 공식·비공식적 채널이 많이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이 고위급회담 대표단에 포함된 점도 북미간 비핵화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을 돌파하기 위한 빠른 시일 내 3차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하지만 정착 고위급회담 이후 공동보도문에는 "회담에서 쌍방은 판문점선언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하였다. 회담에서는 또한 일정에 올라있는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가지기로 합의하였다" 등 단 석 줄만 담겼다.

    특히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위원장은 고위급회담 종결회의 발언을 통해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그런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3차 남북 정상회담을 남북 경협을 압박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고위급 회담 종결 후 남측 기자들과 만난 리 위원장은 "경제협력 문제도 논의했냐"는 질문에 "다 논의했다. 조명균 장관한테 물어보면 된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추동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도 다 모색됐고 원인도 찾았다"고 말했다.

    남북경협과 관련한 북측의 요구 사안이 고위급회담 논의 테이블에 올랐고, 이에 대한 남측의 적극적인 태도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남북 정상회담도 요원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최근에도 "판문점 선언이 '응당한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미국의 대조선(대북) 제재 책동과 그에 편승한 남측의 부당한 처사에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리 위원장은 자신이 말한 '필요한 방법도 다 모색되고 원인도 찾은 것'이 무엇인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대북 제재로 추가 추진이 어려운 남북간 철도·도로 현대화 등 남북 경협사업을 염두했을 가능성도 크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느슨하게 정상회담 일정이 합의는 됐지만 북한이 자신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걸고 넘어진 것 아닌가 한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것들에 대한) 해결 없이 남북 정상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우려를 전달하고 이런 것들을 봐가면서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 소장은 또 "날짜가 정해졌는데 안 밝힐 이유는 없다"며 "이번 고위급 회담이 화기애애하게 접점을 찾아갔다기 보다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우리 정부를 성토한 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이날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있다'는 리선권의 발언은 이산가족 상봉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상당히 겁주는 얘기"라며 "위험한 국면으로 갈 수도 있는 전환점 같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국립외교원 민정훈 교수는 "어느정도 사전 조율이 돼있었기 때문에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진전을 이루고, 경제협력 분야는 입장 차이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제재 완화도 종전선언도 안 되고 있으니 짚고 넘어갈 건 짚자는 심정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대표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3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날짜 특정은 리선권 권한 밖? 폼페이오 방북 일정도 고려

    다른 한편에서는 3차 남북 정상회담 날짜를 특정하기에는 리선권 위원장의 권한이 이를 넘어선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을 찬찬히 살펴보면, 리 위원장을 제외하고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심도있게 논의할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은 리 위원장을 수행하는 성격이 짙고,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모두 현재 남북이 진행중인 경협사업 사전조사 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북측이 가을 남북 정상회담 일시와 장소를 논의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은 맞지만, 이들의 참석은 현재 대북 제재에 막혀 진행이 더진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대한 북측의 요구를 중점적으로 전달하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1차 남북 정상회담은 올해 3월 5일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특사 방북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찬 등으로 전격 성사됐다.

    이후 '김씨 일가의 영원한 집사'로 알려진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참석한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 등을 통해 남북 정상의 구체적인 동선과 보도 일정 등이 합의됐다.

    김 위원장의 핵심 측근인 김 부장이 1차 남북 정상회담 전반을 세밀하게 조율한 만큼, 가을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이를 위한 실무회담 개최 시기 등에 대한 최종 결정권도 김 부장의 재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리 위원장의 회담 권한이 남북 경협 속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데 그쳐 '9월 내 개최'라는 일정 기간에만 합의하고 구체적이 부분은 김창선 부장 권한으로 넘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북한이 올해 가장 큰 민족적 경사로 지목한 정권수립일(9·9절) 70주년 행사를 전후해 외교일정이 유동적이어서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북한이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외국인 관광객의 평양 방문 중단을 중국 여행사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예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남북 정상회담 일자도 열어뒀다는 얘기다.

    또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한 친서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추가 방북 제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 만큼, 폼페이오 방북 일정이 연계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일연구원 홍민 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상회담 날짜가 공개 안 된 것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시점이 정해지지 않는 등 유동적인 상황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상회담 날짜가 정해지면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홍 위원은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조율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면 부담스럽고 정치적 리스크도 크다"며 "리스크를 고려해 정상회담 날짜를 공개하지 않고 남북이 폼페이오 장관 방북 시점 등을 유의해서 살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9·9절을 전후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지만, 국내 여론 등을 이유로 우리 정부가 난색을 표명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조명균 장관이 고위급회담 직후 "북측의 일정과 상황을 감안했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 남북, 평양 정상회담 실무 준비 곧 착수할 듯

    이런가운데 남북은 비록 구체적인 날짜는 확정하지 못했지만 '9월 평양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 작업에는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이 고위급회담 전체회의 때 판문점 선언 이행과 관련해 서로의 기존 입장을 주고 받기는 했지만,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관례대로 의제와 의전, 경호, 통신·수송 등 4개 분야로 나눠 조속히 실무회담을 갖자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