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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유일한 우군?…北, 트럼프와 美 행정부 '갈라치기' 속내는



통일/북한

    트럼프가 유일한 우군?…北, 트럼프와 美 행정부 '갈라치기' 속내는

    북한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 결단했는데 국무부·재무부는 과거로 뒷걸음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백악관 제공)

     

    북한이 연일 미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미국이 '선 비핵화'만을 주장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신뢰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난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과거 대통령들과는 역사적인 결단을 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 국무부와 재무부 등 기존 관료들은 과거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이른바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연설에서 북미간 신뢰조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마음을 놓고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해줄 때 우리 역시 미국에 마음을 열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조미(북미) 두 나라 수뇌(정상) 분들이 이룩한 합의정신의 근본 핵"이라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 내에서 수뇌부의 의도와 달리 낡은 것에로 되돌아가려는 시도들이 지꿎게(짓궂게) 계속 표출되고 있다"며 "조미공동성명이 미국의 국내 정치의 희생물이 되어 수뇌분들의 의도와 다른 역풍이 생겨나는 것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 (사진=UN 제공)

     

    미사일 발사 중단과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유해송환 등 자신들의 선제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는 달리 대북 제재 유지를 주장하고, 종전선언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노동신문도 6일자 '압박외교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은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을 외면하고 선비핵화 주장만을 고집함으로써 조미관계를 교착상태에 빠뜨리고 국제사회에 커다란 실망을 주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지금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선의어린 조치들에 감사해하며 '대조선(북한)문제를 전임 행정부로부터 매우 좋지 못한 상황에서 넘겨받았지만 지금은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느낌도 좋다'고 계속 언급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둘 때 아직은 절망 상태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이어 "선임 대통령들의 실책을 답습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고 첫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을 성사시켜 새로운 역사의 첫걸음을 내디딘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과는 달리 국무성을 비롯한 미행정부는 역대 행정부들이 반세기이상 지루하게 적용해오면서 고배를 맛본 '제재압박전략'에 매달리며 과거에로 뒤걸음질치고 있으니 희세의 희비극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미 재무성도 '조선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계획이 전혀 없다. 앞으로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역사적 결단'이라고까지 평가하면서 비핵화 실무협상에 나선 국무부와 대북 제재 주무부처인 재무부에 대해서는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대북 압박 공세를 중단하라'며 미 행정부를 매섭게 공격하는 것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워주는 북한의 행보는 ‘친서 외교’와도 맞닿아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종전선언에 나서지 않고 있음에도 지난 7월 6일 친서를 보낸 지 해 한달도 안 돼 지난 1일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그사이 미국은 북한산 석탄의 한국 반입을 감시하고 적발하는 등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왔음에도 김 위원장이 친서를 보냈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를 갈라치기 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북미 정상들 간의 신뢰마저 깨질 경우 판 자체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통해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이 과정에서 북한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경제 제재'를 해제해 자신이 천명한 경제집중 노선을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로서는 사실상 '유일한 미국 내 우군'인 트럼프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계속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통일연구원 김상기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북한은 미국 행정부 내에 존재하는 이견이 북미관계 개선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정상회담 합의 정신에 따라 상호 신의에 기반을 두어서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촉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북미 관계개선에 반대하고 있는 미국 내 세력들을 경고하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에게 휘둘리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해 노동신문은 "지금 대조선(북한) 제재 압박을 극성스럽게 떠드는 사람들을 보면 조미대화가 깨지고 현 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정치적 적수들"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금의 교착 상태를 "일시적 난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은 아니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에서 부닥친 우여곡절"이라고 표현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 행정부 내 이견과 자국내 반대 여론에 굴하지 말고 북미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상대 박종철 교수는 "지난 2005년 6자회담의 결과로 9·19 공동성명이 채택됐지만 미 재무부는 바로 다음날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해버리면서 판이 깨진 적이 있다"며 "북한은 이번에도 북미관계개선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당한다고 생각하는 '반트럼프 연대'를 중심으로 그런 상황이 재연될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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