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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中 '백신 스캔들', 본질은 중국판 '세월호'



아시아/호주

    [뒤끝작렬] 中 '백신 스캔들', 본질은 중국판 '세월호'

    • 2018-08-06 05:00

    민간 대형 제약기업과 국가감독 당국의 결탁으로 안전시스템 붕괴, 국가의 언론통제로 제대로 된 비판 기능 상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중국 대륙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이른바 '백신 스캔들'은 지난 7월 중국의 대형 제약업체인 '창춘(長春)창성(長生) 바이오테크놀로지'가 광견병 백신 생산 도중 기록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시작됐다.

    중국의 의약품 감독기관인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 조사관들이 지난 7월 초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 시에 위치한 창춘창성 본사에 돌연 들이 닥쳤다. 감독기관의 불시검사 결과 동결건조 인간광견병 백신 생산과정에서 회사 측이 생산기록 및 제품검사기록을 조작하고, 공정변수와 시설을 임의로 변경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창춘창성은 중국 내 광견병 백신 시장 점유율 23%로 2위를 차지할 정도의 대형 제약회사였다. 감독당국은 즉시 백신 제조를 중단시키고 불법생산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 속속 드러나는 엉터리 백신 부작용, 감독당국은 피해자들 호소 무시

    하지만 문제는 광견병 백신이 전부가 아니었다. 창춘창성이 지난해 10월에도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혼합예방백신의 결함이 발견돼 백신 생산이 중지됐던 사실이 알려졌다. 같은 해 11월에는 국영 백신 생산 업체인 우한생물제품연구소가 불량 DPT 백신 40만520개를 충칭(重慶), 허베이(河北) 등에 판매해 당국의 처벌을 받은 사건도 재조명됐다.

    사건의 진상이 드러날수록 중국 사회가 받는 충격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른바 성인이 접종하는 광견병 백신과 달리 DPT는 영·유아가 접종하는 백신이라는 점에서 대부분 한 자녀 가정인 중국인들의 분노는 급속도록 번져갔다.

    가짜 백신이 주목을 받으면서 부작용 사례도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홍콩 등 중화권 매체들은 창춘창성이 제조한 백신을 접종한 영유아가 중증 백일해 증상을 보인 사례가 곳곳에서 보고됐으며 후베이(湖北) 성에서는 한 살배기 아기가 백신 접종 뒤 사망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또 문제의 백신을 접종한 뒤로 접종 아동들이 급성 척수염으로 온 몸이 마비되거나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인 사례도 소개됐다.

    물론 백신을 맞은 뒤 이상 증상이 생겼다고 해서 모두 백신의 영향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피해 부모들이 이상 증상이 생겼다고 정부에 고발한 뒤에 중국 정부가 취한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것이었다. 피해 부모들 대부분은 정부가 백신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는 커녕 자신들의 고발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공안요원에 끌려가 구금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격분한 부모가 감독당국을 찾아가 항의하자 현지 파출소에 끌려가 항의 시위를 중단하라는 협박까지 당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 백신은 국가가 감독·관리, 중국판 세월호 참사?

    중국인들의 분노가 중국 정부를 정조준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백신은 전염병 예방이라는 특성상 세계 각국이 국가 차원의 관리를 하는 특별한 약품에 해당한다. 백신의 일부가 불량하거나 잘못될 경우 전염병이 창궐해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백신의 제조사들의 인허가 과정에서 심사를 하는 한편 백신이 생산되고 출하되기 직전에도 검사하는 이중의 엄격한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 국가가 백신의 접종 계획을 정해 일괄적인 접종을 유도한다. 일반 의약품은 생산 약품의 부작용이나 리콜을 해당 제약사가 책임지는 반면 백신은 국가가 책임지는 이유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할 의무를 저버리면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한국에서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여러면에서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의 안전운항 감독 시스템은 이른바 해피아(해양수산부 고위공무원 퇴직자들을 일컫는 별칭)가 점령한 민간과 국가기관의 결탁으로 무력화 됐고, 바람 한 점 없는 바다에서 승객 476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침몰하는데도 국가의 재난구조 시스템이 멈춰 서면서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되는 대참사로 이어졌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중국의 '백신 스캔들' 역시 비슷한 구조다. 광견병 백신 데이터를 조작한 창춘창성은 지난해 지난해 중국 광견병·수두 백신 시장에서 2위에 오를 정도의 거대 기업이지만 마케팅과 판매 비용으로 쓴 돈(약 960억원)에 비해 연구개발에 투입한 돈은 5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이른바 '마케팅과 판매' 비용 상당액은 관리·감독 당국의 뇌물로 들어갔다. 중국 당국이 조사에 착수하자 산둥(山東) 성 질병예방통제센터 면역소장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은 이런 현실을 대변한다. 피해 아동의 부모들이 감독당국에 아무리 호소해봤자 소용이 없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2050년 초일류 국가 건설'이라는 구호의 허망함

    이미 예고된 참사였지만 제약업계와 감독기관과의 검은 결탁에 대해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오히려 엉터리 백신에 대한 분노가 반정부 기류로 흐를 조짐을 보이자 일부 관영 매체들은 피해자들을 겨냥하기까지 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국수주의 성향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은 "일부 세력이 백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깎아내리고 있다"며 피해자 가족들을 반정부 세력으로 몰아갔다.

    중국 정부는 관련자들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약속하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전혀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국은 사태가 확산되자 국영 백신 생산 업체인 우한바이오의 불량 백신 사건은 우발적인 사안이라며 책임 회피에 나섰다.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백신'이라는 단어의 검색이 차단된 지 오래다. 이번 사태로 누군가 감옥에 가고 처벌을 받겠지만 꼬리자르기식 처방에 그칠 것이라며 중국인들은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예전 '멜라닌 분유' 사태 때와 같이 중국인들은 안전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홍콩으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홍콩 의료계는 프랑스산 백신 확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입은 정치적 타격도 뼈아프다. 사태가 빚어지자 상당수 중국인들이 미국 대사관 웨이보 계정으로 몰려가 미국 대사관에서 미국산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도록 조처해 달라고 애원했다. 205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초일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외치는 중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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