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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제징용 재판 미루고…법관 해외파견 요청 '정황'



법조

    [단독] 강제징용 재판 미루고…법관 해외파견 요청 '정황'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재판의 결론을 미루고, 그 대가로 해외 법관 파견을 외교부에 요청할 계획을 세우면서 "재판에 입장을 반영했다"고 확인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검찰은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하드디스크에서 행정처 사법정책실이 작성한 '오스트리아 법관 파견 추진 대책'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발견했다.

    이 문건에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대법원의 재판 지연 '조치'가 외교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임을 확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행정처는 주오스트리아 대사관에 법관 파견을 외교부에 요청하면서 그 근거로 "신일본제철 재판과 관련해 외교부 입장을 반영한 점"을 들자고 썼다.

    전범기업에 대한 피해자 손해배상에 부정적인 외교부 견해를 재판에 반영했으니, 오스트리아를 법관 파견국에 포함해달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전하자는 계획이다.

    앞서 행정처는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 외교부와의 관계'라는 문건에서 대법원이 강제징용 판결을 미룸으로써 외교부에 '절차적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외교부는 이 시기 '한일 외교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대법원에 여러 차례 공문 등을 통해 입장을 전달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하급심 판결을 이례적으로 5년째 미루면서, 외교부가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줬다. 주오스트리아 대사관에 법관 파견을 추진한 문건에서는, 외교부와의 재판거래를 스스로 확인하기까지 한 것이다. 그 사이 고령의 피해자들은 9명 중 7명이 생을 달리 했다.

    해당 문건은 법원이 강제징용 재판을 흥정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여전히 해당 재판이 대법원에 묶여 있다는 점에서 재판 거래가 '진행 중'이라 볼 수도 있다.

    검찰은 이밖에도 법원이 수시로 외교부 관계자와 접촉한 정황을 담은 문건을 여럿 들여다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관련 정황을 뒷받침하는 현직 법관의 증언도 나온 상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했던 현직 부장판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시 모 인사로부터 강제징용 사건이 "파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보상금 청구사건이 들어와서, 종전 미쓰비시 사건(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의 판시를 인용한 의견서(판결초고)와 보고서를 주심 대법관께 보고했다"며 "모 인사가 그 판결 이유가 그렇게 나가면 안 되며, 판결에서 인용한 미쓰비시 사건을 다시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법원행정처는 기획조정실에서 생산된 문건에 대해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검찰 자료요구에 응하고 있다.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포함해, 문제가 있는 자료를 생산한 사법정책실 등 다른 실국은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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