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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자영업자·구직자 등 만나 허심탄회한 호프 간담회



대통령실

    文 대통령, 자영업자·구직자 등 만나 허심탄회한 호프 간담회

    남대문시장에서 시민과 소주 한 잔 하겠다던 약속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놓고 다양한 의견 청취
    청년구직자와 경력단절 여성도 고충 토로
    文 "구조적 개혁은 참 힘들다. 개혁을 하는 정부도 어렵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인근에 있는 한 호프집을 '깜짝' 방문해 각계 각층의 국민으로부터 최저임금 인상 고충과 취업 고민 등 허심탄회한 얘기를 청취했다.

    대선후보 시절 퇴근길에 국민을 직접 만나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겠다던 약속을 취임 1년 2개월만에 지킨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당시 "대통령이 되면 퇴근하면서 남대문시장에 들러 시민과 소주 한잔 하며 세상사는 얘기를 나누고 시국도 논의하고 소통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이날 호프집에는 편의점주와 도시락 배달업체 사장 등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로 학원비를 겨우 충당하는 취업준비생, 출산과 육아로 일을 포기한 뒤 재취업을 원하는 경력 단절 여성, 아파트 경비 근로자 등 다양한 국민이 문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놨다.

    ◇ "생업과 사업 구분해 달라" 최저임금 인상 고충 토로

    먼저 편의점과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충을 호소했다.

    23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종환씨는 "최저임금 같은 경우는 좀 성장해서 주면 되는데, 지금 경제가 침체되고 저는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만도 못한 실적이어서 (가능하면) 종업원을 안 쓰고 가족끼리 일하려고 한다"며 "정부가 정책을 세울 때 생업과 사업을 좀 구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저는 지금 제 자식에게 음식점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식당일을 하시는 분들은 최저임금 혜택을 보지만 저희같은 사업자들에게만 (고통을) 강요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강조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태희씨는 "4대보험을 처음부터 가입해 매달 100만원씩 매달 넣고 있는데, 편의점주 대부분은 그 비용이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도시락업체를 운영중인 변양희씨는 "열심히 해봐야 학교 근처라서 상가비가 많이 나간다"며 "도시락 가게는 단체주문이 많아야하고 그러려면 직원도 많아야 하는데 제가 가져가는 돈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발표한 이후로 저녁에는 배달일이 없다"며 "퇴근을 빨리하고 야근을 안 하니 도시락 배달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 "최저임금.주52시간 근로제 업종별.지역별 상황이 다 달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중소 IT업체 사장인 정광천씨는 "사실 소프트웨어 쪽은 당장 최저임금과 주52시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면서도 "에너지 기업 등 다른 주변 업체들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정씨는 "최저임금의 경우 '1만원이 목표냐?' '1만원 이후 어떻게 할 거냐' 그런 중장기적 시야도 필요해 보인다"며 "(최저임금) 1만원은 삶을 본질적으로 개선하자는 취지인데 업종과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고 서울과 지방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씨는 "(정부가) 기준점에 집착하는 부분이 있는데, 업종별로 지역별로 개별적으로 속도 조절을 할 필요는 있지 않나 싶다"며 "큰 틀에서는 동의를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도 계절적으로 상황이 다르고,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분량을 받을 때 바삐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서울 물가와 지역 물가가 다르고 지역별로 업종별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최저임금이니 직종에 차별을 가하면 (최저임금) 취지에 맞지 않아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며 "앞으로 이런 논의를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 "취업 위해 아르바이트 해 학원비 버는데 힘들다"

    최저임금 인상과 별도로 취업이 되지 않아 고민하는 학생들도 문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대학교 4학년인 이찬희씨는 "취업을 하기 위해 토익스피킹과 오픽 공부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며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서 스스로 벌고 있는데 많이 힘이 든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공계생들은 자격증 공부에도 돈이 많이 들어 한 달에 25만원 정도 드는데 생활비 30만원을 빼면 5만원이 남는다"고 호소헸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포기한 배준씨는 "지방대생들은 수도권의 좋은 학교 학생에 비해 피해의식도 있다"며 "공무원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해 2년을 도전했지만 참패를 맛보고 지금은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쌍둥이 출산으로 4년 전 일을 그만둔 안현주씨는 "대학병원에서 일했는데 일자리에서도 급여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났다"며 "이제 아이를 돌보면서 돌아갈 일자리를 찾아야 해서 풀타임보다 파트타임 찾아야 하는데 파트타임은 급여가 불안정해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안씨는 "조부모님이 도움을 주시지 않으면 여성은 일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제가 일을 하면 보모에게 최저임금에 맞춰서 돈을 드려야 하는 등 아이를 기르기가 참 어렵다"고 호소했다.

    아파트에서 경비일을 하는 김종섭씨는 "은행이 너무 폭리를 취한다. 은행에 적금해도 이익이 없으니 부동산으로 다 돈이 몰려 버린다"며 "적금은 이율이 적으니까 안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20년 넘게 서점을 운영 중인 은종복씨는 "프랑스에 가면 책방이 정말 많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호주를 빼면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도서가 완전 정가제"라며 도서 유통의 문제점을 짚었다.

    은씨는 "책방은 수입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마을 공동체와 오아시스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 예상하지 못한 문 대통령 등장에 시민들 환호

    직장에서 퇴근하다 문 대통령이 인근 호프집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직장인들은 문 대통령을 보고 환호했다.

    또 맥주잔이 놓인 테이블에서 자리를 함께하며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인근 대림산업에 근무하는 한 여성직원은 "주 52시간을 근무하면 결과적으로 건설업이다 보니까 공사기간을 맞출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건설업계 대부분은 포괄임금제여서 야근한다고 해서 추가로 수당을 받지는 않는다"며 "예전에는 여유를 가지고 일한 것을 지금은 52시간 내 빠른 시간에 끝내야 하니까 회사에서 스마트하게 일을 하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호프타임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반대로 노동계 역시 더 높은 인상률을 요구하는 등 사회적 갈등 양상이 표출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실제로 이날 저녁 7시부터 시작된 호프타임에는 청년과 경력단절 여성 등 구직자, 아파트 경비원, 분식점과 편의점 업주 및 도시락 업체 대표를 비롯한 자영업자, 인근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이 참석했다.

    이들은 행사 시작 직전까지 대통령이 아닌 고용노동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 관련 격의없는 토론을 하는 줄 알고 참석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문 대통령의 등장에 모두 깜짝 놀라며 환호했다.

    예상하지 못한 문 대통령의 등장에 호프집 안에 들어오지 못한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기념 사진을 찍으며 문 대통령에게 연신 "한 번 봐주세요"를 외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 文 "국회 입법을 펼쳐야 하는 과제들은 시차가 나 늦어진다"

    문 대통령은 호프타임 마지막에 "구조적 개혁은 참 힘들다. (개혁을) 하는 정부도 어렵다"며 "그래도 시간이 지나서 그게 정착되면 우리 전체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구직자, 자영업자 등과의 간담회가 끝난 뒤 직장인들과 즉석 만남에서 "과거 주5일 근무제를 했을 때 기업이 감당하겠느냐고 했지만 어려움을 딛고 결국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았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 가지 개혁과제를 추진해 안착되면 또 다른 개혁과제가 생기고, 단계를 밟아 가면 좋은데 계획이란 게 그렇게 되지 않고 동시다발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여기서 하고 저기서 하고 다중이 되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지지해 주시고 고충을 이해해 주시고 대안도 제시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과 고용시장 안정 등은 대통령이 의지만 갖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국회의 입법도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은 다 연결되는 것으로 어느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만큼 고용시장에 들어온 노동자에겐 도움이 되는데 당장 영세 중소기업 등엔 임금이 주는 현상이 생겼고 그 와중에 경계선상에 있던 종사자들은 고용시장에 밀려나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드수수료·가맹점 수수료·상가임대료 등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돕는 제도·대책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며 "노동자에게도 일자리 안정자금뿐 아니라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책이 연결되면 그나마 개혁을 감당하기 쉬울 텐데 정부가 주도해서 할 수 있는 과제는 속도감 있게 할 수 있지만, 국회 입법을 펼쳐야 하는 과제들은 시차가 나 늦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그래서 자영업 문제나 고용에서 밀려나는 분도 생기고 그래서 자영업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모색하고 여러 문제에 대해 굉장히 무겁게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을 적극 보완할 것이고, 국회에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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