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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SUV 뜯어보니 '진흙이 그득'…소비자는 '봉'



기업/산업

    멀쩡한 SUV 뜯어보니 '진흙이 그득'…소비자는 '봉'

    눈 뜨고 코 베이는 중고자동차 유통시장
    크게 부서진 차 경미사고차 둔갑은 '여반장'
    자동차 성능점검기록부는 '차량 상태 사기 기록부'

    (사진=자료사진)

     

    대형사고를 당한 승용차를 말끔히 고친 뒤 사고이력을 숨기고 고가에 팔아넘기거나 수해로 침수된 차량을 멀쩡한 차량인양 속여서 파는 중고자동차 사기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어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을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A씨는 지난 4월7일 기아 쏘렌토 중고차량을 S 중고자동차 매매상으로부터 구입했다. 이 쏘렌토는 2014년식으로 외관은 새차와 다를바 없었다. A씨는 구입당시 차량 상태가 양호한데다 가격도 적절했다는 생각에 몹시 만족했다.

    '자동차를 새로 뽑으면 1년이 기분좋다'는 말도 있지만 A씨의 기쁨은 여기까지. 차를 인도받아 운행한 지 한달쯤 된 5월 초순쯤 '엔진과 브레이크 점검'이라는 안내멘트가 자동차 계기판을 울렸다.

    서비스센터로 차를 끌고간 A씨는 끝내 분통이 터지고 말았다. 서비스센터 관계자들이 차량의 엔진룸을 분해해 낱낱이 조사했더니 '엔진의 윗부분'과 '에어클리너 내부'에서 진흙 오염물이 발견됐다. 또 '엔진 측면', 'ABS모듈 주변', '헤드라이트 주변'도 오염돼 있었다.

    경기도 소재 A정비소가 발급한 차량 성능 점검 기록부. 해당 차량은 큰 사고로 수 천만원의 견적이 나왔지만 사고를 나타내줄 항목들은 전부 공란으로 남아있다. (사진=경기도 소재 A정비소 제공)

     

    서비스센터는 조사결과를 근거로 "이 쏘렌토는 침수이력이 있는 차입니다"라고 A씨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A씨는 사기거래의 피해를 바로잡지 못했다. 이유는 딜러에게 점검결과를 근거로 "침수사실이 있었다"고 항의했지만 딜러 관계자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커녕 "공사차량이다"는 적반하장식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침수이력을 입증할 자료가 없는데다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었던 A씨는 사건을 소비자원으로 가져갈 수 밖에 없었다. '매매대금 환급과 감정비, 정신적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중고차 매매상들은 호락호락 피해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처럼 침수사실을 알리지 않고 차를 판매하는 사건은 매년 10여건씩 접수되고 있고 사고이력을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사건은 연간 100건 안팎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원이 최근 3년6개월동안 접수한 중고차 피해구제신고 996건 가운데 사고이력 숨기기나 침수전력 속이기가 3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속고 중고차를 구매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고 피해를 구제하려고 갖은 방법을 써도 그다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23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중고차 소비자 피해사건이 가해자와 피해자간 합의로 종결된 경우는 44%로 해결률이 높지 않은편"이라며 "예년의 경우도 55%안팎의 해결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가 피해구제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가장 악질적인 중고차 사기판매는 침수사실을 숨기거나 자동차 성능점검기록부가 자동차 매매당시의 외관만 반영할뿐 '과거 사고이력'을 제대로 나타내주지 못하는 경우다.

    자동차 성능점검기록부는 중고차 매매에서 반드시 제시하도록 돼 있는 필수서류이며 여기에 자동차의 과거 사고이력이 나타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자동차관리법

     

    국토부 등에 따르면, 자동차관리법(제58조 제1항 고지 의무)상 중고자동차 매매시 성능점검기록부를 발급받아 구매자에게 제시하도록 돼 있다. 최근 한 외제차의 차량성능점검기록부를 발급해준 B정비소(1급정비공장) 관계자는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록부 작성을 위해 사고유무를 살펴본다"면서도 "고장이나 사고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알기 어렵고 자동차 입고 당시 육안으로 살펴본 결과를 근거로 기록부에 기재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중고차매매상들은 통상 보험사로부터 넘겨받은 사고차량을 팔기전에 말끔히 수리한다. 그리고는 B사 같은 정비소에 의뢰해 차량성능점검기록부를 받는데 외관만보고 기록부를 발급해주니 기록부에 과거의 사고이력이나 침수이력이 나타날리 만무하다.

    더욱 문제는 피해자가 행정기관을 찾아가 피해사실을 호소하며 기록부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해도 첫째 발뺌하면 그만이고 둘째 잘못이 인정되더라도 행정기관이 조작되거나 잘못 작성된 기록부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법적근거조차 없는 상황이다. 또 입증하려해도 부인해버리면 증거가 없는 행정기관이 단속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수원시청 자동차관리팀 관계자는 23일 “성능점검기록부만 제대로 작성되도 중고차 관련 민원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성능점검기록부에서 비롯되는 민원이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자동차 성능점검기록부 관련 비위나 잘못에 대한 처분규정이 없어 행정기관으로서는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행정기관은 단속의 손을 놓은 지 오래고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설립된 소비자원 역시 서로간 합의를 유도해보지만 자동차 매매에는 거액의 돈이 오가는데다 가해-피해자 간의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일방적으로 소비자 편을 들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

    결국 허술한 법체계와 보험사들의 대파된 차량유통이 악덕 중고차매매상들이 활개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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