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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워마드와 말콤 엑스 그리고 IS



칼럼

    [칼럼] 워마드와 말콤 엑스 그리고 IS

     

    미국 흑인인권운동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을 두 명 꼽으라면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라고 할 것이다.

    두 사람은 인권운동을 추구한 방향과 방식, 출신 배경 등 모든 면에서 비교 대상이다.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고 평화적 방식의 저항운동을 펼친 킹 목사와 달리 말콤 엑스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백인우월주의에 맞서 흑인우월주의를 주창하며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메시지로 흑인 해방운동을 이끌었다.

    목사였던 루터 킹과는 달리 이슬람으로 개종한 말콤 엑스는 '리틀'이라는 자신의 성마저 버리고 조상을 알 수 없다는 뜻이 담긴 '엑스'를 성으로 삼았다.

    흑인들 사이에서는 무저항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진 킹 목사보다 강렬한 색채와 노선을 추구한 말콤 엑스가 오히려 높은 인기를 누렸다.

    부작용은 있을지 몰라도 선명한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워마드는 여성인권보호를 내걸었지만 극단적인 남성혐오와 엽기적인 사진, 게시물들이 넘쳐나는 감정배설창구와 같은 사이트다.

    여기에는 '낙태인증'이라는 제목의 사진과 함께 훼손된 아기의 사진이 올라오는가 하면, 심지어 아동을 살해하겠다는 끔찍한 예고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상식을 벗어난 주장과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사이트를 폐쇄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워마드는 메르스사태가 빚어질 때 홍콩 신문의 오보로 촉발된 여성 혐오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메갈리아'가 모태다.

    메갈리아에서 빚어진 내부 갈등으로 회원 일부가 커뮤너티를 새로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워마드다.

    워마드는 생물학적 여성이 아닌 모든 남성을 혐오와 배척의 대상으로 삼는다.

    경찰의 물대포로 사망한 백남기씨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남성노동자도 심지어 '여성성'을 가진 성소수자도 모두 조롱과 질시의 대상이다.

    이런 모습은 서구 열강의 이권다툼으로 화약고가 된 중동지역에서 만들어진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IS를 연상시킨다.

    가장 극단적이고 최악의 형태로 나타난 이슬람의 사생아 IS는 단순한 혐오와 분노의 표출을 넘어 살해와 테러를 일삼는 괴물로 변형됐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과 극단적 교리를 추종하지 않으면 같은 이슬람도 적으로 간주하는 편협한 근본주의자들이다.

    말콤 엑스와 워마드, IS는 모두 핍박받는 피해 계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선명하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저항한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말콤 엑스는 메카를 순례하며 자신이 믿었던 인종분리주의가 잘못된 신념임을 깨닫고 배타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말콤 엑스의 인생 행로는 워마드와 IS와 같은 근본주의적인 시각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 지 보여준다.

    말콤 엑스는 결국 몸담았던 조직원들에게 살해당했지만 흑인인권운동에서 그가 끼친 영향력은 적지 않다.

    극단적인 근본주의는 갈등과 혐오를 조장할 뿐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

    워마드는 IS와 같은 괴물이 될 것인지… 그것은 스스로 선택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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