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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쓰러지는 급식 조리사들…'이제 튀김은 보기도 싫어'



사회 일반

    폭염에 쓰러지는 급식 조리사들…'이제 튀김은 보기도 싫어'

    (사진=자료사진)

     

    닭튀김. 김치전.

    대구의 한 고등학교 중식에 두 메뉴가 등장하자 고등학생들은 환호를 질렀다.

    하지만 그와 달리 누군가는 아픈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다.

    지난 17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급식 조리사 1명이 쓰러졌다.

    이번 여름 대구에서만 벌써 세 명째다.

    36도를 육박하는 무더위가 이어지자 뜨거운 작업 환경에 장시간 노출된 노동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표적인 직업군이 바로 급식 조리사다.

    이들은 보통 아침부터 오후 4~6시까지 일한다.

    대구 지역 고등학교의 경우 석식은 외부 업체에서 받고 있어 중식만 담당한다.

    아침 일찍 식자재 다듬기부터 시작한다 해도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에 고온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

    위생을 철저히 하기 위해 긴 팔에 긴 바지, 마스크에 모자까지 쓰고 일해 온 몸에 땀이 찬다.

    (사진=자료사진)

     

    이들은 이제 튀김 요리, 전 요리는 보기도 싫다고 했다.

    끓는 기름 앞에 오래 서있어야 해 그야말로 고욕이다.

    조리사들이 직접 측정해본 결과, 불 앞에 서 있을 때 작업자 주변 온도는 44도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리사들은 튀김 요리나 전 요리를 하고 나면 온 몸이 땀에 젖어 소나기를 흠뻑 맞은 것과 비슷해진다고 전했다.

    조리장에 에어컨이 켜져 있기는 하지만 환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 놔야 하고 고온의 프라이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더 큰 문제는 교육부에서 이들에 대한 안전대책 매뉴얼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교육부가 냉방 시설을 확충하고 대체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폭염 때는 튀김 요리 등은 가급적 식단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혹서기 권장메뉴를 선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지난 12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 같은 요구를 교육부에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은 없는 상태다.

    공장 노동자들 역시 더위에 취약한 근무 환경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의 한 주물생산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1500도의 쇳물을 다루는 일을 한다.

    쇳물이 몸에 튈까봐 온 몸을 가린 채 일하고 있어 더운 날씨에 더욱 지쳐간다.

    작업장에는 공업용 선풍기 몇 대만 달랑 있어 더위를 피할 길이 없다.

    작업장 내부에서는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어 노동자들은 목이 타들어갈 것 같다고 한다.

    휴게실이 있기는 하지만 공장 측이 작업 시간에 작업 공간을 이탈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를 입구마다 붙여놔서 눈치가 보인다.

    적게는 6시간, 많게는 12시간을 뜨거운 쇳물 앞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휴식시간은 고작 20분.

    그때만 잠깐 에어컨 바람을 쐬며 열기를 식힐 수 있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더위와 관련한 매뉴얼 같은 건 들어보지도 못했다. 쇳물을 다루는 일이라 더울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입사했지만 휴게실을 확충하고 휴식 시간도 늘려줘야 일에 집중도 더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사업주들은 야외나 고온에서 장시간 일해야하는 노동자들에게 식용 소금 등을 나눠주는 등 더위 방지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폭염을 단순한 기상 현상으로 보기보다 보다 적극적으로 노동자 안전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기선 연구원은 "해외에서는 기온이 일정 이상 올라가면 사업장에 매뉴얼을 주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며 "법을 만들지 않더라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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