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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 중 일어나고 춤추고?…"그래도 괜찮아요"



공연/전시

    클래식 공연 중 일어나고 춤추고?…"그래도 괜찮아요"

    서울시향X구글 '행복한 음악회, 함께!' … 발달장애 아동과 가족 200명 초청

    (사진=서울시향 제공)

     

    왠지 격식과 품위를 갖춘 채 들어야만 할 것 같은 클래식 공연. 하지만 이날 공연 중 사회자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여러분들 너무 얌전한 것 같다"며, "더 신나게 놀라"는 요청이었다. 심지어 같이 온 가족들에게는 "조용히 하라고 제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거듭 당부했다.

    14일 오후 서울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열린 이 클래식 공연은 사회자의 부탁(?)대로, 연주 중 일어나 돌아다녀도 됐고, 신이 나면 노래를 하거나 소리를 질러도 됐다. 심지어 무대 위로 올라가 지휘자의 지휘봉을 빼앗거나, 연주자의 악기를 빼앗는 행동도 이날 만큼은 허용됐다.

    왜냐하면 발달장애아동들을 위한 특별한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이사 강은경)은 14일 오후 서울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행복한 음악회, 함께!'를 진행했다. 구글이 후원한 이 공연에는 아동과 그 가족들 200명이 초청됐다.

    클래식 공연 중 객석에 앉아 있다 무대 앞으로 나와 여러 악기를 만지면서 음악을 즐기는 아이들. (사진=서울시향 제공)

     

    서울시향이 발달장애아동들을 위한 공연을 기획하게 된 건 지난해 7월 일어난 작은 소동 때문이다. 정기공연에서 한 자폐아동이 소리를 지르는 반사적 행동이 일어났고, 이 해프닝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할 수 있으니 발달장애 아동은 공연장에 출입하면 안 된다'는 의견과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이 일을 계기로 서울시향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문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그 첫걸음이 지난해 11월 발달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준비했다.

    당시 공연이 큰 호평을 받으면서, 서울시향은 올해 정기 공연으로 발달장애 아동과 함께하는 공연 '행복한 음악회, 함께!'라는 단독 프로젝트를 두 차례 준비했다. 이날 공연은 그 첫 번째 공연이다.

    색소폰 협연을 맡은 송윤호 군이 간주 중에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향 제공)

     

    평소 공연장을 찾기 힘든 발달장애 아동들은 이날 만큼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을 관람했다. 공연 중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신이 나면 자신이 앉은 자리에 춤을 추기도 했다.

    공연을 관람하기만 한 건 아니다. 협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에서 음악치료를 받으며 악기를 연주하는 박은범(17, 서원고등학교)군과 송윤호(13, 샛별중학교) 군이 서울시향 단원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색소폰을 분 송 군은 지난해 공연 때 최수열 지휘자의 지휘봉을 빼앗아 지휘하기도 했다. 이날도 색소폰을 불다 간주 중에는 지휘하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노승림 칼럼니스트는 "최수열 지휘자처럼 지휘봉을 빼앗길까 차웅 지휘자는 지휘봉을 들고 오지 않았다"고 밝혀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공연장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은 앙코르 공연 때였다. 영화 '라라랜드'의 OST가 연주되는 순간 흥을 참지 못한 발달장애 아동들이 무대 앞으로 뛰어나갔다. 자일로폰, 마림바, 우드블록, 마라카스, 카바사 등을 각자 입맛에 맞는 악기를 잡고 연주에 동참했다. 악기가 없는 아이들은 몸을 정신없이 흔들었다.

    앙코르 연주 때 무대 앞으로 뛰어나온 아이들. (사진=서울시향 제공)

     

    차웅 지휘자를 비롯한 20명의 서울시향 연주자들의 복장이나 레퍼토리에서도 배려가 느껴졌다. 먼저 이들은 발달장애 아동들과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복장을 캐쥬얼하게 착용했다.

    레퍼토리 첫 곡은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1번 1악장'을 준비했다. 차웅 지휘자는 "이 곡은 모차르트가 높은 분들을 위해 만든 공연이다. 우리가 여러분들을 귀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취지로 첫 곡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영화 '미션'의 OST로도 잘 알려진 엔니오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도 연주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발달장애 아동과 오래 함께하는 게 서울시향의 '미션'이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까지 두 차례 발달장애 아동들을 위한 공연의 연주자로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한지연(서울시향 제1바이올린 수석) 씨는 공연 후 "지난해에는 현악기로만 공연했는데, 올해는 타악기 연주 등 프로그램이 다채로워서 관객들의 호응이 더 좋았던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정기 연주회 등 전문 공연장에서 다른 공연도 많이 하고 있지만, 오늘 관객들 앞에서 하는 공연은 더 뜻깊고 음악이 와 닿는다"며 "우리 연주에 바로 반응하는 친구들이 있어 즐거웠고, 그렇게 음악을 즐기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가족들의 감정이 공감돼 더 감동받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향은 '행복한 음악회, 함께!'뿐만 아니라 대표 공익 공연은 '우리동네 음악회' 등을 통해 앞으로도 문화 소외계층과 사회적 배려자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이며 공공 문화예술단체로서의 사회적 소임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구글 로고가 쓰인 검은 티셔츠를 입고 자원봉사에 나선 구글 직원들이 공연장 뒤에서 연주를 감상 중이다. (사진=서울시향 제공)

     

    한편, 이번 공연은 인터넷기업 구글의 후원이 있었기에 더욱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저 돈으로 후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날 직원 16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이날 자원봉사자로 자녀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구글 박선경 상무는 "구글은 다양성과 포용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회사로, 그러한 사회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서울시향에서 일어난 이 사연을 전해들었고, 발달장애 아동 등 다양한 아이들이 음악을 가깝게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후원하게 됐다"며 "지난해는 급하게 일이 진행이 돼 자원봉사는 하지 못했고, 올해는 미리 준비해서 자원봉사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와 진행하게 됐다. 지난해 프로그램 진행 후 회사 내부에서도 반응이 좋아 추가 지원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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