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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100억 계약? 한콘진 등 지원 없었으면 불가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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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과 100억 계약? 한콘진 등 지원 없었으면 불가능했죠"

    [노컷 인터뷰] ㈜제이벅스 박혜성 대표

    (주)제이벅스-우애우취 문화통신유한회사 계약 체결식. 왼쪽부터 (주)제이벅스 박혜성 대표, 한국콘텐츠진흥원 남궁영준 심천비즈니스센터장, 심천 우애우취문화통신유한회사 이해문(李海雯) 대표. (사진=한콘진 제공)

     

    지난 3일 국내 한 애니메이션 제작회사가 중국 투자사와 100억 규모 공동사업 계약을 체결했다는 희소식이 들렸다.

    그 주인공은 '느릿느릿 나무늘보 늘'의 제작사인 ㈜제이벅스. 설립한 지 약 3년 된 스타트업 회사가 거둔 이례적인 성과이다.

    제이벅스는 지난달 12일 중국 심천의 투자 마케팅회사인 '우애우취 문화통신유한회사'와 애니메이션 '느릿느릿 나무늘보 늘'(Slow Slow Sloth Neul)에 대한 중화권 판권(IP) 공동사업 및 뉴미디어 방영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제이벅스는 합작회사(JV)를 설립하고 중국으로부터 6000만 위안을 투자받을 예정이며, 총 52편의 단편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을 추진하고 현지 600여 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방영한다.

    어떤 애니메이션이기에 중국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일까. 지난 10일 제이벅스 박혜성(52) 대표를 판교 사무실에서 만났다.

    느릿느릿 나무늘보 늘. (사진=제이벅스 제공)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KBS 2TV에서도 방영했던 애니메이션 '느릿느릿 나무늘보 늘'은 빠르고 복잡한 정글 같은 도심 속 주택가 5층 옥탑방을 배경으로 나무늘보 '늘', 아르마딜로 '알', 개미핥기 '길' 세 친구의 소소한 일상 속 행복 이야기를 다룬다.

    박 대표는 "성급한 '알'과 소심한 '길' 사이에서 '늘'은 매우 느리게 행동한다. 친구들에게는 '늘'은 이상하겠지만, 사실 '늘'이 정상이다. 다른 친구들이 너무 빠른 것뿐이다"고 했다.

    '늘'은 우리 모두가 알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느림의 미학'을 쉽게 풀어낸 애니메이션이다. 박 대표가 틀어준 '늘' 영상 몇 편을 보면서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고,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중국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 애니메이션의 훌륭한 퀄리티와 제작 기법(실사원형+미니어철 촬영 소스+미니어처 컨버팅 3D BG) 등의 덕분인 동시에, 콘텐츠 안에 녹아 있는 한국인들만의 감성 덕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자본력은 중국이 더 앞서는 게 현실이고, 기술력은 아직 우리가 더 낫다고 할 수 있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곧 역전될 수 있다. 중국의 성장 속도는 무섭도록 빠르다. 하지만 콘텐츠에 담긴 감성은 한국 제작자들을 따라오기 힘들다. 감성만큼은 한국이 세계적인 수준이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제작자들도 정말 훌륭하고 존경스럽다. 하지만 우리 작가와 감독, 스태프들은 천재이다. 이 모든 성과는 이 친구들 덕분이다"고 덧붙였다.

    (사진=제이벅스 제공)

     

    중국 투자회사와 공동사업 계약을 체결한 뒤인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사실 힘들었던 시절을 이야기하려면 하루로도 부족하다.

    현재 제이벅스는 박 대표를 중심으로 판교 ICT에 7명, 서초동 스튜디오에 20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규모가 생겼고, 자리도 잡아가고 있지만, 2015년 11월 회사를 설립하기까지 4년간 흑석동 단칸방에서 라면만 먹으며 기획하던 시기도 있었다.

    회사를 설립한 뒤에는 '느릿느릿 나무늘보 늘'을 팔기 위해 박 대표는 배낭 하나만 매고, 전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미국·유럽·중국 등 애니메이션을 홍보할 수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찾아다녔다.

    박 대표는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 3년간 비행기만 400번은 탔을 거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현지 사무실도 없이 단발성으로 가는 출장은, 정작 바이어들을 만나 네트워크가 이루어져도 계약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았다.

    "어느 회사인지도 모르는 제작사의 대표라는 사람이 배낭 하나 메고 찾아와서는 명함을 내밀고 콘텐츠를 보여주니, 어떤 기분이 들었겠나. 콘텐츠는 좋으니 '신기하다, 재미 있다'며 보기는 하는데, 계약으로 안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나에 대한 신뢰가 없는 거였다. 사기꾼일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나도 그랬을 것 같다."

    그러던 중 판교 ICT에 입주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 KOCCA)·중소기업청·서울산업통상진흥원 등의 도움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박 대표는 "ICT에 들어와 인큐베이팅을 받으며, 다른 입주 업체들과 콜라보를 했고, 그 결과 훨씬 더 양질의 퀄리티를 가진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이번 계약의 경우, 한콘진 심천비즈니스센터의 입주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현지 주요 핵심 투자사 및 애니메이션 관계사와 비즈니스 매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혼자서 달려들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내가 설명하는 자리 뒤에 한국 정부 기관의 간판이 있으니, 그들도 나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성공적인 중국 진출 성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현재 제이벅스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심천비즈니스센터가 운영하는 '텐센트 엑셀러레이터센터 입주 및 지원' 프로그램 2기로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창업의 메카'로 통하는 심천 내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비즈니스 지원제도이다. 제이벅스를 포함해 5개 기업이 도움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와 기획을 가진 크리에이터(작가, 스태프)나 스타트업 회사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있어도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정부에 좋은 지원 프로그램이나 기회가 많으니, 이를 잘 활용해 갖고 해외로 나가면 좋겠다. 충분히 통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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