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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는 21세기 신자유주의적 공포의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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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좀비는 21세기 신자유주의적 공포의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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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좀비 사회학'

    영화 '부산행' 스틸컷 중. (자료 사진)

    '워킹데드', '월드워Z', '바이오해저드', '부산행'.

    핏기없이 썩은 얼굴에 인육을 즐기고 기괴한 걸음걸이로 사람을 뒤쫓는 살아 있는 시체 좀비가 세계적으로 붐이다.

    좀비는 한때 일부 마니아들이나 찾던 컬트적 소재였으나, 지금은 영화·애니메이션·게임에 두루 등장하는 메이저 장르로 부상했다.

    신간 '좀비 사회학'(요다 펴냄)은 좀비가 폭넓은 수요를 유발하며 각종 오락·문화 콘텐츠의 소재로 쓰이는 '좀비 현상'의 정치·사회적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일본 신예 문예평론가인 저자 후지타 나오야는 21세기 초반을 경과하는 지금의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는 하나의 표상으로 좀비를 분석한다. 그가 좀비를 통해 읽어내는 것은 현대사회와 현대인의 내면에 자리 잡은 '신자유주의' 코드다.


    좀비 영화의 대표적 고전으로 꼽히는 조지 A.로메로 감독의 1978년작 '시체들의 새벽'을 보면 좀비물의 기본 포맷이 잘 드러난다. 좀비에 포위돼 쇼핑몰에 갇힌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벽을 만들어 숨지만 물자는 고갈되고 한 사람씩 희생된다.

    이후 나온 좀비 영화나 드라마도 대부분 유사한 포맷을 따른다.

    저자는 현대인의 심리 속에서 좀비의 역할을 '이미지너리 에너미(imaginary enemy·가상의 적)'라는 사회학적 개념으로 분석한다.

    현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양산하는 대중적 콘텐츠들은 주로 내면의 공포나 불안을 가공의 존재에 투영하고서, 그것을 픽션 속에서 물리침으로써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구조로 돼 있다. 이 가공의 적이 바로 '이미지너리 에너미'다.

    냉전 시대에는 이웃이나 친구들이 전혀 다른 존재(우주에서 온 생명체)로 바뀌는 상황이 공포의 중심이었다. 이때 '다른 존재'는 우리 주위에 간첩처럼 숨어든 빨갱이(공산주의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냉전 시대의 이데올로기 대립에서 온 공포가 투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좀비는 냉전 체제가 해체되면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시대의 새로운 공포를 반영하는 것으로 저자는 해석한다.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공적 개입을 줄이는 대신 경제 문제를 민간의 자유로운 경쟁에 맡겨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심판관 혹은 중재자로서의 정부가 약화되거나 존재하지 않는 무정부적 경쟁체제를 낳을 수 있다. 그리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동류끼리 뭉쳐 타자(他者)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길밖에 없다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 이어진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선 방어벽을 쳐야 한다.

    방어벽 너머의 좀비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선 배제해야 마땅한 타자를 상징한다. 타자는 다른 인종이나 민족, 계층, 계급, 국경선을 넘으려는 이민자일 수도 있다.

    방어벽이 무너져 좀비에게 쫓기는 공포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해 기득권을 잃게 되는 공포가 투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 문명이 몰락하거나 공권력이 무력화되면서 사방천지에 좀비가 우글거리게 된 설정 자체가, 정부 역할이 사라져 각자의 이기심과 자력구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무한경쟁 상황에 대한 메타포인 셈이다.

    그렇다면 가족이든, 친구든 좀비에게 물리면 가차 없이 내버려야 하는 영화 속 철칙은 무엇을 의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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