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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여의도 떠난 한국당…언제 다시 돌아오나



국회/정당

    11년 만에 여의도 떠난 한국당…언제 다시 돌아오나

    총선‧대선‧지선 3연패로 재정압박
    영등포 새 당사로 이전, 월세 약 1억원에서 2천만원으로 감소
    민주당, 지난 대선 앞두고 200억원 상당 당사 매입…승승장구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과 안상수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 등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11년간의 여의도 생활을 접고 영등포로 당사를 이전하며 당 현판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11년 만에 여의도를 떠났다.

    한국당은 11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기존 당사(한양빌딩)에서 현판 철거식을 진행한 뒤 20분 후에 자동차로 5분 거리인 영등포동 소재 새 당사(우성빌딩)에서 제막식을 개최했다. 지난 2016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에 이어 6‧13 지방선거까지 3연패로 인해 당세(黨勢)가 기울면서 재정 압박에 시달린 끝에 선택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미 지난해 말부터 당사를 이전한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럼에도 이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을 당 지도부 인사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철거식과 제막식에 모두 참석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인사들은 ‘쇄신’과 ‘변화’만을 강조하며 말을 아꼈다.

    ◇당사(黨舍)의 정치학…선거 승패와 맞물려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정당들은 여의도 당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당직자들은 의원들과 수시로 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주로 머무는 국회와 가까울수록 업무 능률이 좋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여의도에 재입성한 한국당의 전신 한나라당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이어 배출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특히 젊은 당직자들은 2007년 이후 당에 들어온 경우가 많아 ‘여의도 당사’ 이외 다른 곳에서의 경험이 없다.

    패배의 대가는 썼다. 평소 같으면 정장 차림으로 당사를 지키던 당직자들이 이날은 아침부터 캐주얼 복장으로 분주히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당사 앞에 세워진 이삿짐 트럭에는 박스로 포장하고 테이프로 묶은 의자와 집기 등이 실렸다.

    한국당은 기존 당사의 2~6층과 7층 일부를 사용해왔다. 이번 당사 이전에서는 4층에 있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를 제외한 모든 조직이 새 당사 또는 국회로 이동한다. 당에서 쓰던 대형 책상과 의자 등을 담기 위해 각 층마다 박스와 담요, 테이프 등이 놓여 있었다.

    5층 사무총장실에서 짐을 정리하던 한 당직자는 “오늘은 일단 당사 현판만 떼어 새 당사에 붙이고 본격적인 이사는 며칠이 걸릴 것”이라며 “사무실 이사에 동원돼 본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재정압박에 여의도에서 영등포로…권토중래 노려

    지난 11일 당사 이전 작업 중인 한국당 당사 내부 한국당. 사진=CBS정치부 이정주 기자

     

    한국당이 여의도 당사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한 달 임대료가 약 1억원에 달하는 여의도 당사에 비해 새 당사는 5분의 1에 불과한 2000여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새 당사의 전체 8개 층 중에서 2개 층만 임대하기로 한 것도 비용 절감 차원이다.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당은 새 당사의 2, 3층만을 사용하는데, 2층에는 민원소통국과 총무국, 다목적강당이 들어선다. 3층에는 당 대표, 사무총장 등이 사용하는 당직자실과 회의실 1개만 배치했다. 기존 당사에서 사용하던 면적에 비하면 15%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한국당도 여의도를 벗어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인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차떼기 사건’이 논란이 되자, 2004년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천막당사라는 파격을 보인 바 있다.

    약 3개월 간의 천막당사 생활을 끝내고 강서구 염창동에서 3년을 머문 뒤, 2007년 여의도로 재차 입성해 보수정권 9년의 전성기를 구가한 것이다. 당세가 기울면서 여의도를 벗어나게 된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를 재기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 권한대행은 제막식에서 “기존의 기득권과 잘못된 인식들을 전부 여의도 당사에 버려두고 오로지 국민의 삶만 생각하는 진정한 서민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영등포 당사는 한국당에게 새로운 기회 부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3개월 앞두고 당사 매입…격세지감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 자유한국당 신당사에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등 당직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여의도에서 밀려난 한국당과 달리 연이은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인근 당사를 매입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을 3개월 앞둔 지난해 2월 국회 앞 10층짜리 건물을 매입 후 둥지를 틀었다. 대선을 앞두고 당 조직의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위해 약 200억원에 달하는 건물을 직접 매입했다는 설명이다.

    매입 비용의 80%를 10년 동안 분할 납부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받아 매월 약 5000만원의 이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임대료에 비하면 매입이 더 경제적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불법 창당자금 사건이 논란이 되자 당시 정동영 의장은 호화당사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영등포 청과물시장 내 옛 농협공판장 자리로 이전했다.

    이후 복잡한 당명 만큼이나 수차례 당사 이전을 거듭해 현당사에 둥지를 틀었다.

    대선이나 총선 등 굵직한 정치이슈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각 당이 원내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당사가 갖는 정치적 의미나 상징성은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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