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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박훈정 감독, "신인 여배우 액션물…다들 흥행 못한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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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 박훈정 감독, "신인 여배우 액션물…다들 흥행 못한다 했죠"

    [노컷 인터뷰] 여성 원톱 액션물 '마녀' 기획부터 제작까지 겪어야 했던 고충들
    "내가 보고 싶은 영화 아무도 만들어주지 않아서 스스로 제작"
    "시리즈 3편 안에 끝날 지 장담 못해…이미 구상은 끝냈다"
    "자윤 캐릭터에 전형적인 여성성 부여할 생각 없어"

    영화 '마녀'의 박훈정 감독.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확대이미지

     

    각본 두 편,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총 다섯 편. 박훈정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생각 외로 단촐하다.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하던 그는 2012년 영화 '신세계'로 감독인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신세계'는 거대한 신드롬을 일으키며 남성 누아르를 대표하는 작품이 됐고, 충무로에서는 이와 비슷한 영화들이 우후죽순 제작됐다.

    첫 단추를 잘 꿰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이후 내놓은 '대호', '브이아이피' 등은 생각 외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바로 1년 전 '브이아이피'에서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살해 묘사가 불필요하게 잔인하다는 비판과 함께 여성 혐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넘어 지금 박훈정 감독은 다시 스타트 라인에 섰다. 여성 주연의 액션 시리즈물 '마녀'는 그가 '대호' 이전부터 구상해 왔던 이야기다. 그리고 '마녀'가 시작된 순간,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중견 남성 배우들이 아닌 신인 여성 배우들과 손을 잡았다. 투박하고 거친 느낌의 액션 또한 날카롭게 정제됐다.

    '몇 편으로 끝날지 모른다'는 말처럼 이제 시작일 뿐인 '마녀'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박훈정 감독과의 일문일답.

    ▶ 주인공을 여자 고등학생으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 남자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면 일단 나부터 보러 갈 것 같지가 않다. 여자 고등학생 캐릭터이니까 반전도 강하게 오는 거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약하거나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상이 이야기를 뒤집어 버리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 초반에 주인공 자윤의 생활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바로 액션으로 들어가지 않아 전개가 늘어지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자윤이라는 대상에 대해 애정을 가진 세계가 있는 거다. 그건 시설과는 정반대의 세계다. 그 두 세계가 대비가 되도록 그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지금까지 내 모든 영화가 호흡이 빠른 편은 아니다. 내 성향이 그런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앞부분 이야기가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후반부에 자윤이라는 캐릭터가 완전히 악한 캐릭터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전반부에 그렇게 캐릭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영화 '마녀'의 박훈정 감독.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확대이미지

     

    ▶ 여성 원톱의 액션물이라 사실 투자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좀 있었겠다.

    - 김다미를 포함해서 신인 여자 배우들 세 명을 뽑아 놓고 본격적인 시작을 하려고 하는데 다들 불안하니까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고 그랬었다. 그런데 이미 내가 오디션 합격 통보를 해서 늦었다고 그랬지. 국내 투자사들은 이 영화가 한국에서 안될 거라고 봤다. 워너브러더스는 본사도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많이 하고, 할리우드 입장에서 봤을 때, 60억 짜리 해외 로컬 영화 제작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예산도 저예산이지, 스크립트도 재미있고, 만드는 사람도 의지가 강한데 대체 뭐가 문제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그랬다.

    ▶ 기존 여자 배우들 가운데에서 주인공 물색을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신인 기용 때문에 리스크가 더 커진 측면도 있지 않았나.

    - 일단 기존 여자 배우들 중에서는 자윤 역을 내가 떠올리지 못했다. 투자 쪽에서는 60억 짜리 여성 원톱 영화는 감당할 배우도 없다고 하더라. 그렇게 이야기를 해서 역으로 신인을 하면 어떠냐고 제안을 했는데 너무 위험성이 크다고 했었다. 그러면 제안을 달라고 했더니 그들도 없다고 하는 거다. 김다미는 내가 어렴풋이 그리고 있었던 자윤 이미지와 흡사했고, 선과 악, 양극단을 표현할 수 있는 얼굴이었다. 연기를 또 안정적으로 잘했다. 이 친구 정도면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밀어붙였다.

    ▶ 실제로 성공을 거뒀던 남성 중심의 누아르 영화 등 자신있는 영화를 차기작으로 할 수도 있었는데 왜 하필 '마녀'였을까. 이런 모험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 나보다는 워너브러더스가 모험을 한 거다. 난 그냥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다. 물론 내 제작사에서 만든 영화니까 제작사가 가진 리스크도 있지만, 애초에 온전하게 내가 영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어서 제작사를 만들었다. '마녀' 같은 기획은 리스크가 크니까 나중에 하고 다른 걸 먼저 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어쨌거나 나는 신나게 만들었고, 일단 감독은 그런 게 있다. 만들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긴 해야 된다. 나는 정말 이런 영화가 보고 싶은데 누가 만들어주지 않으니까 내가 만드는 것도 있다.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심리가 좀 있다. 욕이란 욕은 다 먹어도 감수하는 거다.

    영화 '마녀' 현장의 배우 최우식과 박훈정 감독.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확대이미지

     

    ▶ 후반부 액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던 거칠고 투박한 액션이 아니라 상당히 세련된 맛이 있는 액션인데,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캐릭터들의 액션 구현이 잘 됐더라.

    - 사실 관객들이 한국 영화에는 리얼리즘을 중요하게 여겨 염려들이 많았다. 아예 만화적인 설정이니까 그런 캐릭터가 맞다고 생각했다. 만화 같은 설정을 해놓았으니 캐릭터도 그렇게 뛰어놀아야 어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마 일본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이 영화가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구성과 스토리, 설정 속에서 헤엄치는 느낌이 날 것 같다. 그런 지점에서 고민을 했다. 재미있게 오랜만에 몸을 풀듯이, 놀듯이 싸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마 이런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 중 이만큼 자신만만한 캐릭터도 없을 거다. 보통 뜻하지 않은 능력에 딜레마를 느끼지만 자윤은 어차피 가지게 된 능력에 관해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 결말 이후에 나오는 에필로그를 보면 마치 2편을 미리 제작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마녀'가 시리즈물이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다음 편 제작에 대한 확신 없이 이런 장면을 넣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 영어 제목에는 첫번째 시리즈임을 넣었는데 관객들이 유심히 볼 것 같지 않더라. 처음부터 시리즈 기획이고 뒷이야기가 있는 거라 다음 편에서 이어진다는 것을 확실히 해주고 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감독 입장에서 보면 판권을 갖고 있는 투자사 워너브러더스에 무언의 시위도 되는 거지. 에필로그에 나오는 또 다른 등장인물은 '브이아이피'에서 북한소녀 역을 맡았던 배우 정우림이다. 원래 마지막 장면이 태국 방콕이어서 거기에서 촬영한다고 조민수 배우한테 이야기도 다 했었는데 제작비 문제 때문에 결국 태국을 못가고 제주도로 갔다. 가을 방어회 맛있으니까 제주도로 가시자고. (웃음)

    ▶ 2편에 대해 어느 정도 구상한 바는 있을 것 같다. 예고를 살짝만 해준다면.

    - 일단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는 끝까지 갈 거다. 아까운 캐릭터들이 있으니까 솔로 무비도 해보고 싶고, 기회가 되면 다른 영화와 이 영화를 합칠 생각도 있다. '마녀'가 3부까지 있다고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거기까지 가도 안 끝날 수 있다. 자윤이 어디까지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구상을 다 했고, 죽었던 캐릭터 중 누가 다시 나올 건지도 구상돼 있다. 물론 나중에 배우들 스케줄 따라서 변동은 있을 수 있다.

    영화 '마녀'의 박훈정 감독.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확대이미지

     

    ▶ 조민수가 그렇게 본인 칭찬을 하더라. 현장에서 스태프들도 너무 잘 챙기고, 화날 일이 생겨서 언성이 높아져도 결국 본인이 먼저 미안해한다고.

    - 현장은 너무 즐겁다. 힘들고, 스트레스도 받는데 기본적으로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은 다 우리 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촬영하다보면 큰 소리도 나고 그렇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되도록이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게 나한테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분위기가 좋아야 일하는 것도 즐거우니까.

    ▶ 뛰어난 액션 능력을 갖춘 여성 캐릭터가 있어도 여기에 전형적인 여성성을 강조하거나 모성애, 로맨스 등을 입히면서 비판을 받은 사례도 있다. 자윤이라는 캐릭터에는 이런 지점이 거의 보이지 않더라.

    - 캐릭터의 성별에 따라 '여성적인' 무언가를 부여할 생각이 없다. 굳이 여성이니까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건 아닌 것 같다. 부모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어머니든 아버지든 아이에게 애정을 가지고 대하는데 제 3자가 보는 입장에서 모성애는 이렇고, 부성애는 저렇다고 구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주인공 성별에 따라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정해지는 게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이 이야기에 가장 어울릴만한 캐릭터는 누구인지 생각한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극을 이끌어 가는데 가장 적합한 캐릭터는 누구인지 고민하는 거다.

    ▶ 2010년 영화 '혈투'로 감독으로 데뷔해 8년이 흘렀다. 영화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나 연출 방식 등이 변한 게 있나.

    - 크게 바뀌거나 그런 건 없다. 사람은 원래 잘 바뀌지 않는다. (웃음) 어느 순간 내가 영화적으로 겉멋을 부리거나 이런 게 눈에 보이더라. 나도 모르게 그런 게 들어갔다 싶어서 이제 그러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은 했었다. 어쨌든 내 소신은 무조건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거다. 재미가 있어야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의도도 생각을 해주고 하는 거지, 영화가 더럽게 재미가 없는데 그 영화를 떠올리겠나. 관객들은 영화를 보러 오는 거지 감독의 의도를 봐주려고 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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