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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쪽방 예멘 난민 "전쟁 끝나면 가족 품으로…"



인권/복지

    이태원 쪽방 예멘 난민 "전쟁 끝나면 가족 품으로…"

    난민 심사중인 '선배' 예멘인 10여명, 쪽방에 머물러
    "내전 피해 왔다…가짜 난민 아냐"

    서울 이태원동 예멘 난민들이 모여사는 쪽방 모습(사진=김재완)

     

    최근 제주에 급증한 예멘 난민을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들보다 먼저 국내에 들어와 있던 '선배' 예멘 난민들이 있다.

    이들은 지금은 그럴 형편이 되지 않지만, 언젠가 전쟁이 끝나면 하루빨리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지난 7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쪽방엔 예멘 난민 10여명이 머물고 있었다. 방 두칸짜리 쪽방엔 2층 침대가 여러 대 놓여 있었고 누런 에어컨 위에는 이들의 짐과 옷가지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이들 쪽방 난민들은 예멘 내전을 피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한국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냈다. 아직 심사 중이므로 법적으로 체류가 가능한 상태다. 2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은 고국에 돌아갈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이태원 쪽방에 모여 앉은 예멘 난민(사진=김재완 기자)

     

    이들 가운데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무함마드(25)씨는 "예멘에 남은 가족이 그리워 매일같이 꿈을 꾸지만, 내전이 계속돼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무함마드씨와 이주민 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그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수도 산하에 살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러다 4년 넘게 계속된 내전으로 온 가족이 생존을 위해 요르단, 말레이시아 등으로 흩어졌다. 그 역시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입국했다.

    무함마드씨는 "반군들이 수백명의 친구들을 죽이는 걸 두 눈으로 봤다"며 "만약 예멘에 간다면 반군이 나도 죽일 것"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인터뷰 중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게말(37)씨의 경우 동네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전으로 별안간 마을에 쳐들어온 반군에게 아버지는 물론 100명이 넘는 이웃을 잃었다고 했다.

    게말씨는 이어 "만약 예멘에 남아있었다면 나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며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이들은 아울러 자신들이 '가짜 난민'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심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3년 전 한국에 왔다는 하산(30)씨는 "내전 전엔 단 한번도 해외에 나간 적이 없다"며 그저 '살기 위해' 안전한 땅인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자국의 하디 대통령이 수도인 산하에 돌아오고 내전이 종식되는 시점이 바로 자신이 예멘으로 돌아가는 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생활 4년 차 왈리드(40)씨는 자신의 딸 사진을 꺼내며 "한 번도 보지 못한 딸이 이렇게 클 만큼 오래 떨어져 있었는데 가족이 얼마나 보고 싶겠냐"고 털어놨다.

    자신의 딸 사진을 보여주는 왈리드씨(사진=김재완 기자)

     

    이들을 돕고 있는 이주민지원센터 김기학(52) 센터장은 국제법상 현실적으로 난민을 바로 거부할 수 없는 만큼, 체류 기간 기본권 보호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다른 이슬람권 국가와 달리 예멘 난민들은 실제 내전을 피해온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내전이 발생한 2013년 전엔 예멘 난민들이 거의 한국을 찾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이 가짜 난민이 아니란 방증"이라고 했다. 또 "일단 들어온 난민이라면, 보살펴 주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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