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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 박정민, "흑역사 정면돌파? 말 못할 일들 투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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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산' 박정민, "흑역사 정면돌파? 말 못할 일들 투성이죠"

    [노컷 인터뷰 ①] 박정민에게 이준익 감독과 김고은이 가지는 의미
    가사 참여부터 랩 도전까지…'변산'을 그토록 사랑한 이유들

    영화 '변산'에서 고향으로 소환된 무명 래퍼 학수 역을 연기한 배우 박정민.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확대이미지

     

    독립투사 송몽규, 서번트 증후군 진태 그리고 무명 래퍼 학수까지. 영화 '동주'에서 첫 주연을 맡은 이후, 충무로에서 박정민이 걸어 온 행보는 '도전' 그 이상이었다. 대역으로 대체 가능한 기술적인 부분까지 그는 완전히 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는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진태를 연기하기 위해 몇 달 동안 피아노 연습에 매진했고, 이번 영화 '변산'에서는 래퍼라는 역할에 걸맞게 학수가 부를 곡을 작사하는 나날을 보냈다.

    "쉽지 않죠. 하면서는 너무 힘들어요. 제 노력과 결과물에 따라 영화의 질이 달라지는 거라서 부담스럽거든요. 랩 가사를 쓰는 게 결국 학수 입장에서 대본을 쓰는 것과 다름 없었어요. 학수의 속마음을 담은 노래가 영화에 중요하게 세 군데 정도 들어가는데 촬영이 다 끝나고 2~3개월 있다가 새로 노래를 만들기도 했었어요. 그 때는 이미 학수에게서 다 빠져나왔는데. (웃음) 밤새서 가사 쓰고 아침 6~7시쯤 보내드리고 다시 자고 일어나면 퇴짜 맞아 있어요. 그럼 또 머리 쥐어뜯고…. 그렇게 한 3~4개월 보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왜 박정민은 이런 어려운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일까. 랩 가사를 쓰고 그것을 스스로 하나의 곡으로 완성시키는 과정 하나 하나가 박정민에게는 학수라는 인물의 전사를 탄탄하게 쌓아가는 작업이었다. 그 나름대로는 학수를 깊이 알아가고자 했던 것이다.

    "학수라는 인물을 가장 많이 연구한 건 나니까 그래서 처음 랩 가사를 쓰기 시작했어요. 원래 제가 학수의 상황에 대한 글을 쓰면 얀키 형이 그걸 가사로 바꾸는 공정을 거치려고 했는데 왜인지 제가 한 번 가사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가장 처음 했던 작업이 어머니에 대한 랩이었는데 다 써서 보여드리니 이대로 가도 되겠다고 하셔서 녹음을 했죠. 다음곡도, 그 다음곡도 그러다보니 나온 거예요. 어쨌든 모든 랩들이 시나리오 정보 만으로는 쓸 수 없고, 제가 상상해서 학수에 대한 전사를 만들어서 넣어야 되는 거였거든요. 그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해서 학수를 연기할 때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영화 속 학수는 자신의 외면하고픈 과거와 끝내 맞서 정면돌파를 감행하는 인물이다. 보통 현실에서는 학수처럼 흑역사를 마주했을 때 피하지 않고 부딪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과거의 상처나 오점 등은 덮어두고 살아가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맞아요. 학수의 선택이 일반적인 선택은 아니죠. 그냥 메뉴판 같은 역할이 아닐까요. 시원하게 해소의 방법을 관객들이 보시고 각자 어떤 것들을 느끼길 바란다는 마음에서. 저 역시도 말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고, 진짜 잊어버리고 없었던 일처럼 묻어 두고 살아가죠. 그러다가 그런 기억들이 올라와서 절 괴롭히면 우울해지고. 근데 내가 정면돌파하겠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결국 사람과의 일이니까 그 사람이 원하지 않으면 해결 방법이 없는 거니까."

    영화 '변산' 스틸컷.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확대이미지

     

    박정민은 이번에 '동주'에 이어 다시금 이준익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벌써'가 아니라 '아직' 두 번째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만큼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라면 주연이든 단역이든 특별출연이든 역할 가리지 않고 참여하고 싶다고. 매번 이준익 감독과의 작업에서 성장하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재미있는 건 제가 작업한 감독님 중에 이준익 감독님이 가장 나이가 많은데 가장 편해요. 사실 감독님이랑 저랑 성향 자체도 다르고, 물론 세대 차이가 있죠. 보통은 감독님이 당연히 저보다 아는 것도 많으시고 경험도 많으니까 따라가는데 진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거든요. 감독님은 저희 같은 젊은 세대가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다면 솔직하게 의견을 말해주는 걸 좋아하세요. 저희 얘기만 듣는 게 아니라 막내 스태프들 얘기까지도 다 들으시고요. 기분 나쁠 수는 있어도 절대 티를 안 내시고 고맙다고까지 하시니까요. 마치 제가 공동 창작자가 되는 느낌이죠. 감독님이 늘 말씀하시는 건 감독은 누군가의 의견을 조율하는 사람이고 심부름꾼이라는 겁니다. 이런 경험 덕분에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영화를 만들어 가는 게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물론 감독님들마다 성향이 다르니 허용이 되는 선 안에서 배우가 아이디어를 내는 건 임무 중의 하나이고, 또 영화에 도움이 하나라도 된다면 보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이렇게 해보려고 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던 배우 김고은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그에게는 여러모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주연인 자신이 해야 했던 현장 분위기를 돌보는 역할 역시 김고은이 전적으로 맡아줬다며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고은이랑은 학교 다닐 때부터 친했어요. 경험에서도 그렇고 어쨌든 모든 면에서 고은이가 저보다는 철이 든 아이라고 생각해요. 저한테 고은이가 알려줄 수 있는 게 더 많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죠. 서로 너무 친하고 아끼니까 힘든 거 없냐고 물어보면서 많이 도와줘요. 우리 둘이 일터를 완전히 놀이터처럼 만들어 버려요. (웃음) 좋은 사람들끼리 영화를 찍는 거고, 고은이 또한 현장에서 너무 즐겁게 촬영해서 영화를 보니 '포텐'이 터졌더라고요. 그런 고은이 모습 보면서 저도 너무 재미있고 뿌듯했어요. 사실 제가 매 장면마다 나오니까 늘 현장에서 힘을 줄 수가 없는데 고은이가 그런 역할을 대신 해줘서 받기만 하고…. 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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