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파수꾼', 글 그리고 20대…박정민이 쓴 청춘 보고서



영화

    '파수꾼', 글 그리고 20대…박정민이 쓴 청춘 보고서

    [노컷 인터뷰 ②] 영화학도에서 배우로 데뷔하기까지
    "개완하지 못했던 20대, 모호함으로 꽉 막혀 있었다"
    "다시 내 이름으로 책 낼 생각 없어…글쓰는 이들에게 실례"

    영화 '변산'에서 고향으로 소환된 무명 래퍼 학수 역을 연기한 배우 박정민.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변산'은 안 풀리는 청춘들에 대한 영화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박정민은 스스로 '답답한 청춘'을 보냈다고 회상한다. 지금도 여전히 바쁘게 청춘의 열정을 태우고 있는 그에게 20대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어렸을 때는 다양한 경험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신문배달부터 보습학원 운전기사까지 온갖 아르바이트를 섭렵했다.

    "'당신의 청춘은 지금 개완한가요'라는 영화의 문구가 저를 콕 찌르는 게 있더라고요. 저는 '아니요'니까 그럼 개완한 청춘을 보여줄테니 우리 영화를 보라는 거죠. (웃음) 20대를 돌이켜본다면 그냥 꽉 막혀 있었어요. 굉장히 모호하고 관념적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뭔가 열심히는 하는데 이게 뭐가 좋은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는 생각을 하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막 하는 상태였달까요. 그러다 보면 남는 게 없는 거죠. 데뷔 후에는 욕심 때문에 만족하지 못해서 멀리 보지 못했던 마음이, 그리 평온하지 않아서 개완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원래 박정민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를 전공했지만 '영화보다는 연기가 맞다'는 생각에 연극원 연기과로 전과했다. 같은 한예종 출신 이제훈과 출연한 영화 '파수꾼'은 그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해 주목을 받았을 때는 사실 너무 데뷔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첫 장편영화니까 학교 단편영화 찍는 것보다는 열심히 하긴 했지만요. 그런데 너무 예상치 못하게 영화가 상을 휩쓸면서 동시에 제게도 관심이 생기게 된 거죠. 미처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데뷔를 해서 마음이 평온하지 못했지만 (이)제훈이 형처럼 잘해나갈 수 있을까, 다음 작품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어요. 영화과에서 연기과로 옮긴 것, '파수꾼' 출연. 이게 제 인생의 변곡점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찍는 영화에 제가 나오면 되겠다는 생각에 영화과를 간 건데 둘 다 소질이 없으면 재미있는 걸 하겠다고 생각해서 연기과로 전과를 했거든요."

    박정민은 유독 또래의 다른 배우들보다 쉬지 않고 일한다. 벌써 '변산' 이후에도 나올 영화만 공식적으로 세 작품이다. 배우들은 촬영 동안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며 에너지를 소진하기 때문에 보통 한 작품이 끝나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연달아 촬영에 들어가며 바쁘게 살아가는 이유를 물어보니 도리어 '다들 그렇게 살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저희라고 뭐 다를 게 있나요. 보통 직장인들이 1~2주만 쉬어도 푹 쉬는 거잖아요. 2주 이상 뭘 안하면 뭔가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스물스물 올라와요. 인간은 노동하는 동물이라 그런지 저는 현장에서 일하는 게 한창 재미있어요. 걱정을 많이 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어쨌든 제가 재미있는 걸 하는 게 행복한 거니까 해야죠."

    영화 '변산'에서 고향으로 소환된 무명 래퍼 학수 역을 연기한 배우 박정민.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매체수가 많아져 일대일 인터뷰 문화가 사라지는 와중에도 박정민은 촬영 스케줄이 비어 기회만 된다면 그런 인터뷰를 자청한다. 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번잡스러움을 감수하고서라도 그가 일대일 인터뷰를 지향하는 건 좀 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답을 하는 건 그냥 너무 재미가 없어요. 사실 그러면 서면 인터뷰를 하면 되니까 이 자리의 의미가 없어지잖아요. 제가 체질적으로 정석적이고 간질 거리는 걸 못 견디기도 하고요. 뭐든 소통의 시대인데 굳이 벽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느껴요."

    글을 쓰는 것 역시 그런 솔직한 표현 방법 중의 하나다. 박정민은 '변산'에 참여하기까지의 과정을 '브런치'에 작성해 대중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산문집 '쓸만한 인간'처럼 배우 박정민의 이름으로 저서를 발간할 생각은 없다.

    "'브런치' 글은 사실 말 한마디, 문장 하나 누가 내게 관심이나 있겠냐는 생각에 쓰는 거죠.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 수 있겠다는 인식을 못했는데 가끔 그런 순간이 있음을 깨달아요. 쓰기 위해 글을 쓰는 건 재미가 없고, 쓸 말이 없어요. 일단 지금은 '쓸만한 인간'에 모두 한 것 같아요. 앞으로 제 이름으로 책이 나오는 일은 없을 거 같고요. 일단 제가 연예인인데 어떤 인지도를 통해 그런 책 한 권을 만든다는 게 글쓰는 분들에게는 허탈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분들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요. 만약 또 책을 내게 된다면 출판사를 찾아가서 '박정민' 이름으로 내지 않을 건데 괜찮겠느냐고 물어볼 거예요. 박정민이 쓴 책이 아니어도 이 책이 꽤 괜찮다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면 출판은 지양하려고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