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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는 행동하기"…김고은이 김고은으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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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보다는 행동하기"…김고은이 김고은으로 사는 법

    [노컷 인터뷰] "의도와 다르게 전달된 말에 상처 받은 적 있다"
    "작품 선택할 때는 스스로 객관화시켜서 바라보는 게 가장 중요"
    "이준익 감독은 멋진 어른…'변산' 촬영하며 좋은 에너지 얻어"

    영화 '변산'에서 학수를 짝사랑한 고등학교 동창 선미 역을 연기한 배우 김고은.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스스로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보려고 해요."

    tvN 드라마 '도깨비'의 성공 이후, 1년 반만에 '변산'으로 돌아온 김고은의 얼굴은 밝았다. '변산'의 선미는 언뜻 보기에는 조용하지만 주관이 뚜렷한 청춘이다. 비록 자신의 첫사랑일지라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하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현명하게 답을 찾아 나간다.

    자신만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청춘 캐릭터. 사실 지금 누구보다 분주하게 청춘을 보내고 있는 김고은에게도 그리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부터 기분이 좋았어요. 이 장면, 저 장면 막 상상하면서 읽었거든요. 가장 와닿았던 대사는 '값 나가게는 못살아도 후지게는 살지 말라'는 선미의 대사인 것 같아요. 제가 살고 싶은 삶의 이상향이 막연했는데 그걸 대사로 정리해준 것 같은 느낌이에요. 값 나가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는 계속 바뀔 것 같아요. 그런데 후지게 살지 않는 게 뭔지 알 것 같아요. 무엇인가에 대해 맹목성을 가지는 걸 경계하면서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변산'을 하면서 제가 말한 것 이상으로 정말 좋은 에너지를 받았어요. 앞으로 배우 생활에 있어서 좋은 에너지와 원동력이 될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촬영 도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노래방에서 랩을 하는 장면에서 당연히 수월하게 찍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무반주라 소름이 끼쳤다고. 실제 김고은은 스트레스가 쌓이면 노래방에 가서 랩은 물론이고 창(唱)까지 소화한다. 창 중에서는 춘향가에 나오는 '쑥대머리'가 애창곡. 여러모로 그에게는 행복한 기억과 즐거움이 가득했던 현장이었다. 여기에는 현장을 이끄는 이준익 감독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

    "너무 멋진 어른이세요. 선배들이 이준익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나면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 하길래 그게 너무 궁금했거든요. 사실 매 순간 행복하게 하기는 힘든데…. 촬영을 들어갔더니 무슨 말인지 알게 됐어요. 감독님은 본인이 화날 만한 상황에서도 막 혼자 웃어버리고, 내 잘못이라며 넘어가세요. 누가 실수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으시고요. 감독님이 현장에서 가장 큰 어른이신데 그렇게 해주시니까 모든 게 다 웃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됐어요. 또 감독님 앞에서는 서로 오글거려서 이런 말 못해요. (웃음) (박)정민 선배까지 저희 셋은 서로 '디스'하면서 구박하는 느낌으로 그랬어요."

    영화 '변산'에서 학수를 짝사랑한 고등학교 동창 선미 역을 연기한 배우 김고은.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박정민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한 학번 선후배 사이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너무 친한 관계라서 오히려 일적으로 만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한 학번 차이는 교류가 많아서 친했거든요. 서로 고민하는 지점이랑 생각하는 지점이 비슷했던 것도 많이 있었고, 상담을 많이 하던 사이였어요. 이게 지나친 멜로였으면 좀 그랬을 것 같기도 한데 이렇게 같이 하고 나니까 이제 멜로든 뭐든 다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엄청 친한 사람과 일을 같이 해본 적은 없어서 어떨까 걱정했었는데 친해져야 하는 과정이 생략되니까 너무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이 사람이 어떨지 인지가 가능하니까 호흡도 편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사실 선배가 너무 짊어지고, 소화해야 하는 게 많았던 상태라 파트너랍시고 무슨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어요. 그냥 안하는게 조금이나마 그런 짐을 덜어주는게 아닐까 싶어서요."

    김고은의 유년시절에서 중국을 빼놓기는 어렵다. 10년 간 중국에서 지냈던 기억은 그가 선미 캐릭터에 좀 더 빠르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무려 5년 동안 짝사랑했던 상대를 만났던 곳도 중국이다. 오히려 선미의 학창시절보다도 '말죽거리 잔혹사'의 1970~1980년대와 비슷했다고.

    "중국에서 학교 다닐 때 되게 많이 맞고 자랐어요. (웃음) '말죽거리 잔혹사' 보면 되게 제 학창시절 이야기 같고 그렇거든요. 주판 수업하고, 붓글씨 쓰고 그랬어요. 중국에서 말도 타고 그렇게 자랐어요. 한국의 옛날 시골 같은 느낌이었고, 그 후에도 광주에서 학교를 다녀서 사실 시골에서 평생 나고 자란 선미를 이해하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중국에서는 승마가 엄청 저렴했는데 한국에 와보니까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아직 타본 적은 없지만 중국에서는 말 안장도 없이 타고 그랬어요."

    영화 '변산' 스틸컷.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는 그의 삶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드롬'이 일어날 정도로 거대했던 드라마의 인기는 분명 김고은의 대중적 인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고은 역시 그 지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도깨비'가 잘된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하죠. 하지만 그건 김은숙 작가님이 하신 거고, 저는 그냥 작가님이나 공유 선배를 잘 따라가기만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조금 더 갖게 된 책임감은 그 인지도로 인해 차기작을 제게 주시는 분들이 분명히 기대치를 갖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부분에 대한 책임감을 좀 무겁게 가져가야 되지 않나 싶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일기 형식의 다이어리를 꾸준히 써왔기 때문일까. 김고은은 끊임없이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습관이다. 스스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생각해야 하는 건 배우 본인의 상태인 것 같아요. 스스로를 객관화시켜서 바라봤을 때, 내 상태와 감정을 고려해가면서 작품을 선택하는 게 옳은 것 같거든요. 욕심이 나는 작품이 많아도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시기 내가 잘 소화해낼 수 있는 그런 수준을 스스로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거죠. 그 부분에 대해 시간을 많이 투자해요. 힘들수록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걸 습관화해서 그렇게 하려고 해요."

    영화 '변산'에서 학수를 짝사랑한 고등학교 동창 선미 역을 연기한 배우 김고은.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2012년 영화 '은교'로 데뷔해 2016년 '계춘할망'까지. 때로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다양한 작품 속에서 헤엄쳤던 그 순간들이 김고은에게는 스스로 생각한 '신인시절'이다.

    "'은교'라는 작품으로 바로 주연 데뷔를 했잖아요. 그 때가 21살이었는데 스스로 큰일났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부족한데 주연이 됐고, 제가 아무리 연기를 한다고 해도 얼마나 하겠어요. 그래도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쌓고 당장에 많은 것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는 좋은 선배님, 좋은 작품, 기회만 있으면 무조건 달려갔고, 두려움을 느낄법한 작품들도 했어요. 그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계춘할망' 이후에는 이제 더 이상 스스로 신인이라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어요. 작품 수도 그렇고 그럴 연차였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 작품들은 전보다 신중하려고 했고, 그렇게 나아가려고 했어요."

    '계춘할망' 당시 김고은은 인간 김고은과 배우 김고은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자기 본연의 모습을 지킬 수 있을지 고민을 느끼고 있었다. 스스로를 잃지 않는 것. 최근 노메이크업으로 진행해 뜨거운 지지를 받은 화보 역시 그런 행보의 일환이다.

    "노력해서 지키려고 하는 게 있어요. 이번에 제가 기획해서 찍은 화보가 노메이크업, 노웨어, 노스타일리스트였거든요. 내 목소리를 높여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표현하는 게 아니라 말없이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고 생각했어요. 말은 잘못하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될 수도 있고, 실제로 제가 몇 번 상처를 받다 보니 자기 방어가 생기더라고요. 어쨌든 제가 화보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각자 가지고 있는 매력이 드러났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거죠. 모두에게 각자의 매력이 있고, 그것을 찾는 건 본인의 몫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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