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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외부에' 휘두른 법관은 징계가 없었다



법조

    권력을 '외부에' 휘두른 법관은 징계가 없었다

    법관 사찰과 재판 거래만큼 심각한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
    대법원은 민간인 사찰 알고도 징계 無 "별도 조사 필요성 검토 중"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 권력을 민간인 사찰에 남용한 것을 김명수 대법원이 파악하고도 징계 청구 등 관련 조치에 나서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극단적 사례임에도 법관 사찰 관련자들에 대해서만 징계를 하는 등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대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하창우 당시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등 압박을 시도한 문건과 관련해 "별도 조사 필요성을 윤리감사관실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간 적도 없고, 징계 방침도 세워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5월 말 자체 조사에서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청와대 간 재판 거래 의혹과 법관 사찰 정황이 담긴 98개 문건을 공개하면서 연루 법관 13명에 대해 징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때 대법원이 언론에 공개한 파일 가운데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대한변협회장 관련 대응방안' 등 하 전 회장과 변협을 압박하는 문건은 포함돼 있지 않다. 징계 대상 13명 중에도 '변협 압박'이들 문건의 생산이나 지휘에 관련한 법관은 없다.

    그러나 해당 문건은 자체 조사단이 검색어 등을 통해 추출한 410개 문서파일에는 포함돼 있었다. 대법원 측이 하 전 회장 사찰 의혹을 충분히 파악하고도 이를 은폐하려 했거나, 최소한 사태의 심각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들 문건의 내용은 민간인 사찰 측면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변론권 침해 소지까지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법원 내부에서부터 "내부 조직원에 대한 사찰도 문제지만, 외부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법 권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법관 사찰·재판거래 의혹 만큼이나 사법행정권 남용의 명백한 사례라는 점에서 법관 사찰 연루자만 발빠르게 징계처분한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태가 내부 조직만의 일이라고 생각한 건지, 외부인에 대한 권력 남용에 대한 인식이 없는 건지 징계 기준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법원 측은 "조사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도 언론이 가늠할 수 있도록 조사한 주요 문건의 개수와 제목 등이 기재된 목록을 별지로 제공했다"며 은폐 시도는 없었다는 점을 강변했다. "앞으로 조사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가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앞서 진행된 자체 조사 과정에서 하 전 회장 관련 문건을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끝까지 답을 피했다. 게다가 "이미 징계시효가 지난 부분도 있을 수 있어 이에 관해서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연루 법관들의 향후 징계 가능성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 법관들의 하드디스크 등 실물 증거, 관용차 운행기록 등 대법원에 대한 검찰의 추가 자료 제출 요구는 '명분'을 얻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410개 문건에서 벌써 이런 게 나오는데, 어떻게 추가 자료 확보를 안 할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한변협 역시 "법원이 이런 비민주적 권력 남용 방안을 생각했다는 게 충격적이고 개탄스럽다"며 "법원이 법조삼륜의 한 축인 대한변협을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검찰에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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