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야권이 개헌 재추진을 위한 군불 때기에 들어갔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에 뜻을 모든 야당이 '개헌 연대'까지 구성하려 하자 개헌 보다는 개혁입법이 급선무인 여당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개헌 논의의 재점화는 보수 야당들로부터 비롯됐다.
지방선거 참패 후 당 재편에 돌입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 30일 일제히 개헌을 다시 꺼내들었다.
한국당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지방선거 후 정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국민개헌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은 "여당이 개헌 논의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지난 대통령 개헌안이 선거용이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와 연이은 당내 계파 간 내홍으로 당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놓고 한국당을 패싱하자는 민주평화당발(發) '개혁입법연대' 구상이 차츰 공론화되자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방선거를 통해 차기 총선에서 보수진영의 의석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개헌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할 경우 이번 선거 때와 같은 참패는 면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대통령 개헌안 무산 전 야3당 개헌연대를 구성했던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 등 3당은 한동안 논의가 중단됐던 개헌을 지방선거 직후 다시 꺼내놓은 속뜻에는 의구심을 품으면서도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정당 지지율에 비해 의석수가 부족한 정의당과, 국민의당의 후신인 바른미래당·평화당의 입장에서는 개헌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추진하자는 한국당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은 개헌의 의지가 강했고 한국당도 이제는 하자는 분위기여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정의당 신장식 사무총장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공직선거법으로 규정해도 되지만 비례성의 원칙을 헌법에 명문화하면 더 효과적"이라며 정의당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개혁입법 과제를 완수하려던 찰라에 개헌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자칫 개혁입법과 개헌이 맞물려 정국이 복잡하게 흐르거나 개헌이 '블랙홀' 처럼 다른 이슈를 빨아 들일수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 5월이 시한이던 개헌안 합의 무산의 책임이 있는 한국당이 갑자기 구체적인 내용도 없는 개헌 얘기를 다시 꺼내 든 것은 분명히 의도가 있는 일"이라면서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해결해야할 문제인 개헌 논의를 무작정 반대하기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 입장에서 먼저 제시해야 할 연정이나 연대의 카드를 범진보진영 내 야당이 제안하는 등 좋았던 연대의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개헌 논의에 발을 담글지 말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그간 범진보진영으로 분류되며 중요 사안에서 공동 입장을 취했던 평화당.정의당과 개헌을 놓고 대치 전선을 형성할 수도 있어서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은 숙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만 제도화할 수 있다면 민주당과 한국당 중 어느 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