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사진=이한형 기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30일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 '잊혀질 영광'과 '사라질 자유'"라고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 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탁 행정관이 사표를 내지 않았고 (직속상관인) 전·현직 의전비서관들에게도 사표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탁 행정관이 다시 하룻만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표가 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탁 행정관은 이날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애초에 6개월만 약속하고 (청와대에) 들어왔던 터라 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직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지난 평양 공연 이후"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부터 평양공연까지로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임종석) 비서실장님이 사표를 반려하고 '남북정상회담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따르기로 했다"고 지난 1년 여를 돌아봤다.
또 "여러차례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저에 대한 인간적인 정리에 (청와대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제가) 굳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이유"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청와대 선임행정관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굳힌 셈이다.
탁 행정관은 "선거법 위반 재판의 1심 결과도 사직을 결심할 수 있는 이유가 됐다. 100만원 이하의 벌금은 직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되겠지만, 제게는 오히려 떠밀려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탁 행정관은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18일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탁 행정관은 "1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며 수많은 행사를 치러낸 의전비서관실의 동료들도 이제는 굳이 제가 없어도 충분히 대통령 행사의 기획과 연출을 잘 해내리라는 믿음도 있고, 무엇보다 새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된 김종천 비서관이 있어 더욱 그러한 믿음이 단단해졌다"고 소개했다.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2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 이후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했다.
탁 행정관은 '의전비서관으로 발탁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에 사의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그(김종천 의전비서관)는 제가 청와대 안에서 유일하게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고 가장 적임자"라며 "(해당 보도의) '신박'한 해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축했다.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잊혀질 영광'과 '사라질 자유'라는 글귀를 올려 사직을 암시하자, 청와대 관계자가 "탁 행정관의 사표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는 "저의 사직 의사가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용히 떠나고 싶었는데 많은 분의 도움으로 인해 지난 1년 내내 화제가 되었고 나가는 순간까지도 이렇게 시끄럽네요"라고 덧붙였다.
탁 행정관은 "여러 소회는 언젠가 밝힐 시간이 오리라 생각한다. 굳이 이말 저말 안 하고 조용히 지내려 한다"며 "허리디스크와 이명, 갑상선 치료가 먼저라...지나치게 많은 관심에 감사했다"고 밝혔다.
탁 행정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탁월한 감각으로 각종 국가기념일 행사에서 현정부가 국민과 함께한다는 진정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토크콘서트 등 행사를 기획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과거 저서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확인돼 '왜곡된 성의식' 논란에 휩싸였다. 야권과 여성단체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탁 행정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탁 행정관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불편함을 느끼고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께 죄송한 마음을 표한다"고 정식으로 사과했다.
탁 행정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