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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좋지만 보안 우려" 이통사, 5G 장비 선정 '화웨이 딜레마'



IT/과학

    "기술력 좋지만 보안 우려" 이통사, 5G 장비 선정 '화웨이 딜레마'

    LGU+ "화웨이가 제일 좋다" 도입 기정사실화…SKT·KT '고심'
    화웨이 "보안 문제없다" 자신감…5G 단말 출시 시점 도입 변수될 듯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아시아 최대 모바일 전시회 '상하이 MWC'가 사흘간의 대장정을 끝으로 29일 막을 내린 가운데,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5G 통신장비 도입을 앞두고 '화웨이 딜레마'에 빠졌다. 내년 3월 5G 상용화를 목표로 한시바삐 발걸음을 재촉하는 상황에서 기술력과 가성비는 인정받지만, 보안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는 화웨이 장비를 선택할지 고심에 빠진 것이다.

    ◇ 통신장비 세계 1위 '화웨이' 기술력 좋지만 보안 우려·비난 여론 부담

    지난 18일 이통3사별 주파수 할당폭이 확정되면서 5G 상용화 작업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3사는 이미 올해 1분기 글로벌 제조사를 대상으로 5G 제안요구서(RFP)를 발송했고, 제안서 검토를 거쳐 주요 제조사들과 장비 기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늦어도 7∼8월에는 장비업체 선정을 마무리 짓고, 9∼10월부터 상용망 구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관심사는 중국 화웨이 장비 채택 여부다. 화웨이 장비는 5G 주력망으로 활용하게 될 3.5㎓ 대역 통신장비 개발을 이미 마친 상태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기술력은 경쟁사들보다 1분기 이상 앞서고, 가격은 30%가량 저렴하다.

    더구나 정부가 5G 상용화 시점을 내년 3월로 못 박은 만큼, "실질적으로 당장 구축이 가능한 것은 화웨이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문제는 고질적인 정보 유출 우려다. 2012년 미국에서 화웨이의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의회 보고서가 나오면서 화웨이는 사실상 미국 통신장비 시장에서 배제된 상태다. 미 의회는 이란과 거래한 혐의로 화웨이를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두고 해외 통신사와 경쟁하는 시점에 핵심 장비로 중국산을 쓰면 상용화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는 비판도 크다. LG유플러스가 2013년 국내 최초로 화웨이의 LTE 통신장비를 도입하자 미국과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던 전례가 있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두고 해외 통신사와 경쟁하는 시점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다면 과거보다 더 큰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화웨이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의 관계 역시 국내 이통사로서는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인 동시에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로서 이통사 입장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를 무섭게 추격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총공세를 펴는 상황에서 국내 이통사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미 3사 모두 화웨이 장비를 일부 채택해 쓰고 있지만, 세계 최초를 두고 경쟁 중인 5G에서 중국산 장비를 전면에 내세우기는 어렵다"며 "국내 업체와 상생도 무시 못 할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 LGU+ "화웨이가 제일 좋다" 도입 기정사실화…SKT·KT '고심'

    이런 가운데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은 화웨이 5G 장비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상하이 MWC에 참석한 권 부회장은 "화웨이 장비가 제일 빠르고 성능이 좋다"면서 "특별하지 않은 이상 현재와 같은 화웨이,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4개 밴더를 사용할 것"이라며 사실상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MWC 상하이를 방문한 황창규 KT 회장은 "중국산 5G 장비를 쓸 것이냐"는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SK텔레콤은 아예 이번 MWC 상하이에 CEO는 물론 통신장비 관련 인력도 파견하지 않았다.

    양사는 4G 구축 당시 삼성전자와 에릭슨, 노키아 장비를 채택했지만, 내부적으로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궁지에 몰리면서 5G 투자 부담이 큰 이통사로서는 '가성비' 높은 화웨이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하이닉스의 최대 고객사 중 하나가 화웨이란 점도 쉽게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 정부에 중국의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비공식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인가 사업자인 SK텔레콤과 공기업의 잔재가 남아있는 KT로서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글로벌 장비 업체 선정에 저울질하고 있는 것을 눈치챈 화웨이는 한국 기자들을 대거 초청해 연구개발(R&D)센터를 공개하고 이통사에도 전례 없는 공을 들이는 등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기도 했다.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 일정을 갖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먼저 삼성전자·에릭슨·핀란드 등을 따돌려야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특히 화웨이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보안 사고가 없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중국 정부가 화웨이에 고객이나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영향력에 놓인 화웨이의 장비에 도청과 정보 유출을 가능하게 하는 '백도어'(backdoor)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이어 "화웨이 장비 도입 시 한국이 5G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구미를 당기기도 했다.

    3사는 일단 정부의 계획에 맞춰 내년 3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변수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5G 단말 출시 시기다. 칩세트 등 핵심 부품 개발 속도를 고려하면 5G 스마트폰은 내년 1분기에나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에릭슨, 노키아의 힘겨루기도 한창이다.

    당장은 화웨이가 3.5GHz 대역 기지국 장비와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사 대비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현재 5G용 단말도 없고 주파수도 12월부터 사용할 수 있어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는 이 시기에 맞춰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장비를 쓰고 싶지만 상용화가 늦어지는 반면 화웨이는 글로벌 경쟁사보다 1분기 정도 기술력이 앞선 데다 가격도 저렴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도 "보안이나 정치 이슈가 걸림돌이 되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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