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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뉴스] 검찰은 왜 '양승태 수사'에 미온적일까?



법조

    [Why 뉴스] 검찰은 왜 '양승태 수사'에 미온적일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대기자

    '재판거래'와 '판사사찰' 의혹의 중심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 사용하던 컴퓨터가 '디가우징' 처리됐지만 대법원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아직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거나 이를 검토한다는 입장조차 밝히지 않고 있어서 수사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늘 [Why 뉴스]에서는 <검찰은 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에="" 미온적일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양승태 전 대법관, 하드디스크 자료사진 (사진=윤창원 기자, 스마트이미지 제공)

     

    ▶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컴퓨터가 디가우징 처리돼서 증거인멸 논란이 일고 있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 그런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디가우징 처리돼 복구불능으로 깡통처리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기자회견 (사진=참여연대 홈페이지 캡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BS 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재판거래' 의혹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재판간섭'이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대법원에서 제출하지 않고 있는 자료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103개 단체로 구성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도 28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야 하며, 모든 물적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장관을 지낸 천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법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강제수사는 불가피하게 되었다."며 "검찰은 머뭇거리지 말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의 전모를 밝혀라"고 촉구했다.

    한 전직 대법관은 "사법부가 이번 계기에 살도 도려내고 피 흘리는 개혁을 하지 않으면 언제 또 이런 계기가 오겠나?"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피가 뚝뚝 흘러야 한다"며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법원노조) 조석제 본부장도 지난 25일 고발인 조사에 앞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PC까지 조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대법원은 치외법권 지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진=자료사진)

     

    ▶ 검찰이 조만간 대법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까?

    = 아직은 좀 이른 것 같다. 검찰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핵심관계자는 "검찰은 가급적 임의제출 받으려고 한다"면서 "법원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검찰 고위관계자도 "이번 사안은 길게 보고 가야한다"면서 "결국은 법원에서 자료를 다 내놓게 되어있다. 증거를 인멸하지 않는한 다 내놓게 돼 있다"고 말했다.

    당장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계획은 없다는 것이 검찰 수뇌부들의 입장이다.

    ▶ 검찰이 지나치게 신중한 것 아닌가? 미적댄다는 비판을 받을 텐데?

    = 검찰이 다른 수사와 달리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나름 고충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아직은 누가 어떤 불법을 저질렀는지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려면 누가 어떤 불법을 저질렀는지 어느 정도 혐의가 나와야 한다. 고발이 20여건에 이르지만 검찰은 아직 법원에서 제출한 410개의 파일과 인적조사자료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제출된 자료가 방대하다"면서 "수사팀을 나누어 자료를 검토하고 있고 고발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검찰이나 대법원도 제출된 파일과 특조단 조사자료만으로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검찰이 대법원에서 제출한 410건의 파일만 분석해서 '재판거래' 의혹은 없었다 고 발표한다면 국민들이 믿을까? 오히려 한통속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도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아니라 임의제출 하려면 여러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검찰이 혐의를 특정해 주거나 어떤 자료가 왜 필요한지 근거를 제시하면 임의제출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검찰이나 법원 모두 출력된 문서만으로는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세 번째는 산너머 산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금 확보해야 할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양성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것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관련 심의관 등 대법원에서 봉인한 8개의 하드디스크 등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영한 대법관과 김소영 대법관의 컴퓨터도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또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사건의 담당 판사들의 컴퓨터도 확보해서 조사해야 할 것이다.

    차성안 판사는 "대법원이 고영한 대법관(전 행정처장)이 사용한 이메일, 컴퓨터 저장매체, 서버내용, 법령에 의해 작성이 의무화된 회의록, 처장 주재 회의 자료와 관련 3차에 걸친 진술조사 자료 등을 제대로 제공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물론 그 전에 검찰이 고영한 대법관을 수사범위에 포함시키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퇴직한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 뿐아니라 현직 대법관도 수사를 해야 하는데 검찰이 성급하게 나설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특정 기업을 수사하듯이 초기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확보해서 수사 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상태가 아니다.

    여기에 관련 판사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해야 한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네 번째는 명분이 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판거래'와 '판사사찰' 의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엄청나다. 그렇지만 사법부 내에서는 아직도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협조 입장을 밝힌 직후 대법관 13명의 명의로 "재판 거래 의혹은 근거 없고 국민들에게 혼란을 줘 우려스럽다"는 엇박자의 목소리를 냈다. 그 13명에는 특별조사단 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도 포함됐고 의혹의 중심에 있는 고영한 대법관과 김소영 대법관도 있다.

    전국 법원장 35명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의 고발·수사의뢰 등 형사상 조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41명도 고발이나 수사의뢰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명수 대법원'에서 하드디스크를 포함한 모든 자료를 임의제출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검찰도 사법부의 이런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당장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기보다는
    명분을 좀 더 쌓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핵심관계자는 "아직은 강제수사에 돌입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면서 "명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제대로 된 수사가 될 수 있을까?

    =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수사가 이뤄지게 될 것이다. 현직 대통령도 수사했고 전직 대통령도 구속했는데 뭘 못하겠는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수사에 대하여 사법부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고, 법원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한 수사라고 하여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없음도 자명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비록 고발하거나 수사의뢰를 하지는 않았지만 강제수사를 기피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만큼 검찰수사가 삐걱거리기는 하겠지만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

    검찰 고위관계자도 "국민을 이길수는 없다"면서 "검찰이 서두르지 않아도 국민에게 지게되어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도 검찰의 강제수사보다는 대법원의 적극적인 협조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에서 두 가지를 요구했는데 하나는 "대법원은 대법원장 스스로 약속한 바대로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빠짐없이 제출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검찰은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법령에 따라 철저하고 성역 없는 수사에 매진하라"면서 "법원의 제출 거부가 계속될 경우 압수·수색등 강제수사를 통하여 ‘재판거래’등 모든 의혹을 규명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국회의에서도 <양승태 대법원="" 헌정유린과="" 사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기자회견문에서 네 가지를 요구했는데 첫 번째는 "대법원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강제수사에 나서라는 주문이었다.

    (사진=자료사진)

     

    ▶ 사법부와 검찰이 갈등을 빚고 있는건 아닌가?

    = 그렇지는 않다. 수사를 하는 검찰이나 수사를 받는 사법부의 입장이 곤혹스러운건 맞지만 그게 갈등구조이거나 그런 건 아닌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에서 그렇게 몰고가려는 의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검찰의 수사방식과 법원의 재판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빚어지는 차이점이지 갈등구조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입장에서는 법원행정처의 자료제출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고 법원에서는 검찰이 제출된 자료를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째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인 것이다.

    수사라는게 계단을 올라가듯이 차근차근 진행되지는 않는데 재판만 해온 법관들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모든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 납득이 안 된다는 그런 입장이다.

    분명히 할 것은 '재판거래' 의혹 등은 사법부가 자체조사를 통해서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는 점이다.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다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컴퓨터 뿐만아니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심의관들의 컴퓨터도 디가우징 했어야 한다.

    그리고 양 전 대법원장 PC가 디가우징 된 사실도 법원행정처가 검찰에 자료를 제출하면서 알려진 것이다.

    특히, '재판거래' 의혹을 자초한 쪽은 '양승태 대법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일부 야당이나 일부 보수성향의 언론매체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판하지만 사고를 친 쪽과 수습해야 하는 쪽을 잘 구분해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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