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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난민' 발언은 숨구멍…"우리가 곧 '다문화'"



문화 일반

    정우성 '난민' 발언은 숨구멍…"우리가 곧 '다문화'"

    제주 온 500여 예멘 난민 대하는 혐오시선…한국사회 민낯
    "개인 몰이해로 인한 집단주의적 편견 목격, 대단히 우려"
    "우린 과연 순혈인가?"…단일민족 신화 깰 역사교육 절실
    "타자화 된 '다문화' 바로잡을 장기 인식 전환은 우리 몫"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왼쪽)과 지난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마당에서 예멘 난민들이 식료품 등 물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사진=고상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참혹한 내전을 피해 예멘에서 제주로 온 난민 신청자 500여명에 대한 심사가 지난 25일 시작된 가운데, 이들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 시선이 이른바 '다문화 시대'에 뒤처진 한국 사회의 맨얼굴을 오롯이 들춰내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다문화 시대를 상징하는 난민법과 같은 법·제도만 다소 갖춰졌을 뿐, 그에 걸맞은 교육 등을 통한 우리네 인식 변화는 여전히 중요한 숙제로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장은영 서울교육대학교 교육전문대학원 다문화교육 전공 주임교수는 26일 CBS노컷뉴스에 "(이번 예멘 난민 문제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는 집단주의적인 시각을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500여 예멘 난민들이 모두 똑같을 수 없다. 모두 개인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예멘 난민'이라는 집단으로 보는 경향이 너무나 강한 탓에, '그들은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이러이러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인터넷을 통해 너무도 강력하게 퍼지고 있는 부분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지점"이라고 봤다.

    "예를 들어 우리가 커피숍 안에 들어갔을 때 그 안에 15명의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들 각자는 모두 다른 경험과 가족 관계, 성별, 연령을 지녔다. 그 15명을 모조리 묶어서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태도는 개인의 중요성에 대한 몰이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 밖에는 안 된다."

    장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멘 난민에 대한 심각한 선입견으로 그 집단의 특징을 단정짓는 비뚤어진 담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정확한 정보 없이 이미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은 시각적으로 '우리와 다르다'는 데서 오는 커다란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는 '사람이나 사건을 상대주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교육이 안 된 탓에 벌어지는 오류다. 백인이 주류인 나라에서 유색 인종이 겪게 되는 차별과 같다. 이렇듯 상대주의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우리는 피부색에서 굉장히 감각적인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벌어지는 인종 차별은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교육을 통해 그러한 관점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역사 이해한 데서 맞이할 시선 변화…타자화 굴레에서 벗어나는 해법"

    지난 25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사 사무실에서 예멘 난민 첫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다문화 시대에 걸맞은 상대주의 시각을 심어 줄 역사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다문화 교육 연구에 천착해 온 장 교수의 지론이다. 그 해법의 중심에는 단일민족 신화를 낳은 순혈주의 타파가 있다.

    "'우리는 과연 순혈인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 역시 난민과 같은 이주의 역사를 지녔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과거 산업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독일 등지로 갔던 한국인들이 있잖나. 우리에게는 이러한 역사를 가르치려는 교육이 여전히 부족하다."

    장 교수는 "역사 교육 부족과 동시에 '현재'라는 시대에 대한 교육 역시 안 되고 있다"며 "인터넷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우리는 국가간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 '탈경계 시대'를 살면서도 이러한 시대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역사를 이해하고, 그 역사의 변화를 현대라는 시대 안에서 파악할 수 있는 시선을 갖춘다면 (근거 없는 공포·혐오를 낳는) 타자화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앞서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은 지난 26일 제주에서 열린 제13회 제주포럼에 참석해 "어느 순간 다수의 난민이 제주도에서 난민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그 사람들을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느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근거가 빈약한 정보나 과장된 정보로 논의의 본질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 인권보다 난민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냐'고 묻는 식의 감정적인 접근도 안 된다"고 이번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장 교수는 "지금은 '문화의 시대'이기 때문에 연예인이 정치인보다 더 큰 힘을 가졌다고 본다. 정우성씨가 소신을 밝힌 부분 역시 난민 문제 환기에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유명인 소신 발언과 미디어 프레이밍을 다문화 문제에 대한 관심의 계기로 삼을 수는 있겠으나, 그것을 장기적인 인식 전환으로 이어가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라고 강조했다.

    "다문화 시대에 관한 공론화 필요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시대, 다문화 시대' 강조해 왔지만, 미디어 등에서 너무 성급하게 조명하다보니 '다문화 가정을 불쌍히 여기고 도와줘야 한다' 내지는, 도와준 것도 없이 '우리가 너무 많이 도와줬다'는 피해의식을 갖는 등 부적절한 방향으로 인식이 퍼져 있다."

    그는 "타자화 된 '다문화' 개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다문화 시대에는 우리도 속한다'는 당연한 인식 전환이 공론화될 필요성은 분명하다"며 "결국 그 공론화는 '우리가 어떠한 태도로 다문화 시대에 걸맞은 시민성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일 것이다. 다문화는 그렇게 다시 바라볼 수 있고, 바라봐야만 하는 시대의 요구"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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