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허술한 국가자격시험 문제지 관리…SNS 대화방 통해 답 공유



울산

    허술한 국가자격시험 문제지 관리…SNS 대화방 통해 답 공유

    울산경찰청, 전기기능장 실기시험 부정행위 74명 검거…3명 구속

    울산지방경찰청 전경.(사진 = 울산CBS 자료)

     

    국가자격시험인 전기기능장 시험문제지가 사전 유출돼 전국 전기학원 원장들에게 손에 들어가는 등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경찰수사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전국 14개 지역, 23개 시험장에서 동시 진행된 제62회 전국기능장 실기시험.

    매년 두 차례 뿐인 국가 공인시험인데다 자격증을 따면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이 부과되거나 자격수당도 지급돼 인기가 높다.

    하지만 평균 합격률은 20% 미만.

    이날 실기시험을 친 응시생 58명은 자신의 노트북에 SNS 단체 채팅방을 띄어놓고 실시간으로 해답을 공유하며 시험을 쳤다.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몰래 준비한 스마트폰과 휴대용 무선공유기를 통해 인터넷강사가 올린 답을 공유했던 거다.

    일부 응시생은 시험감독관의 눈을 피해 답을 제대로 적었는지 강사에게 채팅으로 물어보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처럼 문제풀이를 실시간으로 올리고 확인까지 가능했던 것은 시험문제지가 사전 유출되었기 때문이다.

    전기학원장 오모(56)씨는 현직교사이자 시험장 관리위원인 장모(61)씨와 시험문제지를 빼돌리기로 공모했다.

    장씨가 수험생들에게 배부하고 남은 시험문제지를 자신의 옷에 숨겨 나온 뒤, 오씨에게 팩스로 보내고 다시 시험장에 돌아와 제자리에 갖다 놓은 것.

    오씨는 이렇게 받은 문제지를 전국 7개 전기학원 원장들과 인터넷카페 운영자이자 강사인 이모(46)씨에게 유출했다.

    이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전기기능장 인터넷카페에 가입한 일부 회원들과 사전공모한 뒤, 시험당일 SNS 단체 채팅방을 통해 답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이창현 경감은 "이씨가 운영하는 카페에 가입한 회원은 1천명이 넘는다. 동영상 강의만 들으면 10만원, 교재까지 구입하면 20~30만원을 받는 등 등급을 나눠 회원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또 "각 지역의 전기학원 원장들도 자신의 학원출신 응시생들이 합격을 많이 하게 되면 더 많은 수강생들을 모집할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밖에도 전기학원 원장이라는 신분을 속이고 기능장 실기시험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 시험장 감독위원으로 참여한 원장들도 적발됐다.

    이들 원장은 자신이 출제한 문제를 자신의 학원 수강생들에게 알려줬으며, 시험 감독위원으로 들어간 원장은 채점에 직접 관여하면서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경찰은 26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시험장 관리위원 장씨와 전기학원장 오씨, 인터넷카페 운영자 이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다른 학원장과 응시생 등 7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 사건을 경찰에 수사의뢰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부정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부정방지신고센터 설치, 무선인터넷 차단, 시험장 관리위원의 문제지 접근 차단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