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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重 대표 갑질 '선시공 후계약'…늪에 빠진 하청업체



부산

    한진重 대표 갑질 '선시공 후계약'…늪에 빠진 하청업체

    공사 시작된 이후 계약하며 공사대금 후려치기
    서류에는 허위 날짜 적어 흔적 없애
    한진중공업 "공정위 조사진행되고 있어 결과 따르겠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CBS 자료사진)

     

    한진중공업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대표적 갑질 행위로 알려진 '선시공 후계약'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일했던 하청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시공 금액이 깎인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인건비 걱정할 때쯤 이 가격에 계약하자"

    지난 2016년 7월 한진중공업 다대포조선소에서 건조한 LPG선의 선수에 초대형 블록 설치 작업을 한 A사.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기초공사(정반공사)를 하던 A사 측에 한진중은 작업 견적서 제출을 요구했고 A사는 2억6천722만원의 작업 예상가를 적어 제출했다.

    이에 한진중공업 측은 다음 선박 작업 시 금액을 높여주겠다며 2억원 보다 낮은 금액으로 견적서를 다시 써서 내라고 A사를 압박했다.

    본작업에 앞서 이미 기초공사를 진행한 A사는 어쩔 수 없이 나흘 뒤 1억9천900만원의 견적서를 한진중에 전달했다.

    하지만 작업을 시작한 이후에도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고, A사가 이미 작업한 인건비와 자재비에 부담을 느낄 때쯤 한진중 측은 작업비용을 낮추자는 요구를 재차 해왔다.

    계약을 하지 않으면 기성금(중간 정산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인 A사는 결국 최초 견적가보다 8천522만 원이 적은 1억8천200만원의 금액을 적어 견적서를 다시 전달했다.

    2016년 7월 1일부터 예정된 작업 전인 6월 13일 A사가 2억6천722만원의 금액을 적어 한진중공업 측에 전달한 견적서(좌)와 작업 개시 이후인 8월 16일 1억8천200만원을 적어 전달한 견적서(우). (사진=A사 제공)

     

    한진중은 이 견적서를 토대로 작업을 시작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난 같은 해 8월 16일 계약서를 작성했다.

    ◇견적서·계약서의 날짜는 선계약 한 것처럼…"결재는 받아야 하니.."

    한진중이 하도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선시공 후계약'의 흔적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나왔다.

    계약이 마무리된 이후 A사 측이 받은 계약서에는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6월 10일에 계약이 이뤄진 것 처럼 날짜가 명시돼 있었다.

    더욱이 한진중공업은 A사가 뒤늦게 수정 제출한 견적서의 제출날짜는 문서에서 아예 지워버려 마치, 견적과 계약이 작업 시작 전 이뤄진 것처럼 '선시공 후계약'의 흔적을 없앴다.

    뒤늦게 견적서의 제출 날짜가 지워진 사실을 확인한 A사 측이 한진중에 이유를 따져 묻자 한진중 담당자는 "선시공 후계약 때문에 그랬다"며 "위에 결재를 받아야했다"고 털어놨다.

    작업이 개시된 지 1개월이 지난 뒤인 8월달에 이뤄진 계약 날짜가 작업 전인 6월 30일로 적혀있다.(사진=A사 제공)

     

    A사 관계자는 "한 번 작업을하는데, 50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된다"며 "작업자들이 한 달간 일한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계약서에 서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청업체들 "조선업 불경기보다 갑질이 더 무섭다"

    이 같은 한진중공업의 선시공 후계약을 통한 작업 금액 깎기는 비단 A사 뿐만 아니라 영도조선소에서 일한 하청업체들 사이에서는 알고도 당하는 전형적인 갑질 횡포로 전해졌다.

    2년 전까지 한진중공업에서 하청업체로 일한 B사 대표는 "미리 작업을 하라고 해놓고 계약을 하지 않다가 인건비 지급 날짜가 되면 후려치기한 가격으로 계약서를 내밀었다"며 "작업 시작 전 올린 견적서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번에는 좋은 금액에 해준다는 말에 계약을 하고 나면 같은 일이 반복됐다"며 "인건비와 자재비를 감당하지 못해 대출을 내고, 결국에는 집까지 경매로 넘어갔다"고 하소연했다.

    역시 한진중공업에서 하청업체로 일했던 C사 대표는 "선계약 후시공을 한 번도 한적이 없다"며 "처음에 올린 견적서의 금액이 높다고해 가격을 조정하면 받아들일 것 처럼 하다가 마지막에 금액을 확 줄여버린다"고 말했다.

    C사 대표는 "우리 쪽 일을 하는 업체 2곳이 망해서 나갔다"며 "조선경기가 안좋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실제 다가오는 공포는 갑질 횡포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선시공 후계약' 의혹에 대해 한진중공업 측은 "하청업체들의 진정으로 인해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자료와 조사를 통해 충분히 소명을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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