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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도 꿈"…혈혈단신 10대 제주 예멘난민



제주

    "기계공학도 꿈"…혈혈단신 10대 제주 예멘난민

    예멘인 내전 피해 전문직 버리고 탈출…"혐오 아닌 온정 필요"

    징집을 피해 홀로 제주에 들어온 예멘 난민 H(18·맨 왼쪽)군이 22일 제주외국인이주민센터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에 들어온 예멘 난민을 두고 '이슬람국가(IS) 테러범이 속해 있다' '성폭행범 등 잠재적 범죄자'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와 함께 '이슬람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22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예멘 난민들은 2015년 내전 발발 전까지 호텔 지배인, 택시기사, 전기공 등의 일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일상을 보내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난민 중에는 전쟁을 피해 어쩔 수 없이 부모 곁을 떠나 홀로 제주에 들어온 청소년들도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 기계공학도 꿈 10대 청소년…내전 피해 제주로

    예멘 사나(SANAA)에서 태어나 올해로 18살인 H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정부군과 반군으로부터 군에 입대하라는 요구가 들어왔다.

    H군의 엄마는 아들이 전쟁터에서 죽는 것이 걱정돼 지난 달 아들을 데리고 예멘을 벗어났다.

    이후 오만을 거쳐서 말레이시아까지 함께 온 후 H군의 손에 돈을 쥐어준 뒤 제주행 비행기에 태웠다.

    그러곤 자신은 폭격과 함께 매일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예멘으로 다시 돌아갔다.

    엄마가 H군과 헤어지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꿈을 이루라"는 것이었다.

    엄마가 H군에게 쥐어준 돈은 그녀가 가진 전 재산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며칠 안 돼 숙식비로 금방 바닥이 났다.

    H군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미성년자 신분을 숨기고 최근까지 고된 양식장 일을 꾹 참고 했다. 하지만 나이를 알게 된 사장이 지난 20일 H군을 해고했다.

    머물 곳이 없었던 H군은 한 도민의 도움으로 현재 임시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H군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전으로 예멘에서는 도저히 공부를 이어갈 수 없다"며 "엄마의 바람대로 어렵게 제주에 온 만큼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H군을 비롯해 징집이나 학살을 피해 홀로 제주에 들어와 지내는 예멘인 청소년은 Y(16)군 등 3명으로 알려졌다.

    ◇ "아내가 결혼반지 팔아 탈출 경비 대줘"

    J(41)씨는 모국을 떠나기 전까지 예멘 타이즈(TAIZ)에 있는 한 호텔에서 총지배인 일을 하면서 부모와 아내, 아들,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 내전이 일어나자 가족들은 J씨가 전쟁터로 끌려가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탈출하길 바랐다. 이후 예멘을 벗어난 A씨는 말레이시아에서 지내다 지난 달 제주로 들어왔다.

    J씨는 취재진에게 "아내가 결혼반지 등 모든 귀금속을 팔아 탈출 경비를 마련했다"며 "지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원하지만, 내전이 끝나지 않는 이상 돌아갈 순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서 예멘에 돌아가면 곧바로 처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택시기사로 일하다 징집을 피해 제주로 들어온 P(28)씨 역시 매일 폭격이 끊이지 않는 고향 땅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곁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P씨는 "연세가 많은 부모님이 따라가면 방해가 되니 극구 안 가겠다고 하셔서 결국 혼자 나왔다"며 "하루빨리 내전이 끝나 부모님을 보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전기공이었던 T(24)씨 역시 군인들이 출로를 막아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던 가족들 곁으로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T씨는 "2014년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형, 동생을 본 이후로 지금껏 만나질 못했다"며 "누가 옳고 그른지 모를 명분 없는 내전으로 많은 예멘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21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글로벌이너피스 사무실에서 J(41)씨 등 예멘 난민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고상현 기자)

     

    ◇ "혐오는 난민들 벼랑 끝으로…지금은 온정 모을 때"

    고은경 글로벌이너피스 대표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이슬람 포비아에 대해 "사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원봉사 과정에서 예멘인들을 직접 접해보니 한 명 한 명 알고 보면 다 평범하고 좋은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특히 "현재처럼 난민을 위험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사회 분위기로 가면 도움이 필요한 예멘인을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온정을 모아서 난민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비영리시민단체인 글로벌이너피스 자원봉사자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사 앞에서 예멘 난민들에게 후원 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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