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연구진이 시각지능 칩 기술을 통해 사물인지 기술을 실험하고 있는 모습.(사진=ETRI 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기존 대비 수십 배의 연산량을 처리하면서도 소형이고 저전력인 시각지능 칩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사람 수준으로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의 '인공지능의 눈'으로 불리는 시각지능 칩 개발에 성공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물체에 대해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 사람처럼 인식이 가능하게 되는 길을 연 셈이라는 설명이다.
칩의 크기는 가로와 세로 각각 5㎜ 정도로, 성인 손톱의 절반 수준이다.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해 물체를 인식하는 기존 칩은 초당 1회에 불과한 데 반해 연구진이 개발한 칩은 초당 33회 물체 인식이 가능하다.
사용되는 에너지도 기존 디지털 회로의 20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줄였다.
이처럼 매우 낮은 소비 전력으로 사람 두뇌의 신경연산을 본뜬 시각지능 칩을 만드는 데는 신경 연산량을 수십 배 감소시켜 연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 등이 동원됐다.
연구진은 인공신경망의 방대한 양의 신경연산과 한 개의 칩을 의미하는 '뉴런' 간 연결성 분석을 통해 신경망 성능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최적화할 수 있는 '시냅스 컴파일러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신경망 학습에 적용하면, 기존 기술 대비 10분의 1 미만의 적은 신경연산을 통해서도 동일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도체 칩에서 인공지능 연산 수행 시 필요한 소비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새로운 개념의 '초저전력 아날로그·디지털 하이브리드(Analog·Digital Hybrid) 뉴런회로 기술'을 개발했는데, 기존 디지털 회로 기반 연산기와 두뇌 뉴런의 동작을 모방한 아날로그 회로를 융합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기술들로 지난해 말 뉴런 칩을 실제 구현해 기능을 검증했다.
현재 CCTV나 드론, 자율주행차가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중앙 서버로 연산 정보를 옮겨 처리해야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칩이 상용화되면 스마트폰이나 CCTV 등의 기존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중앙처리장치(CPU) 옆에 바로 내장할 수 있다.
데이터 가운데 특정 상황에 움직이는 물체나 사람만을 특정해 정형화된 의미정보만 뽑아낼 수도 있어 향후 스마트폰, CCTV, 드론 등에 칩을 적용하면 특정 물체나 범죄자와 같은 사람인식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TRI 프로세서연구그룹 권영수 그룹장은 "인공지능 기술이 현실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방대한 연산량을 고속으로 효율적으로 처리하면서도 매우 적은 소비전력을 가져야 하는데, 이번 기술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쾌거"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프로젝트의 리더인 이주현 책임연구원은 "향후 시각지능 칩이 완성되면, 인공지능 인지로봇의 눈이나 감시정찰용 드론, 시각지능이 탑재된 사물인터넷 기기, 안경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 자율주행차 등에 효과적으로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