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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시대를 사는 청춘…'버닝' 전종서의 고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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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 시대를 사는 청춘…'버닝' 전종서의 고민담

    [노컷 인터뷰] "허덕이는 우리들, 한번쯤 내가 사는 현재에 질문해야"

    영화 '버닝'에서 해미 역을 맡은 배우 전종서.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확대이미지

     

    "내가 사는 시대 그리고 현재가 어떤 색인지, 살만한 곳인지, 희망은 있는지 그런 질문을 하게 돼요."

    본격적으로 더위가 찾아온 어느 오후, 삼청동 한복판 카페에서 전종서를 만났다. 이창동 감독이 발탁한 '버닝'의 신인 배우. 그 타이틀을 지닌 채로 기자와 마주한 전종서는 만나자마자 젤리 몇 개를 건넸다. '이거 드실래요?'라고 묻는 그의 눈빛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난 영화 속 해미를 닮아 있었다.

    "해미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성향이 실제 우리와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우울할 때도 있지만 발랄할 때도 있죠. 자유로워보이지만 억압돼 있기도 하고요. 우리가 그렇잖아요. 만약 27살 여성이 그런 환경에 놓인다면 실제로 비슷한 감정을 많이 가지고 갔을 것 같아요. 무력하기도 했다가, 희망을 갈망하기도 하고, 카드빚을 쌓아 놓다가도 그걸 뒤로 하고 여행을 가고 싶은 거죠. 물론,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사람은 모두 다르니까요. 그렇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라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이제 갓 스물 넷, 지금 이 시점을 살고 있는 청년 전종서에게 세상은 어떤 곳일까. 점점 편리해지는 도시 속에서 가끔은 버겁게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창동 감독님 말씀대로 정말 정교해지고 편리해졌어요. 그런데 너무 많은 건물이 들어서고 그러면서 이 도시의 그림이 무섭게 다가오더라고요. 사회는 편리하지만 쫓아가기에는 너무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아요. 허덕이는 거죠."

    한 번 친구들과 만나면 5만원도 부족한 현실, 높은 월세에 시달리며 학자금을 갚아 나가는 청년들. 전종서는 이 시대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까지도 정확히 짚어냈다.

    "청년들이 봉착한 어려움이 너무 커요. 그렇지만 거기에서 살아야 하고, 어떤 형태로든 적응하는 척이라도 해요 오늘을 지나가는 거니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 '욜로'라는 단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거죠. 편리해지는 세상에서 왜 인간은 정체하는지 혹은 퇴보하는지, 어떤 걸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모두 미스터리가 아닌가 해요. 그런 우리 모습이 시대의 자화상 아닐까요."

    영화 '버닝'에서 해미 역을 맡은 배우 전종서.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확대이미지

     

    처음으로 밟은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대한 감상은 솔직했다. 첫 데뷔작이기 때문에 오히려 담백하고, 덤덤했다.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제가 경험이 많다거나, 배우 생활을 오래했다면 다르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사실 따라간다는 느낌이었고, 제가 있을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영화를 함께 촬영했던 배우들과 정이 들어서 다 함께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를 간다는 게 좋았어요. 굳이 칸이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영화적 부분을 어떻게 평가 받는다고 해도 그것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는 않아요. 일단 영화를 출연했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큰 사건으로 다가왔거든요."

    첫 오디션부터 크랭크업까지, 실제 이창동 감독과 함께 한 영화 촬영 작업은 배우가 어디서든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오디션장에는 이창동 감독님이 안계셨어요. 그냥 평범한 오디션처럼 보고 나왔고, 이후에 연락이 와서 미팅이 진행됐죠. 심층적인 이야기들은 거기에서 나눴고요. 촬영하면서 어떤 배역이 있다해도 혼자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이 캐릭터가 존재하려면 상대 배우가 있어야 하고, 감독이, 촬영감독이 있어야 하고, 또 그런 환경을 존재하게 하는 미술감독 등이 있어야 하고, 배우의 모습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많은 스태프들이 존재하고…. 그런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 해미라는 하나의 아이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제가 연기했지만 제가 한 부분이 그렇게 크지 않아요. 감독님이 디렉션을 많이 안 주시긴 했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 연기적인 책임을 지셨어요. 그건 확실합니다."

    영화 '버닝'에서 해미 역을 맡은 배우 전종서.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확대이미지

     

    영화 외적으로 시끄러운 논란들도 있었다. 칸국제영화제에서 함께 하며 서로 그런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공항에서 발생한 태도 논란에 대해서는 전종서 역시 깨달은 바가 분명히 있었다.

    "연예계에서 이슈라는 건 공과도 같아서, 어디에나 존재하고, 누구나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 순서가 자신에게 오는 때가 있고요. 전 얼마 전까지 일반인이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지금 오히려 그런 일을 겪은 게 다행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있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지점이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어떤 틀 안에 저를 가둬 행동에 제약을 둔다면 그건 또 부자연스럽고, 제가 아니니까요."

    마지막 질문은 배우이자 이 시대의 청년으로 살아가야 할 그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버닝'처럼 수수께끼로 가득찬 미스터리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기를 꿈꾸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창동 감독님의 시선에는 우리에 대한 연민과 이해 그리고 애정이 있어요. 그 세대가 그렇게 우리를 바라봐 준 점에 있어서는 존경합니다. 다만 감독님 또한 우리에 대해 전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이 미스터리로 나타났다고 생각해요. 그건 이제 우리가 찾아가야 할 숙제인거죠. 한번쯤은 내가 사는 시대와 현재가 어떤 색인지,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고, 어떻게 적응해가고 있는지, 내가 지치지는 않았는지, 희망이 없다고 느낀 적은 없는지, 살만한 곳인지. 그런 질문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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