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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보수' 경기북부에도 평화의 바람 강타하나



정치 일반

    '안보 보수' 경기북부에도 평화의 바람 강타하나

    • 2018-06-09 04:00

    [6.13 기초단체장 격전지를 가다]④
    동두천·포천·연천, 단단한 보수 장벽에 균열…"이젠 보수라고 무조건 뽑지 않아"

    포천 시내에 걸려있는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

     

    접경 지역인 경기 북부는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8일 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들은 동두천·포천·연천을 가리켜 '뿌리깊은 보수'라고 비유했다.

    6·13지방선거를 휩쓸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돌풍이 이곳에서도 통할까. 보수 간판이 아니면 당선이 하늘의 별따기 였던 경기도 북부의 세 도시(동두천·포천·연천)에도 '바꿔보자'는 민심으로 크게 요동쳤다.

    ◇ 보수만 찾던 동두천도 '정당보다 인물'

    미군기지가 많아 전통적으로 안보에 민감했던 동두천이지만, 높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남북간 해빙 분위기가 맞물려 보수 강세의 정치지형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곳은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된 사례는 한번 뿐이다. 3연임을 한 현 오세창 동두천 시장도 열린우리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된 뒤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복당했다. 오 시장은 마지막 선거에서 유일하게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전신 이름으로 당선됐다.

    동두천시 중앙시장에서 만난 상인 강모(60) 씨는 "한국당 사람은 좋은데 당보고 찍으려니 1번(민주당) 찍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모(56) 씨도 "한국당은 안 좋아. 박근혜 때문에 너무 한심하게. 홍준표 막말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여긴 원래 한국당 도시였지만 지금은 좀 흔들린다"며 "박근혜가 그렇게 되면서부터 바뀌었다"고 했다.

    8일 중앙시장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최용덕 동두천시장 후보

     

    민주당 최용덕 동두천시장 후보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세를 하다 보면 변화가 느껴진다"며 강조했다. 유세 중 '민주당 화이팅', '명함 주세요. 1번 찍을 거니깐요', '무조건 1번 찍습니다' 등 시민의 목소리에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 층은 문재인 정부를 많이 선호하고 있고 나이 든 분들도 많이 돌아서고 있다"며 "남은 선거 기간 최선을 다해 강력한 여당 시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들은 당이 아닌 인물을 내세우며 맞불을 놨다.

    선거 유세에 한창인 자유한국당 박형덕 동두천시장 후보 (사진=박형덕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한국당 박형덕 후보는 "30년 이상을 동두천 시민들과 함께 해왔기 때문에 선거에 자신이 있다"면서 "상대 후보보다 지역에 대해 많이 알고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에 대한 정서가 상당히 좋지 않지만 일은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은 기간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시민에게 인사중인 바른미래당 김홍규 동두천시장 후보 (사진=김홍규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바른미래당 김홍규 후보는 "먹고 사는 걸 최우선으로 하는 도시계획전문가인 제가 되어야 한다"며 "동두천에서 여당, 야당, 무소속까지 뽑아봤지만 지금은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계획을 전공한 전문가로서의 강점을 표현한 김 후보는 "저는 당세가 거의 없어 무소속이라도 봐도 과언이 아니지만, 시민들이 저를 알아주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당보다 인물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늘었다. 인물을 얘기 하면서도 여야 선호도는 뚜렷했다.

    지행역 인근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인물만 보고 뽑을 것"이라면서 보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보를 듣고 지내온 걸 보면 한국당 후보가 시의원도 많이 했고, 경험이 있다"고 했다. 중앙시장 상인 박모(75) 씨는 "이제 당은 신경 안 쓰기로 했다"며 "원래는 나도 한나라당 지지하다가 (이제는) 당을 떠나서 동두천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유세 분위기로 꽉찬 포천 신읍사거리

     

    ◇ 첫 민주당 출신 포천시장 탄생하나

    '보수 콘크리트' 포천에서는 첫 민주당 출신 시장이 탄생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천은 민주당 진입장벽이 높은 지역이다. 민선 1기 이래로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단 한 번도 '보수 문턱'을 넘은 적이 없다. 현역 지역구 의원도 20대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박윤국 후보가 다른 후보를 큰 격차로 월등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박 후보는 37.5%의 지지를 받으며, 13.5%를 받은 한국당 백영현 후보를 24%p 차로 크게 앞섰다. 바른미래당 이원석 후보는 5.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www.nesdc.go.kr 참조)

    지난 8일 거리에서 만난 거리의 시민들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포천에 거주하는 배모(50) 씨는 "보수당 출신 전 시장의 비리, 석탄발전소 유치에 대한 반발 등으로 보수당에 대한 주변 민심이 변화하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상점을 운영하는 30대 남성은 "젊은 사람들이 예전보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기 때문에 포천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높아진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민주당 박윤국 후보는 "오랜기간 포천은 보수 정치인을 선택한 결과, 포천시는 발전하지 못했다"면서 "지금이 정체된 포천이 재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지지율 굳히기에 나섰다.

    관건은 숨겨진 43.4%의 부동층의 움직임이다. 앞서 말한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18.2%, '모름·무응답'이 25.2%에 달했다. 두 야당 후보들은 남은 기간 동안 '샤이 보수'를 잡기 위해 총력을 다 할 예정이다.

    한국당 백영현 후보는 "여론 조사 상에서 수치가 낮을지는 몰라도, 직접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그리 낮지 않다"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언급했다.

    미래당 이원석 후보도 "지지율은 낮지만, 모든 여론조사가 정확한 것은 아니다"면서 "포천 유권자들이 정당이 아닌, 후보자를 보고 투표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연천군수 후보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는 연천군 주민들

     

    ◇ "연천에도 민주당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연천군수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왕규식 후보와 자유한국당 김광철 후보로 당 대 당 대결구도가 형성되었다. '보수의 텃밭' 가운데 충성심이 높았던 곳이 바로 연천군이다.

    민선 6기까지 보수정당의 후보들만 배출해 냈던 연천군은 과반수를 확보하는 당선이 일상적인 일이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연천군 유권자 3만8천명 가운데 60세 이상 유권자가 1만 4천여 명(37.7%)으로 형성되어 있어 보수정당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남북 화해 분위기로 국면이 전환되며 '보수의 텃밭'이 민주당의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연천읍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김모(25) 씨는 젊은이들 사이에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지고 있다며 "군수 후보의 공약과 책자는 보지 않았지만 정당을 보고 뽑았다"고 답했다.

    또 최모(43) 씨는 "남북 평화의 분위기가 이곳에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당을 보고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국당 김광철 후보는 "연천에 '바람'이 몰아쳤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박빙의 승부를 예상한다"며 "'바람'은 불지만 시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왕규식 후보 캠프의 정상규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입지 덕에 요지부동하던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며 "7%p 정도의 오차범위 내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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