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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진실 앞에서 둘로 쪼개진 사법부의 내홍



칼럼

    [논평] 진실 앞에서 둘로 쪼개진 사법부의 내홍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의혹'과 관련해 열린 전국법원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 파문으로 국민적 공분을 야기한 사법농단의 진실 규명 여부를 놓고 사법부가 둘로 쪼개졌다.

    소장 판사과 중진 법관들이 서로 정반대의 입장으로 갈라지면서 세대 갈등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젊은 일선 판사들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대법원'이 사법 행정권을 남용하고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시도하면서 사법권 독립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또 여러 시민단체들이 이미 검찰에 고발한 사안인 만큼 현실적으로도 수사를 피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반면에 고참 판사들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정작 사법부가 고발이나 수사 의뢰 등의 조처를 취하는 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법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경우 법관의 독립이 침해된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중진 판사들은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부가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강변한다.

    진실은 분명 하나인데 진실을 앞에 두고 둘로 쪼개져 만신창이가 된 우리의 사법부다.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사법 농단도 모자라 이제는 법원 내부의 분열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양승태 대법원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전국 법원장들은 과연 국민을 두려워는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8일자 신문에는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전국 법원장들의 전날 간담회 사진이 실렸는데 흥미롭게도 국민의 따가운 비난이 고스란히 담겼다.

    전국법원장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의혹'과 관련해 열린 간담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국민의례 모습이었는데 하나는 왼쪽 가슴에 손을 얹은 채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으로 고개를 숙인 사진이었다.

    이 사진들은 언론이 국민을 대신해 사법부를 따끔하게 질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슴에 손을 얹으면서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못한 것인지, 고개를 숙이면서 반성을 하지 않는지를 물은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조합원들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로비에서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와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도 기자회견을 갖고 양승태 대법원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주민들은 이른바 '재판 거래'로 자신들의 삶이 송두리째 달라졌다면서 진실 규명을 통해 힘없는 사람들의 피눈물을 닦아 달라고 절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수사 의뢰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원칙적으로 법원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다. 검찰 고발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며칠 전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김 대법원장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 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는 과제를 안고 있겠지만 지금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실추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전·현직 대법원장의 충돌로 몰아가려는 일각의 시도에 대해서도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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