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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日 '위안부' 피해 여성들 최초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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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스토리', 日 '위안부' 피해 여성들 최초의 연대기

    민규동 감독, "10년 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소재"
    문정숙 역 김희애, "먼 나라 이야기 아닌 우리 이웃의 사건"

    (사진=영화 '허스토리' 스틸컷)

     

    일본 관부재판 실화 소재의 영화 '허스토리'가 배일을 벗었다. '일본군 위안부'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전쟁 속에서 폭력에 희생당한 여성들이 연대를 통해 폭력의 주체였던 거대한 국가 권력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역사적인 의미와 더불어 '허스토리'는 자신의 삶을 강탈당한 여성들이 다시 스스로의 존재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일본 재판장에서 울려 퍼진 그들의 목소리와 이야기가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고, 결국 세상까지도 뒤흔들었다. 이것은 일종의 치열한 전투기록이다.

    영화를 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10년 전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자 마음을 품고 있었다.

    민 감독은 "90년대 초반 김학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에 응어리가 생겼다. 10년 전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렇게 힘든 이야기를 누가 보겠느냐는 반응에 좌절했었다"면서 "하지만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부끄러워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고, 그렇게 시나리오를 세 편 정도 썼다"고 영화의 시작을 이야기했다.

    관부재판 기록은 그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연구하던 도중 발견했다. 그 재판에 얽힌 서사를 알게 된 순간, 영화화에 충분한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민 감독은 "관부재판의 작은 승리 안에 다른 커다란 서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영화로 만드는데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관련 영화들이 많이 나오면서 이미 위안부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할머니들의 개별적인 아픔을 구체적으로 다뤄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분들이 살아 있는 모습, 용기를 내서 싸운 모습 등을 보여준다면 치유도 가능하리라 믿는다"라고 이야기했다.

    원고단 단장 문정숙 역의 배우 김희애는 이번 영화에서 눈에 띄게 변신을 이뤄냈다. 다소 거친 부산 사투리는 물론이고, 끝까지 할머니들의 법정 싸움을 책임지고 이끄는 강인한 구심력을 보여준다.

    김희애는 할머니들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떤 작품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 살을 찌우는가 하면, 실감나는 부산 사투리를 위해 혹독한 트레이닝을 자처했다. 외면이든 내면이든 최선을 다해 '진짜'로 보이는 것. 이번 작품에서 김희애가 향했던 목표였다.

    그는 "실화이기에 매력적이고 더 하고 싶었지만 최선을 다해 진짜처럼 보여야 했다. 보통이라면 '이만하면 됐다'라고 포기할 것들도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따. 부산 사투리를 매일 그렇게 배운 것도 조금만 노력하면 되는건데 가짜처럼 보여 극 전체에 영향이 있을까 걱정해서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나부터도 위안부 문제가 먼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 내 이웃의 사건이더라. 그렇게 생각했던 게 부끄럽고 '허스토리'를 통해 늦게나마 알게 돼 다행이다"라고 영화와의 만남 후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달라진 생각을 전했다.

    한편으로 이 영화가 존재하기 위해 서로 연대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희애는 "누군가의 어머니나 이모, 아줌마 이런 게 아니라 한 인간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나가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그런 면에서 차별화된 지점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계속 여성 중심의 영화가 나올 수 있도록 잘됐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내비쳤다.

    김해숙은 아픈 과거를 숨기고 살아왔지만 결국 일본 사법부에 맞서 싸우는 생존자 배정길을 연기한다. 관록 넘치는 그의 연기는 이번 영화에서 내면을 깊이 파고들며 빛을 발했다.

    김해숙은 "할머니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겁없이 뛰어든 작품이었다. 그러나 작업을 하면 할수록 그 아픔의 깊이를 절대 알 수가 없었다. 다가갈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작업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 나름대로 배우니까 어떻게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임을 깨달았다. 자신을 내려놓고, 비워서 하얀 백지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래도 부족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허스토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정면에서 다루면서도 여성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민규동 감독은 "또 '위안부' 영화가 아니라 법정 드라마이고, 여성 영화이기도 하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열정이 있다"라고 '허스토리'의 강점을 이야기했다.

    6년에 걸쳐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벌어진 일본 관부재판 실화를 담은 영화, '허스토리'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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