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선관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가회동 주민센터에서 모의투표 용지를 출력하는 등 제7회 지방선거 사전투표 모의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외국인 유권자 10만명의 시대다. 한국에서 영주권을 얻은 지 3년이 지나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얻은 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내 표가 생기니, 우리 동네가 보인다
"이번에 투표할 수 있으니까, '내 목소리도 들린다'고 느끼거든요."
지난 2011년 영주권을 취득한 영국인 폴 카버(42)씨는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처음 투표권을 행사한다.
영국인 폴 카버씨는 "투표를 하면 내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며 이번 지방선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카버씨는 "한국에 살면서 세금 내기는 쉬운데 의견 내기는 어렵다"며 "길거리 유세에서 명함을 나눠주면서 외국인은 보통 지나치더라"고 말했다.
이젠 어엿한 유권자로서 한국 사회에 참여하는 사람이 됐다는 게 투표에 나서기로 한 카버씨의 뿌듯함이다.
내가 사는 '동네 이야기'는 외국인 유권자들에게도 가장 큰 관심사다.
동네 소음 공해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서울 성북구 주민, 호주인 재코 즈웨츨루트(44)씨는 이 문제를 풀어줄 지역 일꾼을 찾고 있다.
호주인 재코 즈웨츨루트씨는 지역 소음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 정치인을 찾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요즘 날이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고 사는데 밤에 큰 소리가 나는 오토바이가 돌아다니면 너무 괴롭다"는 즈웨츨루트씨는 그러나 아직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후보가 없어 결심을 못했다고 한다.
두 딸을 둔 일본인 무나오카 사쿠라(34)씨는 복지·여성·아동 정책에 눈길이 쏠린다.
사쿠라씨는 "두 딸이 있다 보니 생리대를 지원한다는 공약에 눈길이 갔다"며 "이것에 대해 자세하게 공약과 정책을 쓴 후보에게는 믿음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이국적 선거 문화…"중국선 못해본 '민주주의' 신기해"모국과 다른 한국의 선거 문화가 외국인 유권자들에게는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즈웨츨루트씨는 선거 공보물들에 후보자들의 얼굴이 유난히 크게 인쇄돼있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특히 전과 기록을 공개한 건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했다.
즈웨츨루트씨는 "호주엔 없는 소음공해 수준의 확성기 광고도 생소한 풍경이었다"고 했다.
중국 동포 김경미씨는 "중국과 달리 다양한 후보를 골라 투표할 수 있어 재밌다"고 말했다. (사진=본인 제공)
중국 동포 김경미(32)씨는 "중국에서는 반장 선거 말고는 제대로 투표해본 적이 없고, 그마저도 선생님이 후보를 집어 준다"며 "다양한 후보를 골라 투표할 수 있는 한국엔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무나오카씨도 "일본에서는 투표해도 확 바뀐다는 느낌이 없었다"며 "한국에선 대통령도 그렇고, 뭔가 변하는 게 보여서 더 기대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한국에서 영주권 취득 이후 3년이 지나 선거인명부에 오른 외국인은 모두 10만 6205명이다.
지난 2006년 처음 외국인들의 투표를 허용한 때부터 꾸준히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