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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에 마을버스가 위험하다



사회 일반

    '노동시간 단축'에 마을버스가 위험하다

    시내버스로 운전기사 유출 급증…구인난에 고령화 심각
    마을버스 업계 "견습생·고령자 버스로 인식될까 속앓이"

    위 사진은 해당기사와 관련없음(사진=자료사진)

     

    대중교통의 '모세혈관'인 마을버스가 위험하다. 젊은 '초짜' 기사들은 한두 달만 가르치면 좀 더 처우가 좋은 일반버스로 이직하기 바쁘고, 이제는 초보 기사마저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미 퇴직한 나이 많은 기사들만 마을버스에 남았다. 결국 초보기사들의 '견습장'이 된 마을버스와 초보기사들을 투입하는 시내버스 모두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군포의 한 마을버스 업체 역시 운전기사 충원이 큰 골칫거리다. 올 초부터는 젊은 기사들을 중심으로 그만두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정원(58명)의 3분의 1이 부족한 상태다. 어쩔 수 없이 일부 노선은 배차 간격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업체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 한 달에 5명에서 6명 정도씩 그만두고 있는 추세"라며 "마을버스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데, (운전기사를) 충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 시내버스로 운전기사 유출 급증…구인난에 고령화 심각

     

    4일 버스업계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시행됨에 따라 노선버스 업계 전체가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근로 환경이 일반 버스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마을버스 업체들의 경우 운전기사 유출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버스업종은 다음달 1일부터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주당 노동시간은 68시간으로 제한되고, 내년 7월1일부터는 주당 52시간으로 줄어든다. 버스 운전기사들의 휴식시간을 보장해 졸음운전과 대형 교통사고 등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연장근로를 통해 격일제 근무로 운영해 왔던 버스 업체들은 연장근로시간이 주 12시간으로 제한돼 기존의 노선과 배차간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일2교대제로 근무 형태를 전환해야 한다. 그만큼 운전기사들을 더 충원해야 하는 셈이다.

    고용노동부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추산한 인력은 2207명으로 조사됐지만, 한국교통연구원이 산출한 추가 필요인력은 8854명으로 더 많다. 특히 내년 7월1일에는 고용부 추산으로는 7677명, 한국교통연구원이 추산한 것은 1만7797명으로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추가 인력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도의 경우 자체 조사 결과 다음달부터 당장 필요한 인력이 8천~1만2천명에 달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노선 버스 업계 전체가 대대적인 구인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마을버스 업체들은 신규 인력 충원은 고사하고, 오히려 기사들의 시내버스로의 이탈에 속수무책인 형편이다.

    경기도내 한 마을버스 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젊은 사람들은 쓰기가 겁이 난다"며 "교육시켜서 전에는 1년 정도는 근무를 하다가 시내버스로 올라갔는데, 요즘은 3~4개월만 있으면 시내버스에서 다 뽑아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시내버스들의 채용 공고를 보면 '경력 무관, 초보자 환영'이라는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마을버스 업계 "견습생·고령자 버스로 인식될까 속앓이"

    이처럼 최근 '인력 도미노 현상'에 따른 마을버스의 인력 유출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마을버스 운전기사들의 고령화 역시 극심해지고 있다.

    구리의 한 마을 버스 업체 관계자는 "60대 이상이 80% 이상이고, 절반은 65세 이상"이라며 "정년 퇴직한 분들 중에서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화성의 한 마을버스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업체는 정원 40명 중 30~40대는 8명 뿐이고, 60세 이상 고령자는 28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을버스 업계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안전한 버스를 만들겠다는 법 개정 취지가 무색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경기도마을버스조합 관계자는 "마을버스가 시내버스를 가기 위해 초보자들이 연습하는 곳이나 고령자들만 있는 곳으로 인식될까봐 속앓이만 하고 있다"며 "시내버스 역시 경력이 부족한 운전기사들을 빨리 채용해서 배차에 넣고 있기 때문에 안전교육에 소홀해 질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격일제 근무가 가능하도록 한 '탄력근로제' 운영과 함게 연말까지 운전인력을 양성해 보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탄력근로제는 내년 7월까지의 시행되는 임시 방편일뿐만 아니라, 목표로 하고 있는 양성인력도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마을버스 업체들까지 수혜를 입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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