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 선언하고 동시에 한반도 종전선언까지 언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이 현실화될 지 주목된다.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한반도 비핵화의 수단이자 결과물로서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체제 안전보장과도 연관돼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에서 '신베를린 구상'을 발표하며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정상화 전반을 아우를 때부터 가장 공을 들였다.
특히 종전선언은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중간 단계이자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전쟁 당사자였던 한국의 참여는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확정 사실을 공식화했다.
또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종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있어 북한과 모종의 접점을 찾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음으로써 북미회담으로 향하는 길이 더 넓어지고 탄탄해진 듯하다"며 "싱가포르에서 열릴 세기적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그러나 차분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그간 6·12 북미 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북미간 실무 협의 결과에 연동돼 있다며 공식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다.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비핵화 방식과 시기,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 방안 등 민감한 의제를 다루는 상황에서 향후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쓰일 레버리지(지렛대)인 종전선언 카드를 미리 빼들면 안 된다는 미국 백악관 내 일부 강경파들의 의견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조차 2차 남북 정상회담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는 정도로 수위를 조절하며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난 직후 "종전선언을 논의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합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종전선언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종전선언을 위한 실무협의 과정도 필요하기에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날아가더라도 종전선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만 형성하는 수준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종료될 수도 있다.
혹은 문 대통령이 이번에는 싱가포르에 가지 않고 북미 정상간 종전선언 추진 의사를 공식화한 점을 환영하고, 추후 일정한 날짜에 일정한 장소에서 퍼포먼스를 동반한 종전선언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김 대변인이 "싱가포르에서 열릴 세기적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그러나 차분히 지켜보겠다"고 밝힌 것도 싱가포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만약 종전선언이 특별한 행사 형식으로 추후에 진행될 경우 이미 정상회담 장소로서의 효용성이 확인된 판문점도 주목된다.
종전선언 시기도 상징성을 감안해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월27일)에 맞춰질 수 있다.
청와대는 정의용 안보실장을 중심으로 미국 NSC와 긴밀히 접촉해 향후 남북미 3국 정상회담 일정과 종전선언 방식 등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김 부위원장이 북한으로 돌아가 김정일 국무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 예방 상황을 보고한 뒤, 남북간 채널을 가동해 3국 정상회담 방식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