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대규모 독자제재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 재무부는 당초 29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재 발표가 무기한 연기됐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현재 미국과 북한이 판문점에서 비핵화 등 회담 의제를 놓고 실무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관련 보도가 나온 점이 주목된다.
회담 의제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하고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되는 경우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 고삐를 더욱 강하게 조이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현지시간) 두 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미 재무부가 40여곳에 가까운 기관과 개인에 대한 제재 꾸러미를 준미 중이었으며, 여기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기관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관리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추가 독자제재는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는 공격적인 성명을 잇달아 발표한데 대한 대응으로 준비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결정하면서 빠르면 29일(현지시간)에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남북 정상이 판문점 북측에서 깜짝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과 북한의 대표단이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에 들어가는 등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본궤도에 오르면서, 대북 제재 발표는 무기한 연기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미국은 지난주 회담이 실패할 경우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주의를 전환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었다"며 "행정부 고위관리들은 미국의 외교적 지렛대를 약화시키는 북한의 외화수입원을 더욱 졸라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미 간에 진행 중인 회담 준비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더 나아가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북한에 대한 제재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재 판문점 북측에서 성김 주 필리핀 미 대사가 이끄는 미국 측 대표단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주축으로 한 북한 대표단이 비핵화 회담 의제를 둘러싼 회담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 검토 보도는 북한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비핵화 등 핵심의제에 대해 논의하는 북미 간 판문점 실무 협상은 27일부터 시작돼 다음날인 28일에는 하루 정회됐으며, 29일부터 다시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양측이 큰 이견을 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함께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미국 측 회담 사전준비팀이 28일 일본을 경유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북한에서도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중국 베이징을 거쳐 싱가포르에 도착해 조만간 싱가포르 현지에서도 의전과 경호 등 북미 간 실무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공식 채널과는 별도로 북미 정상회담 논의를 시작부터 주도해 온 미 중앙정보국(CIA)도 통일전선부 등 북한 당국과 정상회담 사전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무산 위기를 넘긴 북미 정상회담이 3개의 트랙을 통해 동시 다발적으로 준비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은 제재 카드까지 슬쩍 내보이면서 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