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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이창동 감독, "주연 배우들 논란? 각자 거쳐야 할 몫"(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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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닝' 이창동 감독, "주연 배우들 논란? 각자 거쳐야 할 몫"(일문일답)

    [노컷 인터뷰 ②] 이창동 감독이 밝힌 #배우들 논란 #칸 수상 불발 #'버닝'

    영화 '버닝'의 이창동 감독.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8년 만의 복귀작이었지만 유독 잡음이 많았다. 유아인, 스티븐 연 그리고 전종서. 주연 배우 세 명을 둘러 싼 논란들은 '버닝'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유일하게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였기에 이창동 감독으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많았으리라.

    그러나 그는 이런 일련의 일들을 '운명'이라고 했다. 촬영장이든, 밖이든 혹은 신인 배우이든 베테랑 배우이든 이창동 감독의 태도는 한결같다. 결국 모든 건 '배우의 몫'이라는 거다. 영화 외적으로 배우에게 발생한 문제 또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어떤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배우들을 둘러싼 논란들과 '버닝' 현장에서 그가 배우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어지는 이창동 감독과의 일문일답.

    ▶ 유감스럽게도 주연 배우 셋에게 모두 논란이 있었다. 영화 성적과도 무관하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고, 어쨌든 함께 영화를 만들어 간 감독 입장에서 이에 대해 생각한 바가 있을 것 같다.

    - 영화 외적인 논란이 안타깝지만 내가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건 각자의 몫이고, 어떤 식으로 진행돼도 본인이 받아들이고 통과해야 될 문제다. 내가 감독을 하고 있다고 선생님처럼 말할 수도 없고 다 경험하면서 성숙하게 변해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에 직접적으로 불똥이 튀었다고 할까 그렇게 되긴 했지만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특히 스티븐 연 같은 경우에 본인이 굉장히 당황했고 그렇지만 또 자기가 겪어야 될 걸 겪는 거구나, 그 동안에는 말하자면 어떤 혜택보듯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없었다면 좋은 일이었겠지만 본인이 자기가 거쳐야 될 과정이라는 걸 받아 들이더라.

    {IMG:3}▶ 상당히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던진 부분도 많았다. 한 나레이터 모델이 유아인을 향해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혹시 의도한 장면인가 싶기도 했는데.

    - 행사장에서 일하는 나레이터 모델을 만나는 건 의도된 장면이다. 일부 직설적인 장면들을 일부러 넣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통일성보다는 관객들도 좀 들어보라는 생각이었다. 유아인이 연기한 종수에게 나레이터 모델이 꾸중하듯이 여성 인권을 이야기하는 톤도 일부러 그렇게 했다. 촬영 당시에는 그런 논란이 생기기 전이라 그것과는 관계가 없다.

    ▶ 감독으로서 배우들에 대한 현장 디렉팅은 어떻게 하는 편인가.

    - 지금도 같은 이야기이지만 누군가는 힘들고, 또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 거다. 물론 연출을 하니까 디렉팅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굉장히 디테일한 것까지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연기라는 건 스킬, 표현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그 인물이 되어서 느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느낌은 각자가 다르고, 자기만의 느낌이 있어서 내가 원하는 걸 이렇게 하라고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 '버닝' 촬영현장.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 전도연은 '밀양' 촬영 당시 연기를 하지 말라고 해서 힘들었다던데, 신인 배우인 전종서에게도 이와 비슷한 디렉팅을 했는지.

    - 전도연 씨의 경우, 캐릭터의 감정이 너무 힘들어서 자유롭게 놔두는게 아니라 도와주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도와주는 순간 잘 알게 될 수도 있지만 자기 것이 아니고 내 것이 되기 때문에 설사 더 좋아보인다 할지라도 내 원칙에는 맞지 않는다. 전종서는 감정적으로 그렇게 힘들진 않았을 거다. 전종서 본인도 기억하겠지만 첫 날 유아인과 대본을 리딩할 때는 굉장히 자세히 짚어주기도 했는데 그 다음 날부터는 안했다. 대사 속 다른 디테일에도 여러 감정적 계기가 있다는 걸 알기만 하면 됐지, 그걸 항상 매번 알려주는 건 본인을 위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어려운 대목은 본인이 타고 넘어가길 기다렸다. 내가 원하는대로 해보라고 하는 건 시간이 걸리더라도 피하려고 했다.

    ▶ 유명 감독이지만 언론이나 방송에 많이 노출되지 않는 편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약속도 했고, 이번에는 뭔가 해야될 것 같아서 인터뷰를 하게 됐다. 소통은 보통 영화로만 한다. 영화 감독이 다른 걸 하는 게 의미가 있나. 주방장이 손님들과 이야기한다고 짜장면 맛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니까. 얼굴이 알려지는 것도 사실은 좀 힘들다. 가능하면 노출 빈도를 최대한 줄이려고 했고, 나는 구식 교육을 받아서 작품 이외의 이야기는 일종의 오류라고 배웠다. 그래서 그런 걸 피하기 위해 그랬다.

    ▶ 늘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변화를 꿈꾸는지.

    - 늘 변화하고 싶었다. 내 나름대로는 항상 변화하려고 힘들게 노력했다. 이번 변화는 좀 더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좀 더 질문이 복잡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오히려 다 비우고 영화를 있는 그대로만 느끼면 그나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질문이라는 건 언제나 남는다고 생각한다. 아주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쉽게 잊혀지는 영화도 있지만, 어떤 질문은 시간이 지나도 남을 수 있다. 또 다른 질문과 연결되기도 한다. 스타일의 문제도, 누군가는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낯선 것을 해야 그 다음에는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그 다음에는 새로움으로 다가갈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성공 모델로만 따라가면 영화 산업 전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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