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2차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전격적으로 2차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소식이 중국 대륙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저녁 급거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속보로 전했고 관영 CCTV 역시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관련 소식을 속보로 전하면서 두 정상이 지난달 27일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시선은 27일 오전 10시, 회담 결과를 발표할 문 대통령의 입으로 쏠리게 됐다. 남북 정상 회동 결과에 따라 한반도에서 미·중 양국간 힘겨루기 우열도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달 개최된 1차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채택한 ‘판문점선언’ 내용 중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한다”는 구절을 놓고 속앓이를 앓은 바 있다. 당시 중국 내에서는 남북 정상이 ‘남북미 3자’를 앞서 언급하면서 사실상 중국을 배제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번 ‘차이나패싱’ 논란에 휩쓸렸던 중국으로서는 이번 정상회담 결과도 초조한 심정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6월 12일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상황에서 갑자기 성사된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점이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한·미 양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 뒤에 중국이 있다는 이른바 ‘시진핑 배후론’을 언급한 자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장이었다는 점도 꺼림직 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세계적인 포커 플레이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그가 하는 것처럼 할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김정은 위원장이 시 주석과 2차례 만남을 가진 뒤 태도가 돌변한 것은 사실“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후 이어진 양국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중국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했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다롄 회동과 최근 북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의 중국 경제현장 방문 등 북한이 중국을 끌어 들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듯한 행보에 나서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을 것이다.
26일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에 김정은 위원장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날 김 부장이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에 돌아가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지난 24일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 고위인사가 김 부장이었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창선 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해외 방문 의전을 전담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의 3차 방중이 예정돼 있었다는 추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국 철도당국이 오는 27~28일, 그리고 6월 13~14일 동북지역을 지나 베이징으로 오는 열차들의 운행정지를 예고한 점도 김 위원장의 3차 중국 방문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김계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연이은 대미 비난 담화에 이어 3차 방중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더욱 압박하겠다는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이었을 수 있다. 김창선 부장이 베이징에 도착한지 불과 반나절도 안돼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선언은 이런 전술을 송두리째 무력화 시켰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자신을 갖고 놀고 있다고 생각했고 중국이 북한을 뒤로 물러서게 하고 있다고 본다”는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증언은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2차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답을 내놨을 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간절히 원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선언 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위임에 따라" 발표한 담화에서 "매우 유감" 이라며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