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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나…다시 요동치는 한반도



통일/북한

    결국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나…다시 요동치는 한반도

    북미정상회담 취소 카드에 한반도 긴장완화 분위기 급제동
    북한 "언제든 미국과 마주앉아 문제 풀어갈 용의" 미국이 다시 공 넘겨
    남북관계도 당분간 냉각기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 남북 핫라인 통해 적극 중재나서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2일로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을 갑자기 취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올 초부터 이어져온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에 급제동이 걸렸다.

    게다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첫 단추로 평가되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당일에 트럼프 발 급보가 전해지면서 북한의 강한 반발이 우려됐다.

    일단 북한은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위임 담화'를 통해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담화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한미정상회담 직후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셈이어서 한미간 공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 선더'가 종료되면서 무기한 연기된 남북고위급회담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북미관계가 냉각되면서 남북관계도 당분간 냉각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슬프게도 귀측의 최근 성명에서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에 근거해 보자면 이 시점에서는 오랫동안 계획됐던 회담을 갖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여겨진다"며 싱가포르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최근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개인 담화를 통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맹비난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 강경파들은 지속적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정상회담 회의론을 제기해왔는데, 북한의 잇따른 비난 담화가 반대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에 대한 비난이 인내심의 한계였다"고 말했다.

    또 북한 비핵화 해법과 관련해 '리비아식 모델'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어느정도 단계적 이행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을 조율하는 데도 실패한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일괄타결(all-in-one)'이 원칙이지만 현실론에 입각한 단계적 이행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시사하면서 협상의 문턱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는데, 이 역시 강경파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북한 핵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관철하기 위한 로드맵과 관련해 미국내 의견조차 일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싱가포르 협상장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숭실대 이정철 정치학과 교수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과 펜스를 대변하는 강경한 입장들을 끝까지 통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완전한 비핵화와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대한 미국내 기준이 달랐고 그걸 조율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정상회담 사전 조율을 위한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핵무기 반출 등 압축적이고 신속한 비핵화에 필요한 세부적인 조치와 상응한 대가 요구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9일 방북했을 때, 양측은 지난주에 싱가포르에서 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을 하기로 했었다"며 "그러나 북한은 아무 말도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은 우리를 바람 맞혔다"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미국 트럼프 대통령,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자료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미 양 정상간 자존심 싸움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은 "정상회담 장소가 평양이었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더 참고 더 탄력적으로 나왔을 것이라며 주변의 대미 적개심 표출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도 일괄타결 방식에 김정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변 대북 강경론자의 입장을 반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인질 석방과 핵 실험장 폐쇄로 성과는 이미 확보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 공개 직후에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도 있고, 좀 더 뒤에 열릴 가능성도 있다"며 회담 개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공식 반응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수위도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김계관 제1부상은 다시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정상회담)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해왔다"며 "그런데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취소를 발표한 것은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는 력사적 뿌리가 깊은 조미(북미)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말했다.

    상당히 정제된 외교적 수사를 사용하면서 공을 다시 미국에 돌린 것으로 보인다.

    체면과 자존심이 강한 북한으로서는 간첩혐의를 받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조건없이 전격 석방했고,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폭파하는 선물을 제공했는데,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되면서 비핵화를 취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정상회담 취소 카드까지 꺼내게 만든 미국내 강경 여론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향후 다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관계도 다시 출렁거릴 것으로 예상된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북한이 대북 적대시 훈련이라고 비난했던 '맥스 선더'가 끝나고 김정은 체제를 비판했던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도 국정원 산하 기관 자문위원직에서 자진사퇴하면서 빠르면 다음주에 남북고위급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다시 발목이 잡힐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이 당분간 남북관계 보다는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따른 대미 대응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 6·15 남북공동행사 개최, 이산가족상봉 등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각종 후속조치들의 이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우리 정부의 조정 역할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북중미를 상대로 창의적인 중재 외교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손기웅 전 원장은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는 핫라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의중을 가감없이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연구원 성기영 연구위원은 "중국에 대해서는 섣부른 제재 완화 움직임이 북한으로부터 하여금 비핵화 프로세스로부터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며 "또 미국을 향해서도 중국이 한반도 평화에체 협상에서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라는 사실을 설득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기영 위원은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 아직도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비핵화 회의론과 한미 간 이견을 강조하는 일부 미국 언론의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비핵화 프로세스 내내 대미 공공외교도 획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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