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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낙태죄 폐지, '모 아니면 도'로 몰아붙일 일 아니다



칼럼

    [논평] 낙태죄 폐지, '모 아니면 도'로 몰아붙일 일 아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공방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판단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24일 오후 열리면서다.

    헌재가 낙태죄 위헌 여부로 공개변론을 여는 것은 2011년 11월 10일 이후 6년 반만이다.

    헌재는 당시 공개변론을 거쳐 이듬해 8월 "태아는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심리에 참여한 재판관 사이에서는 찬반양론이 4대 4로 팽팽히 맞섰지만 6명인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결과이다.

    이 때 절반을 차지한 위헌의견이 강조한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었다.

    "임신초기 자발적 임신중절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헌재는 태아 생명권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고 헌법재판관들도 다 바뀌었다.

    이진성 헌재소장을 비롯한 6명의 재판관은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낙태죄 처벌 조항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 입장도 달라졌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공개변론을 앞두고 "여성의 기본권 중 건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가 사실상 낙태죄 폐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는 헌재가 2012년과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이유이다.

    그럼에도 헌재가 위헌 쪽으로 결정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교계 등의 반발이 벌써부터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4일 오후 낙태죄 위헌청구소송 1차 변론이 열린 헌법재판소 앞 찬반시위 (사진 김광일 기자)

     

    24일 오후 낙태죄 위헌청구소송 1차 변론이 열린 헌법재판소 앞 찬반시위(사진 김광일 기자)

     

    이번에도 시민단체,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2012년 이후 크게 사정이 달라진 것은 없고 논리나 주장도 대동소이하다.

    그 핵심은 여전히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때 태아를 지울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은 태아가 이미 세상에 태어난 인간과 똑같은 생명권을 갖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다.

    태아에게 생명권을 인정했을 때는 여성이 비록 뱃속의 태아에 대해 자기 결정으로 지우는 것을 쉽게 허용할 수 없다.

    그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은 인간 세상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각자 가지고 있는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라 주의 주장도 팽팽하게 맞설 수 밖에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대립시켜서 그 중에 하나를 택하는 식으로 갈 것이 아니라 양자가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어느 하나를 버리지 않고 둘 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어차피 태아와 임신한 여성은 한 몸이다.

    여성은 자기 몸에 품은 태아의 생명을 자기 몸처럼 소중히 여기면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어린이와 여성에게 구명정에 옮겨 탈 우선권을 주는 것과 같이 태아를 미성숙했지만 자신과 똑같은 가치를 지닌 생명체로 소중히 여기고 결정하는 것이다.

    낙태죄 폐지도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곧장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 건강권, 행복추구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은 부단히 경주돼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비혼모나 경제적 취약층에 대한 사회 경제적 지원 등의 대책도 하루빨리 마련돼 청와대의 바람대로 '모든 부모에게 출산이 기쁨이 되고 아이에게 축복이 되는 사회'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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