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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칸영화제, 왜 이창동 아닌 고레에다 택했나?"



사회 일반

    오동진 "칸영화제, 왜 이창동 아닌 고레에다 택했나?"

    극찬 받은 이창동 <버닝> 본상 탈락
    해외소설 원작..다양한 해석 여지 남겨놔
    올해 심사위원단, 일상밀착형 작품 선호
    유수 감독들 수상 로테이션하는 경향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오동진 (영화평론가)

    영화 얘기 좀 하겠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요사이 국제적으로 가장 핫한 한국 영화 하면 떠오르는 영화 이창동 감독의 버닝 얘기를 할 텐데요. 지난 19일에 폐막한 칸영화제에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으레 하는 극찬 정도가 아니고 칸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데일리라는 게 있는데요. 역사상 최고 평점. 4점 만점에 3.8을 받았고요. 영화에 대해서 아주 혹평을 쏟아내기로 유명한 영화 평론 사이트가 있어요. 로튼 토마토라는 곳인데 여기에서 평점에 해당하는 신선도라는 게 있는데 여기서 100%, 100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죠. 솔직히 좀 아쉬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도대체 그 이유가 뭔지 이분과 함께 짚어봅니다. 영화 평론가 오동진 씨 연결을 해 보죠. 오동진 선생님, 안녕하세요.

    ◆ 오동진>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일단 저는 못 봐서요. 무슨 영화인지 좀 알고 싶어요. '버닝' 불타다, 무슨 영화입니까?

    ◆ 오동진> 이 영화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만 굳이 짧게 요약해서 설명드리면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적 계급 내지는 계층 갈등에 휩싸인 한 청년이 얽히게 되는 치정 미스터리 살인극입니다. 미스터리 살인극. 살인이 벌어졌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의 해석이 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여러 가지 주제가 겹겹이 좀 쌓여 있는 그런 작품이고요. 영화 속에서도 그런 대사가 나옵니다. '아프리카 케냐에 가면 리틀 헝거와 그레이트 헝거가 있다고 한다, 이런 대사가 나오거든요. 리틀 헝거는 그냥 배가 고픈 사람, 그레이트 헝거는 정신이 고픈 사람.' 이런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이 영화를 리틀 헝거의 입장에서 보느냐, 그레이트 헝거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영화의 내용 자체가 다를 수 있거든요.

    ◇ 김현정> 그래요? 이게 참 모호하다, 본 분들 얘기가 다 이구동성으로 참 모호하다. 그래서 신비롭다, 뭐 이런 얘기들을 하시는데요.

    ◆ 오동진> 왜냐하면 영화 속에서 종수 역, 유아인 씨가 맡은 청년 역이 사실은 소설가 지망생이에요.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택배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서 영화 속에서 종수라는 청년이 쓰는 소설의 내용인지, 아니면 종수라는 청년이 실제로 겪는 내용인지.

    ◇ 김현정> 거기서부터 모호하군요?

    ◆ 오동진> 네. 그것이 중첩돼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첩돼 있지 않다고 볼 수도 있고요. 중첩돼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극찬이 쏟아졌어요. 역대 최고의 극찬이 쏟아져서 저희가 지난주에 칸 계신 분들하고 직접 접촉을 했거든요, 수상 가능성을 보려고. 그랬더니 그분들이 이구동성으로 못 받으면 말이 안 된다. 이게... 이런, 이런 정도의 극찬이 쏟아질 수 없다라고 했는데 본상을 못 받았어요. 그냥 미술상 하나 받았어요.

    ◆ 오동진> 평론가들이 칭찬하면 될 일도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웃음)

    ◇ 김현정> 왜요? 평론가들이 칭찬하면 왜 반대로 돼요? (웃음)

    ◆ 오동진> 뭐랄까요. 너무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프랑스 칸영화제 공식 경쟁작에 오르는 20여 편, 올해는 21편이었습니다마는. 20여 편의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는 그런 작품들이죠.

    ◇ 김현정> 다 좋은 작품이고.

    ◆ 오동진> 이번에 상을 받은 스파이크 리의 '블랙클랜스맨' 같은 작품이나 폴란드의 파벨 포리코브스키의 '콜드 워' 같은 작품은 만만한 작품들이 아니거든요. 이창동 감독만큼이나 또 평가를 받는 작품이고. 다만 이창동 감독이 이번에 오랜만에 칸영화제에 등장을 했고. 그리고 작품 자체가 영화제에 걸맞는 그런 정신적 수위가 높은, 예술적 수위가 높은 그런 작품이어서 기대가 컸습니다마는. 칸영화제가 선택한 것은 조금 좀 뭐랄까요, 구체적 일상에 밀착돼 있는 그런 얘기들을 수상권으로 포함시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관념적이거나 철학적인 작품보다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일상에 많이 붙어 있는 그런 얘기들을.

    ◇ 김현정> 생활과 닿아 있는.

    ◆ 오동진> 네. 그런 경향이 좀 나타난 것이 이번 칸영화제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대상은 결국 황금종려상 누가 탔냐면요.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만비키 가족.

    ◆ 오동진> 고레에다 히로카즈.

    ◇ 김현정> 가족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대상을 탔거든요. 그러니까 심사위원단... 아무리 평론가들이 이렇고 저렇고 사상 최고 점수를 줘도 결국은 심사위원. 여덟입니까, 아홉입니까? 심사위원이 결정하는 거죠?

    ◆ 오동진> 그렇죠. 그러니까 심사위원장이 누구냐에 따라서 매우 심사의 방향이 달라지니까.

    ◇ 김현정> 그렇죠.

    ◆ 오동진> 마틴 스콜세지가 심사위원장일 경우에, 그리고 또 예컨대 한국의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을 때가 쿠엔틴 타란티노가 심사위원장이었거든요.

    ◇ 김현정> 맞아요.

    ◆ 오동진> 그 해마다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좀 달라집니다. 저는 이번에 이창동 감독이 수상을 못한 것은 작품성 때문에, 작품성 때문에 못 한 것이 아니라 순번상 밀렸다, 이런 생각을 좀 하는데요.

    ◇ 김현정> 무슨 순번이요?

    ◆ 오동진> 칸영화제는 사실 세계 유수 감독들을 자신의 테두리에 이렇게 항상 모아놓고 조금 계속해서, 뭐랄까요.

    ◇ 김현정> 관리합니까?

    ◆ 오동진> 관리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도 꽤 오래됐거든요. 우리나라가 박찬욱 감독, 임권택 감독, 또 이창동 감독이 심사위원 대상 감독상 또 여우주연상 이렇게 가져가기 전에 일본이 기타노 다케시 등등 일본 감독들이 또 많이 가져갔습니다. 그런 식으로 보면 한번씩 로테이션을 하는데요. 아마 한국이 칸에서 또 어떤 성과를 올리기까지는 짧으면 1-2년, 뭐 길면 3-4년 정도가 더 걸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 좀 기계적인 판단입니다.

    ◇ 김현정> 여기에 영화계의 사람들끼리 얘기하는 거기는 하지만 아주 근거 없는 얘기도 아니네요. 사실 좀 돌아가는 게 있다, 로테이션이 있다, 배려하는 게 있다. 이번에 그런 면에서 밀렸을 수도 있다.

    ◆ 오동진> 그렇죠. 작품 때문에 밀린 게 아니고. 순번상 조금 그런... 뭐랄까요, 정치적인 배려를 받은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버닝' 영화 스틸컷

     

    ◇ 김현정> 오동진 씨, 개인적으로. 30초 남았는데요. 오동진 씨 개인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몇 점 주시겠습니까? 버닝 이 영화?

    ◆ 오동진> 91점?

    ◇ 김현정> 9점은 왜 못 받은 거예요, 100점 만점에? (웃음)

    ◆ 오동진> 엔딩 부분에 대한 생각들이 다를 수 있죠.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마는 아, 저 부분에서 영화가 끝났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저도 그중에 한 명이고요. 영화가 조금 더 모호하게 끝나는 것, 그래서 좀 오픈된 결말을 조금 더 강조했던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 김현정> 지금도 모호하다고 하는 분들 많으시던데 더 모호했어야 된다? (웃음)

    ◆ 오동진> 모호함이 모호함으로 덮으니까 좀 애매해진 부분이 결말에 있다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죠. 그래서 저도 사실 그 부분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하고 있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 오동진> 9점 정도는 좀 덜 받아도 되지 않을까. 91점도 되게 높은 건데요.

    ◇ 김현정> 오동진 평론가님이 91점이면 대단히 높은 점수 주셨는데. 버닝이라는 영화 이창동 감독이 오랜만에 낸 정말 수작입니다. 개봉도 했습니다. 오늘 쉬는 날 많이 보시기 바라고요.

    ◆ 오동진>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도 읽으시면 좋고요. '헛간을 태우다.'라는 단편입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 오동진>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영화 평론가 오동진 씨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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