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전참시' 사건 전말…한참 뒤처진 '방송' 감수성



방송

    '전참시' 사건 전말…한참 뒤처진 '방송' 감수성

    조사위 "세월호 화면·'어묵' 자막 사용 고의성 없다고 판단"

    (사진=MBC 제공)

     

    세월호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울컥하게 만드는, 여전히 우리 모두에게 아물기 힘든 상처로 남아 있는 사회적 참사다.

    16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전지적 참견시점'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 현장에서도, 조사위원장 조능희 MBC 기획편성본부장과 조사위원 오세범 변호사는 세월호 유족들의 상처 등을 언급하면서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채 울먹였다.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 제작진이 최근 방송에서 세월호 뉴스 화면과 '어묵' 자막을 사용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일은,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우리 사회 감수성을 따라오지 못하는 방송 시스템과 그 구성원들의 안이한 태도를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

    조사위는 이날 "다양한 사실관계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은 제작진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벌인 고의적 행위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송이 세월호 가족을 비롯해 시청자, 그리고 출연자들에게 끼친 상처는 너무나 컸다"고 전했다.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조연출은 편집과정에서 첫 번째 영상은 세월호 관련 뉴스임을 몰랐고, 세 번째 뉴스는 뒷부분의 화면이 세월호 사고 화면임을 알았다고 한다.

    이때 조연출은 '만약 뒷배경을 보이지 않게 흐림 처리를 하면 뉴스 멘트 자체에는 세월호 관련 언급이 없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CG 처리를 의뢰했다.

    특히 뉴스 화면에 '어묵' 자막을 넣은 데 대해 조연출은 "당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여 만든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으며, 특정 사이트에서 '어묵'이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 조롱하는데 사용되고 있음을 몰랐다"고 말했다.

    방송 전 수차례 시사과정에서도 프로그램 실무·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연출과 담당부장은 해당 뉴스화면이 세월호 관련 영상임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뉴스 자료의 길이도 짧았고 흐림 처리된 영상에 이영자 CG·자막 등이 입혀져 확인이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잘못된 제작윤리가 MBC 내에 존재하고 있다"

    16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전지적 참견시점' 조사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MBC 제공)

     

    '제작진 일베설'에 대해 조사위는 "사건 초기부터 제작진 내에 특정 성향의 사이트 가입자 혹은 동조자가 있다는 의혹을 해소하고자 해당 조연출과 연출, 그리고 FD의 동의하에 본인 휴대전화 및 SNS 활동 등을 조사했다"며 "조사결과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제작진이 일베'라는 의혹은 현재까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조사위는 "조연출이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려는 고의성을 가지고 세월호 화면과 '어묵' 자막을 사용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아래와 같이 부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연출의 단순한 과실로 볼 수 없다.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은 웃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참사를 다룬 뉴스를 사용하고자 했다는 점이며, 해당 조연출은 방송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하여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로는 △자료 사용에 대한 게이트키핑 강화 △방송윤리의식 전반에 대한 점검·재교육에 대한 계획 수립·실천 등을 강조했다.

    조사위는 "실무책임자인 연출과 관리책임자인 부장, 총괄책임자인 본부장 등도 시사 과정에서 자료사용의 적절성 등을 판단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방송이 된 점, 그리고 미흡한 사후 조치, 소속 사원에 대한 윤리교육·관리에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해당 조연출·담당 연출, 부장, 본부장에 대한 징계를 회사에 공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사과정에서 촉박한 제작환경, 수많은 자료 활용에 대한 게이트키핑 부실, 지시대로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파편화된 제작과정, 꼼꼼하지 못한 관리감독 등 제작 전반의 시스템 실패를 확인했다"며 "하나하나 꼼꼼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면 뉴스의 맥락을 희석시켜서라도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잘못된 제작윤리가 MBC 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청률이나 시청자의 호기심을 면죄부 삼아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은 방송이 만들어져서는 안 됩니다. 이는 비단 특정 장르나 제작진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많은 제작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소홀히 지나칠 때, 이번 사건은 또 다시 되풀이 될 것입니다.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언론인으로서 가져야 할 방송윤리, 제작윤리를 재점검해야 합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