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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사돈의 팔촌'까지 장악한 서울예대 이사회…총장 해임 가능할까



사회 일반

    [기자의 창] '사돈의 팔촌'까지 장악한 서울예대 이사회…총장 해임 가능할까

    (사진=신병근 기자)

     

    서울예술대학교에 대한 교육당국의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CBS노컷뉴스가 서울예대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데 따른 특별조치로 이뤄졌다.

    제기됐던 의혹들은 전부 '실체적 진실'로 드러났다.

    입학전형료, 국가보조금 심지어 학생들이 낸 등록금까지, 총장 자신은 물론 그 일가를 배불리는 데 사용됐다. 총장은 길게는 45일나 해외 출장을 가면서 업무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비용까지 교비로 대줬다. 동행한 부인(법인 이사)의 체재비도 교비로 결재됐다. 가족 여행을 교비로 다닌 셈이다.

    또 많게는 수억원이 들어가는 학교 환경개선 공사는 '쪼개기' 수법을 이용해 수의계약으로 특정업체에 넘어갔다.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꼼수'를 쓴 건 아닌지 수사기관이 진실을 밝혀야 할 대목이다.

    아울러 이미 교수들 사이에서는 총장의 '교수 길들이기' 수단으로 인식돼 온 교원업적평가도 객관적 기준이 없는 총장의 전횡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 모든 책임을 물어 유덕형 총장에 대해서는 '해임', 관련자 47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고, 국고 보조금 등 6억5천여만 원을 환수조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특히 유 총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한다는 초강수까지 꺼내들었다.

    이제 공은 서울예대 법인 이사회로 넘어갔다. 교육부의 징계요구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도 감독 등 여러 권한이 있는 교육부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쉽진 않다. 하지만 여느 사학과 마찬가지로 총장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예대 이사회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면, 총장의 부인과 매형, 친구는 물론 하물며 양자까지 포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과 한통속인 이사회가 상징성 있는 총장의 징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한다손 치더라도, 수많은 부역자들에 대해 합당한 징계를 내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결국 총장의 얼굴만 바뀔 뿐 실질적으로 유덕형 총장의 '수렴청정'(垂簾聽政 누군가를 내세워 대신 통치하는 행위)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학비리의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감사와 같은 1회성 정책보다는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63년 처음 제정된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사립학교법 16조(이사회 기능)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가 힘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조항을 보면 이사회는 △학교법인의 예산·결산·차입금 및 재산의 취득·처분과 관리에 관한 사항 △정관의 변경에 관한 사항 △학교법인이 설치한 사립학교의 장 및 교원의 임용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할 수 있다. 이사회에 재정권, 규칙 제정권, 인사권이 모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서울예대 본관 전경 (사진=신병근 기자)

     

    족벌 세습을 통해 설립자 일가가 장악하고 있는 이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감사로 잠시 타격을 입는다 해도 매번 '도도리표'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 역시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사학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무관용 원칙'을 선언한 문 정부는 지난해 12월 사학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학혁신추진단까지 출범시켰다. 추진단은 사학발전·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와 사학비리 조사·감사 TF로 구성됐다. 건전한 사립대에는 행·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비리사학은 엄정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정과제로 '사학비리 근절을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도 추진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학비리는 드러나기 힘든 구조다. 학교법인은 내부비리를 지적하는 교원의 목소리를 강력한 인사권을 동원해 입 밖에 낼 수 없도록 틀어막고 있다.

    교육부와 사학과의 오랜 유착관계도 사학 개혁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다. 최근에도 교육부 공무원이 사학비리 제보자를 학교측에 알려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학교의 주인이 설립자 일가가 아닌 학생과 교원 등 학교구성원들로 올곧이 서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번 서울예대 사태는 사학비리의 추악한 민낯이 겨우 또 한 꺼풀 벗겨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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