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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라송부터 하야송까지…광화문의 노래들"



사회 일반

    "훌라송부터 하야송까지…광화문의 노래들"

    - 4.19 해방가, 80년 훌라송… 역사바꾼 노래들
    - 촛불집회부터 대중가요 부르기 시작
    - 차 없는 광화문, 성숙한 시민사회 증거
    - 2021년 넓어지는 광화문… "이제 진짜 광장"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영미 (작가, 대중문화평론가)

     

    몇 해 전에 우리는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그 현장을 목격했었죠. 목격만 한 게 아니고 실은 우리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때 촛불 들고 불렀던 노래. 여러분, 기억하시나요? <헌법 1조="">도 있었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이런 새로운 노래들도 있었고요. 또 <아침 이슬=""> 같은 고전 명곡까지 목청껏 불렀습니다. 그러고 보면 시대마다 광장에서 불렀던 노래들도 달랐어요. 이런 광장의 노래들을 총정리한 일종의 연구서를 낸 분이 있습니다. 우리 뉴스쇼 청취자들과는 참 친한 분. 대중문화 평론가 이영미 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이영미 선생님, 안녕하세요?

    ◆ 이영미> 안녕하세요.

    ◇ 김현정> 명절 특집의 단골손님이신데 평일에 만나니까 좀 어색한데요? (웃음)

    ◆ 이영미> 그렇죠. (웃음)

    ◇ 김현정> 이영미 선생님의 눈으로 문화를 쫙 훑고 나면 사실은 늘 보던 익숙한 것도 아주 새롭게 보이고 저는 그랬어요.

    ◆ 이영미> 고맙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번에는 광장의 노래들을 연구하셨어요? 책 제목이 뭡니까?

    ◆ 이영미> 책 제목은 <광장의 노래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 김현정> 광장의 노래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어떻게 바꿉니까? (웃음)

    ◆ 이영미> 왜 옛날에 구지가 그런 거 국어시간에 배웠던 거 기억하세요?

    ◇ 김현정> 기억 나요, 구지가.

    ◆ 이영미> 사람들이 모여가지고 노래를 부르면 막 하늘에서 왕이 내려오고 그러잖아요.

    ◇ 김현정> 맞아요.

    ◆ 이영미> 그러니까 뭇사람의 입이 이게 참 무서운 거여서 세상을 바꾸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나라 역사에서 광화문광장에 모여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면 역사가 바뀌었어요, 진짜로.

    ◇ 김현정> 진짜로 바뀌었어요. 사실은 가장 근래의 광화문, 우리가 기억하는 광화문은 2016년 겨울에 국정농단에 맞서던 그때의 광화문입니다마는.

    ◆ 이영미> 그렇죠.

    ◇ 김현정>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 광화문이라는 공간이 언제부터 이렇게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장소가 된 건가요?

    ◆ 이영미> 뭐 당연히 광화문 앞이 중요해진 건요, 경복궁 앞의 대문이 광화문이잖아요. 그 앞은 육조거리라고 해서 정부종합청사가 있잖아요. 당연히 무슨 일이 있으면 그 앞에서 꿇어앉아가지고 도끼 놓고 상소하고 그런 거 다 했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때부터도 중요한 거였고요. 그래서 모여서 무슨 소설을 읽겠습니까, 뭐 뭘 하겠습니까? (웃음) 그러니까 다 같이 뭔가를 모여서 뭔가를 하게 될 때는 사람들은 늘 노래를 불러요. 교회 가면 찬송가 부르게 되어 있고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이영미> '우리가 하나다.'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남들한테도 알리고 할 때 제일 좋은 건 노래예요.

    ◇ 김현정> 그러면 아까 근대화가 되고 나서 우리 민주주의를 얘기할 수 있을 때부터 시작해서 그때 우리가 불렀던 노래는 뭡니까?

    ◆ 이영미> 그때 신문을 뒤져보니까 확실하게 제일 많이 나오는 노래는 우리가 지금 '해방가'라고 알고 있는 노래예요.

    ◇ 김현정> 해방가?

    ◆ 이영미> '어둡고 괴로워라. 밤이 길더니.' 해방 직후에 만들어진 그때 널리 불렸습니다. 그런데 그 기억이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이게 자꾸 불려나오는 거예요. 같이 이제 해방 직후 때 불렀던 기억이 있어서요. 4.19 때도 불렀고요. '삼일절 노래'도 불렀어요. 4.19 때도 학생들이 데모를 하면서 그 노래를 불렀다는 것은 그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자부심 같은 것. 해방 후에 학교를 다녔던 새로운 세대로서의 자부심. 그런 것들이 녹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또 광장에서 많이 불렸던 노래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이영미> 그다음에 광장을 다시 한 번 광화문광장을 사람들이 밟게 된 건 1980년 봄이었는데요. 아, 그리고 광화문광장에 나오면 고정적으로 애국가는 불러요, 사람들이.

    ◇ 김현정> 애국가. 이번에도 불렀어요, 우리 국정농단 때.

    ◆ 이영미> 그럼요.

    2016년 촛불집회가 열렸던 광화문 광장

     

    ◇ 김현정> 애국가는 늘 울컥하는 그 노래.

    ◆ 이영미> 울컥하죠. 애국가 다른 데서 부를 때는 그렇지 않은데 광화문광장 한복판에 서서 부를 때는 늘 울컥해요.

    ◇ 김현정> 학교 조회시간에 부르면 사실은 좀 졸리기도 하고 빨리 앉고 싶고 이랬던 노래인데 광화문에서 부르면 울컥해요. 시키지 않아도 막 불러요.

    ◆ 이영미> 울컥합니다. 늘 그래요. 그러니까 차만 다니던 그 길을 한가운데 서서 다 같이 모여서 애국가 부를 때는 울컥하는데요. 그것은 늘 있어요. 언제나 애국가를 부르는 거고요. 그것 말고 1980년대는 하나 더 붙은 것이 '훌라송'이라는 노래예요.

    ◇ 김현정> 훌라송? 조금만 불러주시겠어요?

    ◆ 이영미> '우리들은 정의파다 훌라훌라. 같이 죽고 같이 산다 훌라훌라.' 이렇게 불렀던 노래예요.

    ◇ 김현정> 이게 아마 기억하시는 분도 계실 테도 좀 젊은 세대한테는 낯설기도 하고 그럴 거예요.

    ◆ 이영미> 그게 아마 젊은 세대들도 이 노래 곡조는 기억할 거예요. '손을 잡고 빙빙 돌아라.'

    ◇ 김현정> 아, 그거. 그 음이네요.

    ◆ 이영미> '딴딴딴딴 빙빙 돌아라.' 그 노래예요.

    ◇ 김현정> 나나나나 나나나. 그 노래가 그 노래군요.

    ◆ 이영미> 그 노래가 그 노래예요. 그러니까 훌라송은 왜 불리게 됐냐 하면 네 글자를 박아넣기가 아주 편해요. '비상계엄 철폐하라 훌라훌라.' 이런 식으로요.

    ◇ 김현정> 딱이네요.

    ◆ 이영미> 그러니까 구호를 맞추기가 편해서 80년에는 많이 불렸던 거예요. 그런데 세대가 바뀌고 각목이나 짱돌을 들고 나오는 게 아니라 촛불을 들고 나오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이영미> 그러니까 가수들이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함께해 주는 시대가 2000년대 이후에 촛불집회에서부터는 좀 일반화 되기 시작했어요. '걱정 말아요 그대' 같은 대중가요도 나왔고 또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처럼 계속 데모 노래들을 열심히 짓던 윤민석 씨의 노래가 역시 히트를 했고요.

    ◇ 김현정> 이렇게 노래도 변했고 광화문 광장의 모습도 사실은 시대와 정권에 따라서 이런 모습, 저런 모습으로 참 여러 번 바뀌었죠?

    ◆ 이영미> 그럼요. 지금 우리가 광화문 광장을 밟고 있습니다마는 우리가 왜 월드컵 때 밟으면서 기억 나세요, 막 감격했던 거?

    ◇ 김현정> 그럼요. 다 빨간 옷 입고...

    ◆ 이영미> 그런데 그게 그냥 응원하느라고 감격이 아니라 세상에 우리가 광화문 한복판을 발로 밟아보다니. 광화문 광장에 도보가 없었어요. 오로지 차만 다닐 수 있는 곳이었어요. 그러니까 거기를 발로 밟아보는 건 대사건인 거죠. 데모가 일어났을 때만 발로 밟아보는 거였는데.

    ◇ 김현정> 맞아요, 맞아요.

    ◆ 이영미> 그러니까 2002년 월드컵 때 사람들이 막 감격을 하면서 '세상에, 이걸 이렇게 우리가 쉽게 발로 밟아보다니.' (웃음)

    ◇ 김현정> '데모도 아닌데. 데모도 아닌데 이렇게 모여가지고 같이 즐거워하면서 모일 수 있다니, 밟을 수 있다니.' 그렇게 감격했었죠. (웃음)

    시대정신을 담아 온 광화문 광장

     

    ◆ 이영미> 결국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해결이 되고 나서야 아치도 사라지고 횡단보도도 생겨서 지금의 모습이 된 거고요. 지금의 광화문 광장이 거대한 중앙분리대다, 이런 식의 조롱이 있기는 했습니다마는 어쨌든 광장처럼 그렇게 뭔가 꼴이 만들어진 건 정말 정치가, 우리 시민사회가 성숙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 김현정> 그러네요. 그 광화문광장의 모습이 2021년이면 또 한 번 바뀐다고 그럽니다.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 그 도로를 없애고 지금 한 4배 정도로 넓어질 거라고 그래요.

    ◆ 이영미> 사실 그래야 광장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섬처럼 좀 그렇게 보이잖아요.

    ◇ 김현정> 그래요. 이제는 정말 친구 같은 광화문. 시민들이 놀 수도 있고 뭔가 얘기할 수도 있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광화문. 지금도 그런데 2021년이면 더 열린 광화문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되고요. 저는 하야송도 기억이 나요. '하야 하야 하야.' 우리 이 노래도 많이 불렀잖아요, 광화문에서.

    ◆ 이영미> 그게 원래 응원가거든요. 응원가이기 이전에 아리랑 목동이라고 하는 1950년대 말에 신민요로 만들어진 대중가요였어요. 그랬다가 그게 이제 모 대학의 응원가로 바뀌면서, 응원가로 바뀌니까 계속 응원가로 살아남잖아요, 그 대학을 넘어서서.

    ◇ 김현정> 그게 연세대학교 응원가인가요?

    ◆ 이영미> 연세대학교 응원가였어요. 그렇게 하고서 야구장, 축구장 불리니까 50년대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은 거예요, 그 노래가. 그래서 어느 순간 야야가 하야로 바뀌는데 정말 절묘했습니다.

    ◇ 김현정> 그 송도 기억이 나는데 오늘 인사 나누면서 한 곡 추천, 이영미 선생님의 추천곡 하나 듣죠.

    ◆ 이영미> 뭘 들을까요? 그래도 '걱정 말아요 그대'를 들어야 되지 않을까요? 아직도 걱정들이 많이 남아 있고요. 그래서 광화문 광장에 천막 펴고 계시는 분들 많은데 그런 분들한테 이 노래를 좀 띄워드리고 싶네요.

    ◇ 김현정> 위로가 되는 그 노래. 전인권이 부릅니다. '걱정 말아요. 그대' 부르면서 선생님과 인사 나누겠습니다. 오늘 감사드립니다.

    ◆ 이영미>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대중문화평론가 이영미 씨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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