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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에 고춧가루 뿌리지마…북한, 日에 경고?



통일/북한

    북미정상회담에 고춧가루 뿌리지마…북한, 日에 경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자료사진)

     

    - 미국, 비핵화 외에 중·단거리 미사일, 화학무기 폐기까지 거론하며 기싸움 양상
    - "볼턴이 일본 요구 수용하면서 더 강경한 분위기로"
    - 전문가들 "다른 의제들 추가해 초점 흐려질 경우 자칫 북미정상회담 판 깨질수도" 우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듭된 예고에도 불구하고 북미정상회담 확정 발표가 계속 늦어지는 등 북미 양측이 막판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이와관련해 비핵화와 함께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폐기 문제도 다뤄져야 한다는 일본의 요구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했다. 이후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이를 토대로 비핵화 담판이 성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이 핵 폐기 외에 다른 대량살상무기 폐기까지 추가로 언급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꼬이고 있는 형국이다.

    첫 테이프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끊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일 취임사에서 "북한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하도록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핵 뿐 아니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중·단거리 미사일, 생화학무기가 다 포함된다. C(완전한)VID가 P(영구적인)VID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이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5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만나 "모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생물·화학무기 등 북한 대량살상무기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를 달성하자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비핵화에 모든 초점을 맞춰온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처음 얘기와는 달리 핵문제 외에도 생화학 무기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인권 문제까지 꺼내고 있는데 이것은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입장을 바꿨을까. 전문가들은 일본이 끼어들면서부터 더 강경한 분위기로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성렬 위원은 "미국이 추가로 제시한 사안들은 모두 일본이 요구한 것들"이라며 "볼턴이 일본의 요구를 다 수용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간을 되짚어보자.

    북미정상회담이 5월말이나 6월초에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급해진 일본은 고노 다로 외무상을 지난 3월 중순에 미국에 급파했다. 고노 외상은 당시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을 만났는데 비핵화 외에 북미정상회담의 추가적인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고노 외상은 지난달 30일에도 중동을 순방중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요르단까지 찾아가 회담을 갖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최대한의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납치문제와 핵·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ICBM 뿐 아니라 일본에 도달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포기와 화학무기 폐기,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 등이 그 내용이었던 것으로 사후에 알려졌다.

    일본은 또 야치 국가안전보장국장을 미국에 보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게 했고, 여기서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없애는 게 목표"라는 미국의 입장을 이끌어 냈다.

    아베 총리 역시 틈만 나면 일본인 납치문제 우선 해결과 대량살상무기 폐기 등을 주장하고 있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7일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의제가 아니었던 생화학무기 문제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미국에 도달하는 장거리미사일 외에 중·단거리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폐기도 같이 다뤄달라. 이것이 대량살상무기 아니냐'는 아베 총리의 얘기에 미국은 '기왕에 포기시키는 것 이것까지 하자'는 식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이 연일 일본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선 것도 일본의 이같은 태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8일 일본 자위대의 해상훈련 등을 거론하며 일본을 한민족의 백년숙적이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아베 패당이 미국의 대조선 제재·압박에 동조하며 날뛰는 것은 조선반도 정세 완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조선반도 정세악화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 하는 것은 일본의 체질적인 악습"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6일에도 "운명의 갈림길에서 '제재'니 압박'이니 하는 진부한 곡조를 외우며 밉살스럽게 놀아대다가는 언제가도 개밥의 도토리 신세"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문제는 미국이 일본의 요구를 수용해 비핵화 외에 대량살상무기 폐기 등을 북미정상회담 의제로 추가할 경우 자칫 어렵게 마련된 '세기의 정상회담'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홍현익 위원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 주면 좋지만 이것저것 다 따지다가 자칫 큰 판이 깨질까 봐 걱정"이라며 "납치자 문제 등 북한의 인권도 개선되면 좋지만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홍 위원은 "(오는 22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북한의 비핵화가 그냥 얻어질 수는 없다.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에 대한 선물도 마련하고, 합리적인 북한의 요구는 어느 정도 들어주지 않으면 아예 판이 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얘기해 줘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통일연구원 김상기 평화협력연구실장은 "모든 대량살상무기 폐기라는 볼턴 등의 주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교감 하에 나온 것이라면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있어 좋지 않은 징후이기는 하다"며 "다만 개인적으로 볼 때 현재 트럼프는 핵문제가 미국의 당면한 안보 위협이라며 비핵화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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