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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의료지원 위해 국내 종합병원 지었다" 온종합병원 정근 병원장



부산

    "북한 의료지원 위해 국내 종합병원 지었다" 온종합병원 정근 병원장

    • 2018-05-07 06:00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의 '꿈'… "북한엔 결핵 전문병원, 지역엔 암 전문병원"

    북한에 적극적인 의료 지원을 위해 국내에 종합병원을 지은 의료인. 온종합병원 정근 병원장을 만나 그의 꿈을 들어봤다. (사진=부산CBS 박요셉 VJ)

     

    북한에 적극적인 의료 지원을 위해 국내에 종합병원을 지은 의료인이 있다. 영남권 최대 규모의 종합병원, '온종합병원'의 병원장이자 그린닥터스 이사장인 정근(58)씨가 그 주인공이다.

    2일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에 위치한 온종합병원에서 정 원장을 만났다.

    "개성공단에서 남북병원을 운영하면서 국내에 종합병원을 지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종합병원을 운영하면 북한 주민들에게 더욱 현실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합병원을 설립한 목적을 물어본 기자의 첫 질문에 돌아온 그의 대답이었다.

    지난 2010년 쉰 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로 정 원장은 부산에 종합병원을 개원했다.

    당시 서면에서 유명한 '정근안과병원'을 탄탄하게 운영하고 있었던 터라 주위에서는 무모한 종합병원 개원보다는 안과병원에 전념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150병상으로 시작한 온종합병원은 만 8년 만에 1300병상으로 영남권 최대의 종합병원으로 거듭났다.

    ◇ 영남권 종합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암 치료기 '선형가속기' 도입

    나아가 유명대학병원 교수 출신 전문의들을 영입해 지난 4월 암 전문진료를 개시한 데 이어, 오는 6월 꿈의 암 치료기인 방사선 선형가속기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영남권 종합병원으로는 처음으로 꿈의 암 치료기인 방사선 선형가속기를 도입한 셈이다.

    "지역에 병원이 없어 대학 병원과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며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을 보면서 아주 안타까웠습니다. 100억 원이 넘는 암 치료기를 도입해 암 전문치료 병원으로 도약하려고 합니다. 이처럼 날로 성장하는 온종합병원은 사실 개성병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정근 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의료인 봉사단체 '그린닥터스' 재단은 지난 2005년 1월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 만 8년 동안 북한 땅 개성공단에서 정부 지원 없이 남북협력병원 '개성병원'을 운영했다.

    정 원장을 비롯해 남북한 의사 30여 명이 휴일도 없이 환자를 돌봤고, 그 기간 개성병원을 거쳐 간 환자는 35만 명, 북한 근로자만 30만 명에 달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북한 의사들에 대한 교육도 진행했다.

    당시 정 원장은 자신이 종합병원을 운영했다면 개성병원에 더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수년 동안 떨칠 수 없었고, 드디어 지난 2010년 부산에 온종합병원을 개원했다.

    북한에 적극적인 의료 지원을 위해 국내에 종합병원을 지은 의료인. 온종합병원 정근 병원장을 만나 그의 꿈을 들어봤다. 사진은 북한 개성병원 운영 당시 정근 그린닥턱스 이사장 (사진=온종합병원 제공)

     

    빠른 속도로 온종합병원은 자리를 잡아갔지만, 남북 관계 경색으로 개성병원은 결국 지난 2012년 문을 닫아야만 했다.

    "제가 당시 할 수 있는 일은 언젠가 대북 의료 지원이 재개될 때를 대비해 온종합병원을 성장시키고, 북한 내 결핵 환자를 돕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개성병원이 폐쇄된 직후 안과 전문의인 그가 대한결핵협회장(2013)을 맡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20대 폐결핵을 앓았던 정근 원장, "북한 결핵 문제 남의 일 아니야…"

    그가 북한에 있으면서 가장 관심을 가진 의료분야가 결핵이다.

    북한 인구 10만 명당 500명이 결핵에 걸린 상태였고, 의사 처방이 없는 잘못된 약물을 '장마당(북한의 시장)'에서 복용한 환자들은 내성이 생겨 치료가 힘든 다제내성 결핵으로 악화됐다.

    이를 지켜본 정 원장은 남보다 더욱 고통스러웠다. 그 역시 결핵을 앓았기 때문이다.

    부산대 의대 2학년 재학 당시 정 원장은 폐결핵을 앓았다. 자주 피를 토해내는 바람에 183cm 큰 키에 몸무게가 53㎏까지 내려갈 정도로 힘들었고,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겨야 했다.

    죽을병에서 살아난 그의 눈길이 북한내 결핵 환자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2012년 개성병원까지 문을 닫으면서 북한 내 결핵 환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정 원장에게 전해졌다.

    실제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북한 내 결핵 환자는 13만여 명. 한 해 전보다 2만 명이나 늘었다.

    ◇ "북한 개성에 결핵 검진센터, 황해도 해주에는 결핵 요양병원 지어야"

    그는 개성병원 폐쇄 이후 곧바로 대한결핵협회장을 맡았고, 곧바로 북한 내 결핵 전문 병원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보수 정권 10년 동안 꽁꽁 얼어붙은 남북 관계에서 도무지 손쓸 방법이 없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계기로 북한 개성에 결핵 검진센터를 황해도 해주에는 결핵 요양병원을 설립할 것을 간곡히 제안합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10년간 끊겼던 '남북 의료협력'이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일 온종합병원에서 만난 정원장은 북한 개성에 결핵 검진센터, 황해도 해주에는 결핵 요양병원을 짖는 것을 제안했다. <(사진=박요셉 VJ)

     

    향후 남북 교류가 활발해질 경우 결핵은 전염성이 강해 국내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예방 차원에서라도 북한의 결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시급히 남북 의료 교류를 재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남한 의료진들의 접근성을 위해 개성공단에는 결핵 검진센터를, 황해도 해주에는 개성까지 내려와 치료를 받기 힘든 국경 지역 북한 주민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결핵 요양병원 설립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정 원장은 제안한다.

    개성공단 내 빈 건물이나 황해도 해주에 폐쇄된 병원 건물을 활용한다면 비용도 많이 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린닥터스의 생각이다.

    "그린닥터스 재단이 개성에서 지난 8년 동안 쌓아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시 남북 의료 협력을 이뤄내고 싶습니다. 의료 분야 교류를 통해 남북 평화 통일을 하는 데 조금이나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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