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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119대원 동료 "맞은 것보다 성적 욕설이 더 끔찍"



사회 일반

    숨진 119대원 동료 "맞은 것보다 성적 욕설이 더 끔찍"

    - 성적욕설과 폭행당한 여성 구급대원 결국 사망
    - 구급대원, 제압할 권한 없어 피하는 게 최선
    - 19년차 베테랑, 활발하고 유머있고 건강했는데…
    - 주취자라도 일단 구급차 태울 수밖에 없는 숙명
    - 가해자 조치 넘어 피해 대원 관리 매뉴얼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중우(익산소방서 소방사), 정은애(익산소방서 119안전센터장)

    지난 4월 1일 119 구급대원이 취객을 구조하러 나갔다가 심한 욕설과 폭행을 당하고 돌아왔고요. 어제 사망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어제 하루 종일 여론의 분노가 대단했는데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소방관들의 증언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우선, 사망한 강 모 소방위와 함께 그 현장에 출동했던 동료 한 분을 연결해 보죠. 익산소방서의 박중우 소방사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박 소방사님, 나와 계세요?

    ◆ 박중우> 네.

    ◇ 김현정> 먼저 애도의 마음을 전하면서 대화를 좀 시작을 해야겠습니다. 그러니까 사건 당일에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는데, 어떤 상황이었던 거예요?

    ◆ 박중우> 시민이 도로에 넘어져 있으니까, 도로 중앙에. 교통사고인 줄 알고 신고한 건이었고요.

    ◇ 김현정> 도로 한가운데 사람이 누워 있다 이러면서 119에다가.

    ◆ 박중우> 예, 현장에 도착했는데 그 사람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요. 바로 이송을 시작했고 이송 도중에 한 2분 후에 의식을 차려서 그때부터 이제 난동을 부리고 욕설을 많이 했었거든요.

    ◇ 김현정> 알고 보니 교통사고나 이런 게 전혀 아니고 술에 너무 취해서 의식을 잃은 상태였던 거죠.

    ◆ 박중우> 네.

    ◇ 김현정> 그런데 2분 후에 의식을 차리더니 어떤 식으로 난동을 피운 겁니까, 그 조그마한 구급차 안에서?

     

    ◆ 박중우> 일단 욕설을 처음에 하기 시작했고요. 저지하기 힘들게... 그런 도중에 저도 한 대 얼굴을 가격 당했고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는데 신고하는 도중에 저희 주임님께서 머리를 한 5대 정도 가격을 당했죠.

    ◇ 김현정> 거기에 우리 박 소방사와 강 모 소방위 두 분만 계셨던 거예요? 운전하는 분 한 분 계시고?

    ◆ 박중우> 예, 총 그래서 3명.

    ◇ 김현정> 강 모 소방위는 여성분입니다. 그분하고 우리 박 소방사하고 두 분이 제지하기에는 벅찰 정도로 그 남성이 건장하고 힘도 세고 그랬어요?

    ◆ 박중우> 그렇지는 않았고요. 힘들다기보다는 제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서 저희는 피하는 게 최선이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경찰이라면 팔도 꺾고 어떤 식으로든지 폭력을 좀 물리적으로 제압하겠지만 응급 소방사들이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때리면 피할 수밖에 없다.

    ◆ 박중우> 그냥 피하는 게 최선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었죠.

    ◇ 김현정> 그렇겠어요. 아니, 그런데 그날 폭행 현장에서 쓰러지거나 한 상황은 아니셨던 거잖아요, 강 소방위가.

    ◆ 박중우> 네, 그날 바로 쓰러지신 건 아니고요. 그 다음 날 출근했는데 어저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잠도 많이 못 주무시고 그랬다고 하셨고. 그다음 날에는 또 머리가 아프시고 하셔가지고 병가를 내셨거든요.

    ◇ 김현정> 그 다음 날?

    ◆ 박중우> 원래는 굉장히 건강하셨고, 한 번도 아프다고 하신 적 없었고, 평소에도 운동도 많이 하시고 그러신 분이었기 때문에.

    ◇ 김현정> 그렇군요.

    취객 윤모(47)씨가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모습. (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 박중우> 직접적으로 가격이라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스트레스 이런 것도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강 소방위, 경력 19년차의 베테랑 소방사입니다. 그런데 이런 분이 도대체 어느 정도. 그때 욕설과 난동, 폭행이 어느 정도였길래 그걸로 스트레스 받아서 병가를 내야겠다 라고 할 정도가 됐을까요? 저는 잘 상상이 안 되네요.

    ◆ 박중우> (한숨) 저도 처음 들어보는 욕을 엄청 많이 했거든요.

    ◇ 김현정> 처음 들어보는 욕이라는 것은... 우리가 지금 흔히 이렇게 들어볼 수 있는 그 정도 욕이 아닌 아주 모욕적인 욕. 저는 방송 전에 좀 들었습니다마는 생식기와 관련된 이런 아주 모욕적인 욕을 끊임없이 했다.

    ◆ 박중우> 네.

    ◇ 김현정> 그리고 폭행의 수준도 아까 5대 정도 머리를 강 소방위가 맞았다 그랬는데 그것도 심했어요?

    ◆ 박중우> 사실 폭행이 그렇게 강하게 가격된 건 아닌데...그것을 당하면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거든요. 좋은 마음으로 저희는 도와주러 갔는데 오히려 되려 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게 오히려 더 크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사건 이틀 후에 병가를 내고 병원 진료를 받았는데 그 차트를 저희가 보니까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 손상 소견이 나왔더라고요. 그 후에도 계속 잠을 못 이루고 24시간 딸꾹질을 하고 이러면서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겼다면서요.

    ◆ 박중우> 그 일 이후로 딸국질도 하시고 머리도 아프시고 구토 증상도 있으시고 어지럽다고 하시고... 계속 그러셔가지고 결국 24일날 뇌출혈로 쓰러지신 거죠.

    ◇ 김현정> 급성 뇌출혈이 온 거네요. 너무 극심한 스트레스, 자율신경계 손상 이런 것들이 이어지면서. 박 소방사님은 옆에 계셨으니까... 우리 박 소방사님은 보니까 신입이세요.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셨어요.

    ◆ 박중우> 네, 6개월 조금 넘었습니다.

    ◇ 김현정> 6개월 조금 넘은 분이니까 옆에서 얼마나 놀라셨어요.

    ◆ 박중우> 저는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황을 더 많이 해가지고...(한숨) 옆에서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저도 많이 놀라긴 했었거든요.

    ◇ 김현정> 아...19년차 대선배인 강 소방위, 후배들한테는 어떤 분으로 기억이 됩니까?

    ◆ 박중우> 원래 되게 활발하시고 평소에 되게 유머러스하시고 (한숨) 운동도 좋아하시고 항상 따뜻하게 대해 주시는 분이셨거든요.

    ◇ 김현정> 말씀하시면서 또 울컥하셨어요. 힘내시고요. (강소방위) 가족은 어떻게 되세요, 강 소방위?

    ◆ 박중우> 아들 2명이 있고요. 한 명은 이제 고등학교 들어갔고 한 명은 아직 초등학생으로 알고 있거든요.

    ◇ 김현정> 초등학생, 고등학생. 아들 둘을 둔 엄마였는데... 아이고, 더 마음이 아픕니다. 오늘 어려운 상황에서 이 상황 증언하는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박중우> 감사합니다.

    ◇ 김현정> 현장에 같이 출동하셨던 분이에요. 익산소방서의 박중우 소방사 먼저 연결을 해 봤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궁금하시죠. 역시 같은 익산소방서입니다. 인화119안전센터의 정은애 센터장 이어서 연결을 해 보죠. 센터장님, 나와 계세요?

    ◆ 정은애>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베테랑 구급대원, 19년차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욕설을 들었다고 잠을 못 이룰 정도인가. 그래서 신경계에 손상이 올 정도인가. 이게 언뜻 들어서는 잘 이해가 안 가는데 동료들은 이해가 되신다고요. 어떤 건가요?

    ◆ 정은애> 나가서 폭언을 듣고 와서 정말 마음에 많이 상처를 받고 화가 나고 그 욕 먹은 상황이 계속 머릿속에서 반복되고 이런 기분이기 때문에 계속 그 얘기를 하는 거거든요.

    ◇ 김현정> 욕설이 귀에서 쟁쟁쟁 돌아요, 계속?

    ◆ 정은애> 네. 그때 당시에도 강 대원이 나갔다 와서 맞은 것보다도 입에 못 담을 모멸감 드는 욕을 한 것이 더 끔찍하다고 계속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뼈가 부러진다거나 피가 난다거나 그런 상황이 아니잖아요. 욕을 듣고 마음에 상처를 입는 건. 또 부모 욕도 하고 또 관련해 성적인 입에 못 담을 비하, 그런 걸 반복해서 하고 그런 것이 계속 귀에 맴돈다고 힘들다고 얘기를 했었던 상황이고요. 이번 일뿐만 아니라 다른 경우도 욕 먹고 와서 되게 기분 나쁘다. 그렇게 호소하는 경우는 다들 있었죠, 다른 대원들도.

    ◇ 김현정> 그러니까 여러분, 아주 일반적인,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살던 사람이 갑자기 입에 못 담을,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그런 성적 비하, 부모 욕 이런 거를 끊임없이 폐쇄된 차 안에서 듣고 거기다가 폭행까지 당하고 오면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힘들다. 이게 상상이 되실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해가 안 가는 게 센터장님, 119 구급대원이 술 취한 사람 뒷처리까지 해야 되는 겁니까?

    ◆ 정은애> 쓰러진 사람이라고 해서 가보면 상황이 그냥 단순 주취자인지 주취자이지만 병원에 가야 될 환자인지는 사실 병원 가보기 전까지는 몰라요.

    ◇ 김현정> 이게 단순히 술만 취한 건지 술을 취한 것 때문에 지금 생명에 뭔가 문제가 생긴 건지 판단하기가 어렵죠, 하긴 구급대원이.

    ◆ 정은애> 그렇죠. 구분하기도 모호하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일단 부축해서 응급차에 태울 수밖에 없군요.

    ◆ 정은애> 그렇죠.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한민국에서 모든 쓰러진 국민에 대한 최종적인 조치는 저희 구급대원이 한다고 보시면 돼요.

    ◇ 김현정> 모든 쓰러진 사람에 대한. 진짜 그렇네요, 듣고 보니까. 쓰러져 있으면 우리는, 구급대원은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 말씀. 그러다 보니까 폭력에 노출되는 일이 많다. 어느 정도나 많아요?

    ◆ 정은애> 예, 최근에 4년 사이 2.2배가 더 늘었다고 통계에 나와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소방 공무원한테 그게 불을 끄는 일이든 어디서 구조를 하는 일이든 위험한 일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것은 맞습니다. 그건 맞지만 그 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보호장치, 위험한 상황에서 매뉴얼 같은 게 좀 잘 갖추어졌어야 될 텐데. 실은 저는 문제 제기가 그동안 여러 번 되면서 개선이 좀 됐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닌가요? 부족한가요?

    ◆ 정은애> 그간의 문제 제기는 소방관이 맞았어도 내가 공무 중에 폭행을 당했다라고 직접 폭행이나 공무집행방해로 고소고발을 개인이 하기 전에는 조치가 없었죠. 그러다 한 10년 새 많아지기도 하고 심각해지기도 하고, 폭행의 수위가. 그러니까 저희 매뉴얼이 만들어졌고 이 매뉴얼도 이제 겨우 가해자를 조치하는 그런 매뉴얼이죠.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피해자를 관리해 주는 그런 매뉴얼은 아직 부족하다고 볼 수 있죠. 왜냐하면 저희가 오늘 폭행을 당하고도 내일 또 구급차를 탈 수밖에 없어요. 병원에 입원하지 않는 한.

    ◇ 김현정> 그러네요.

    ◆ 정은애> 출동을 또 해야 됩니다.

    ◇ 김현정> 그렇게 되겠네요.

    ◆ 정은애> 왜냐하면 인원이 3인 구급대가 맞춰진 지가 불과 2개월 전이에요. 그전에는 2명이 타는 구급대도 많았고.

    ◇ 김현정> 2명이면 한 사람 운전하고 한 사람이 뒤에서 환자 보고 이런 식으로요?

    ◆ 정은애>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가 폭행을 당했다고 그래서 혹은 마음의 상처를 당했다고 해서 혹은 욕을 들었다고 해서 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죠. 심지어는 폭행 가해자를 얼마 후에 또 저희가 신고 들어오면 또 나가서 똑같은 사람을 똑같이 맞은 구급대원이 이송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게 상식적으로 보면 정말 그 직원한테는 엄청 두려움이고 스트레스죠. 신고해서 조치를 당했어도 이 사람이 대부분 벌금으로 나와요, 벌금.

    ◇ 김현정> 설사 신고를 했어도.

    ◆ 정은애> 소방활동방해죄로 대부분 벌금으로 나옵니다. 그러면 가해자를 똑같은 피해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조치를 하면서 두려움 속에서 이송을 하는 그런 경우가 있는 거죠.

    ◇ 김현정> 듣고 보니까 그렇네요.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뭐라고 보세요?

    ◆ 정은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대안은 좀 인원이 채워진다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인력을 대체해 줄 수 있겠죠.

    ◇ 김현정> 인력이 조금 더 충원이 됐으면 좋겠다, 이 말씀 하나. 그리고 또요?

    ◆ 정은애> 이제는 피해자도 좀 돌아봐주셨으면 해요. 구급대원들이 굉장히 스트레스가 누적되거든요. 그걸 어떻게 다 표현도 못 하고.

    ◇ 김현정> 이런 정신적인 스트레스. 그러니까 이게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 이런 경우에는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이런 장치도 좀 돼 있었으면 어땠을까. 이런 아쉬움도 듭니다.

    ◆ 정은애> 소방청에서 그런 부분을 치료를 하도록 얘기를 하고 있지만 사회 분위기가 그런 거 힘들다고 호소하면 소방관이 나약하다는 소리를 듣는 그런 분위기라서 아직은 얘기를 못 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돕겠다고 간 사람한테 오히려 구해 주니까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으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이런 일이 일어났어요. 그 소방관을 폭행한 취객은요, 지금 검찰에 송치된 상태라고 합니다. 강 소방위는 보니까 남편도 소방관이시더라고요.

    ◆ 정은애> 그렇습니다.

    ◇ 김현정> 두 부부가 다 봉사하는 자세로 일하는 공무원들인데 이런 일을 당해서 더 마음이 아프네요. 많이 좀 위로해 주십시오. 대안도 마렸됐으면 좋겠고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정은애>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익산소방서의 정은애 센터장이었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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