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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원인은 '지열발전소'?…최대 수천억원 배상 '수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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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지진 원인은 '지열발전소'?…최대 수천억원 배상 '수면 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유발지진 국내외 논문 2편 실어

    지열발전소 모습. (사진=자료사진)

     

    지난해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지열발전소로 인해 일어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부 정밀조사단마저 같은 결론을 내릴 경우 정부가 포항지역에 수백억원에서 최대 수천억원에 이르는 배상을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고려대 이진한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연구팀의 연구 논문인 '2017년 규모 5.4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일 가능성 평가'를  27일(한국시간) 게재했다.

    사이언스는 세계 3대 과학 학술지 중 하나로 사이언스의 연구 논문 게재는 해당 논문이 관련 내용을 과학적으로 입증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사이언스는 이와 함께 스위스 취리히공대 연구진이 지진자료와 인공위성 레이더 원격탐사 자료를 이용해 포항지진이 유발 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제시한 논문을 함께 실었다.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이라는 내용의 논문이 한꺼번에 2건이나 실린 것이다.

    이진한 교수 연구팀은 지진학·지질학·지구물리학 증거를 종합해 지난해 지진은 지열발전소에서 땅 아래로 물을 주입해 발생한 유발지진(사람이 일으킨 지진)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과학적 근거로 ▲발전소 물 주입 시점과 지진발생이 대부분 일치했고 ▲지진 진앙이 물 주입지점 근처에 몰려있으며 ▲진원의 깊이가 자연지진보다 얕고, 물 주입 깊이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물 주입점 근처에 단층이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의 지진학자인 클리프 플로리치 교수가 만든 '유발지진 감별 방법' 다섯 가지 중 네 가지에 해당한다.

    다섯 번째 유발지진 감별방법은 유발 지진이 있었다고 믿을 만한 연구논문이 있었는지 여부로, 이번 논문으로 다섯 가지 감별방법은 모두 부합하게 됐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또 다른 유발지진 근거로 진앙 인근의 지진발생 횟수를 들었다.

    연구팀은 2006~2015년 사이에 포항지진 진앙 반경 10㎞ 안에서는 단 6차례의 미소지진(규모 1.2~1.9)만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열발전 건설을 위해 2012년 9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두 개의 관정을 뚫고 물을 4차례 주입한 뒤에는 미소지진 발생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2015년 11월부터 포항지진 전까지 2년간은 150차례나 관측됐다. 2017년 4월 15일에는 규모 3.1의 지진도 발생했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학과 교수는 "관정을 통해 주입된 물이 단층면과 단층면 사이로 흘러 들어가면서 고정돼 있던 단층면의 마찰력을 떨어트렸고, 단층면이 미끄러지면서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국내·외 석학 14명으로 정밀조사단을 구성해 연구를 벌이고 있는 상황으로, 정부 조사단마저 같은 결론을 낼 경우 정부는 재산적 피해와 시민의 정신적 피해 등을 감안해 최소 수백억원에서 최대 수천억원에 이르는 배상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학계는 유발지진 의혹에 대해 아직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조사단 책임자인 서울대 이강근 교수는 지난 19일 포항 한동대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지진 발생 전후의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하면 지열 발전과 포항지진이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유발 지진 여부가 명확하게 밝혀지기 위해서는 지진이 발생한 지점의 땅속 응력 형성 등에 대한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지열발전의 수리자극에 의해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면 지금까지 확인된 유발지진 중 가장 큰 규모인 만큼 철저하게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포항지열발전소는 섭씨 최고 170도에 이르는 포항 흥해읍 지하 4㎞ 아래의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추진됐다. 땅속으로 뚫은 주입정을 통해 물을 흘려보내면 물은 지열을 흡수해 수증기로 변하게 되고, 이를 다른 관정(생산정)으로 끌어올려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이다. 화산지대가 아닌 곳에서의 지열 발전은 포항이 아시아 최초였지만, 지진 발생 이후 유발지진 의혹이 일면서 현재는 건설과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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