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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슬마저도"…피해자 떠미는 '의료사고' 민낯



문화 일반

    "한예슬마저도"…피해자 떠미는 '의료사고' 민낯

    의료사고·과실 입증까지 피해자가 떠안는 현실…환자인권 경시 만연

    배우 한예슬(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최근 배우 한예슬이 겪은 의료사고를 계기로, 그간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해 온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자가 프라이버시 등 인권을 희생하면서까지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폭로해야만 반응하는 병원과, 이를 가십으로 소비하는 언론 보도 행태, 의료 사고·과실 입증을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떠넘기는 법·제도 현실이 국민들을 철저한 약자로 전락시킨다는 것이다.

    한예슬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다 의료사고를 당했다"며 "수술한지 2주가 지났는데도 병원에서는 보상에 대한 얘기는 없고, 매일매일 치료를 다니는 제 마음은 한없이 무너진다"는 글을 올렸다. 수술 부위를 찍은 사진과 함께였다.

    해당 수술을 집도한 차병원측은 이튿날인 21일 한예슬의 회복을 지원하고 보상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한예슬은 23일에도 SNS에 "정말 너무 마음이 무너진다"며 수술 부위 사진을 다시 한 번 공개했다.

    이 일을 계기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의료사고를 고발하는 내용과 함께 처벌 강화, 보상 체계 등 피해자 보호책 마련을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사실 의료사고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서 의료사고는 매번 일어날 때마다 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탓에 문제가 되고 있다"며 "사실 의료사고를 겪으면 '언론 등을 통해 공론화 해야만 빨리 해결된다'는 인식이 강한데, 이는 결국 의료사고 해법이 여전히 제도화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사고 관련 법과 제도가 계속해서 논란이 돼 왔는데,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일로 환자 인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언론의 비뚤어진 보도 행태를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설사 환자 본인이 의료사고 피해 사실과 함께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하더라도, 언론 등이 해당 사진을 흥미 위주로 보도하며 퍼뜨리는 행위는 프라이버시 등 환자 인권을 경시하는 태도"라며 "환자 본인이 거론되기를 원하지 않는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의료법에도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 "환자는 절대적 약자…의료 사고·과실 발생해도 병원이 불응하면 조사 못해"

    한예슬과 같은 유명인조차 SNS를 활용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론화 해야만 병원측이 반응할 만큼, 의료 사고·과실 문제에 있어서 환자는 절대적인 약자다.

    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재천 운영위원은 "의료사고 논란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개선사항이 정책에 담기지 못하는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사실상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더라도 의사의 말은 교과서처럼 따라야 할 만큼 절대적으로 여겨진다. 끝까지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불만이 있더라도 민원을 쉽게 제기할 수 없다. 그렇다보니 환자들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특히 의료 과실·사고를 입증할 책임이 일차적으로 환자에게 있다는 점은 고질적인 병폐로 꼽힌다.

    김 위원은 "물론 대법원에서 환자가 아니라 의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매뉴얼로 정착하기는 힘든 현실"이라며 "의료 과실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민원을 접수한 해당 병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제도상 문제로 인해 환자가 증거 수집이나 입증 책임을 떠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설사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한다 하더라도 의료 사고나 과실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몹시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해 피해자가 민원을 제기하더라도 병원이 응하지 않으면 조사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는 점도 김 위원은 도마 위에 올렸다.

    그는 "법원에서도 사실상 의료 영역은 의사들의 전문성에 따른 예외를 인정한다"며 "시술이나 투약 문제와 같은 뚜렷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법원은 의사 편을 들어주기 때문에 사고·과실 책임을 묻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결국 의료사고는 안전·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관련 법·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김 위원은 "한예슬씨의 경우 유명 연예인이다보니 이슈가 됐지만,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마저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의료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만큼, 환자 권리 보호를 위해 상당히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관련 정책이나 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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