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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르포] 군사분계선의 높이는 단 5cm 입니다



정치 일반

    [판문점 르포] 군사분계선의 높이는 단 5cm 입니다

    남북정상회담 D-8…판문점 평화의집 방문기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장과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장 사이. 앞에 보이는 것은 북측 건물인 판문각이다. (사진=강혜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넘을 것으로 유력시되는 군사분계선(MDL)은 판문점 내 두 가건물 사이에 만들어진 콘크리트선이다. 폭은 50cm, 높이는 단 5cm. 단 한 걸음에 넘을 수 있다.

    불과 땅에서 검지 하나가 채 안 되는 정도의 높이지만 심리적으로는 높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까마득한 벽이 된 이 군사분계선을 김 국무위원장이 처음으로 넘어 남측으로 내려오게 될까.

    남북정상회담을 8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게 될 판문점 일대를 둘러봤다.

    ◇ 널문리의 주막, 판문점

    원래 널문리라는 이름의 조용한 마을이었다는 판문점까지는 1번 국도를 따라 달려야 한다. 신의주까지 이어진다는 이 도로를 차로 달리다 보면 비무장지대에 남과 북에서 단 하나씩만 허용된 마을을 지난다. 대성동 마을(남)과 기정동 마을(북)이다. 이곳에서는 사는 것 자체가 아주 위험해 과거에는 우리 측 주민들이 도토리를 줍다가 북으로 납치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대성동 마을을 가리키는 우리 태극기와, 세계에서 4번째로 높게 세워졌다는 북측 인공기를 지나면 판문점에 도착한다. 6.25 휴전 협정 당시 널문리가 휴전협정 장소가 됐는데, 당시 중공군들이 회담 장소를 쉽게 찾기 위해 널문리주막을 만들고 한자로 된 간판을 내걸었다고 한다. 판문점의 이름은 그렇게 시작됐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판문점 평화의집 외관. (사진=강혜인 기자)

     

    판문점에는 4개의 주요 건물이 있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북측에 2개, 남측에 2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평화의집은 남측에 있는 두 건물 중 하나다. 다른 건물은 자유의집이다. 북측에 있는 두 건물은 통일각과 판문각이다. 외관이 확연히 다른 남과 북의 건물들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놓여있다.

    ◇ 곳곳에 녹아든 피와 비명의 역사

    이름은 평화의집이지만, 이곳 근처에도 비명이 울려 퍼지고 피가 튀겼었다. 판문점 곳곳이 그런 흔적들이었다. 지금은 없지만, 남측 구역에도 3개의 북한군 초소가 있던 1976년. 우리측 주한미군 초소가 북한군 초소에 둘러싸여 있었고, 근처에는 큰 미루나무가 시야를 가로막고 있어 우리 군끼리 초소 관측이 불가했다고 한다.

    남북 합의 하에 미루나무 가지를 쳐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유엔군의 주기적인 업무였는데, 어느 날 북측 군에서 작업 중지를 요구했고 인민군은 나뭇가지를 자르는 데 쓰던 도끼를 들고 유엔군을 공격해 두 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른바 도끼만행사건으로, 김 국무위원장이 넘게 되는 판문점 내 군사분계선도 이 때 생겼다.

    T2 회담장 안. 책상 위에 길게 놓인 선은 군사분계선을 가르킨다. (사진=강혜인 기자)

     

    북측에 있어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김 위원장이 개성에서 판문점까지 진입할 유력한 차량 예상 경로인 '72시간 다리' 또한 같은 피의 역사다. 원래는 72시간 다리보다 아래쪽에 남측 평화의집 뒤편으로 바로 이어지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남북 전쟁포로를 교환한 다리. 포로들은 남과 북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선택 후에는 돌아올 수 없었다)'가 놓여있었는데, 도끼만행사건으로 폐쇄되면서 북측이 72시간 다리를 새로 만들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제 이곳에서 한반도 평화 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공사 중인 평화의집 외관. (사진=강혜인 기자)

     

    ◇ 공사에 한창인 평화의집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이곳까지 어떻게 오게 될까. 예상 경로를 따라가봤다. 일단 유력 동선인 T2와 T3 사이 길은 남쪽으로 난 자유의집 입구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간 뒤 북쪽으로 난 입구로 나가면 볼 수 있다. 군사분계선을 위에 푸른색의 가건물들이 차례로 놓여있다.

    T2 회담장 안에서 바라본 T3 건물. (사진=강혜인 기자)

     

    T2와 T3은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장과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장이다. T의 약자는 '일시적'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Temporary'. 휴전협정을 위해 그야말로 '임시'로 만들어놓은 건물인데, 당시 처음 지은 이름이 1953년 이후 65년째,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판문점 내에서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을 수 있는 길은 이 두 건물 사이뿐이다.

    차를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도 있는데 T3에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조금 돌리면 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넓이의 길이 보인다. 남북실무회담이 북측에서 열릴 때 우리측 트럭이 종종 각종 장비를 싣고 이 길을 지난다고 한다. 그러나 모양새가 그리 좋지는 않다.

    차로 넘든 걸어서 넘든 김 위원장이 남측 땅을 밟는 순간부터 전세계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이 T2와 T3사이, 5cm의 군사분계선을 넘으면 문 대통령이 바로 악수를 하며 김 위원장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악수 이후 평화의집까지는 자유의집 2층 입구를 통해 1층으로 내려와 도보 2~3분 거리를 걸어가는 방법과, 바로 차량에 탑승해 자유의집을 빙 둘러 평화의집 앞에서 내리는 방법이 있다.

    T2와 T3 사이 군사분계선을 뜻하는 넓이 50cm, 높이 5cm의 콘크리트 판. (사진=강혜인 기자)

     

    평화의집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외부와 내부 공사를 모두 하고 있는데, 국가정보원에서 담당하고 있어 정확히 어떤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공사는 남북정상회담을 1주일 앞둔 20일쯤 완료될 예정이다. 정전협정 65년 만. 청와대는 남북정상 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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